최근 문재인정부의 정비사업 등 각종 개발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각종 SOC사업이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업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최근 갑작스레 각종 개발을 예고하면서 시장을 들썩이고 하고 있어서다. 다수의 국민들은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기조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총선표심을 노린 선심성 개발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 호재가 뿌려진 지역 중 상당수가 ‘여당 텃밭’이라 일컬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왔던 개발 계획을 돌연 발표한 것은 올해 4월 치러지는 총선을 염두한 여당 힘 실어주기 의도라고 밖엔 해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반시장 규제 부작용에 서울 집값폭등 불구 정비사업 핑계 돌린 후 잇단 사업제동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 정책의 부작용이었다. 당초 목적인 집값 안정화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집값 폭등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을 정비사업을 비롯한 각종 개발사업이라고 봤다. 이후 재개발·재건축 기준을 상향시키는 등 각종 개발 억제책을 펼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무산, 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연기 등이 꼽힌다. 지난 2018년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의도와 용산을 업무·주거지가 아우러진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대 개발된 이후 50년 가까이 지난 이곳은 건물과 도로 등이 낡아 개발에 대한 시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었다. 박 시장의 발표에 시민들은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앞서 정부가 시행한 8·2부동산 대책 여파로 인한 서울의 집값 상승이 계속 이어지자 박 시장은 돌연 말을 바꿨다. 개발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박 시장은 “문재인 정부와 적극 협력해 부동산 시장을 최대한 안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며 개발 보류 사유를 밝혔다.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연기 이후에도 정부는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같은 해 11월 10조원 대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차 GBC개발 사업에도 제동을 걸며 정비사업 규제의 방점을 찍었다.
당시 GBC사업은 교통, 환경심의위원회의 모두 통과한 상태로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남겨둔 상태였는데 심의권한을 쥔 국토교통부는 집값 자극 유발을 요인으로 지목하며 인구유입 관련 대책 등을 요구했다. 정부의 각종 심의와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힌 현대차 그룹은 당초 계획했던 착공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집값 오른다고 개발 막을 땐 언제고…“끊임없이 발표되는 굵직한 개발계획 총선 노렸나”
정부·여당은 그동안 각종 정비사업 및 개발이 집값을 자극 시킬 수 있다며 일단 막고보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돌연 태도를 바꿔 국민들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정부는 각종 개발을 확정 짓거나 각종 SOC사업 공모를 내는 등 정비사업 및 개발 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 심의로 제동이 걸렸던 현대차 GBC 사업은 올해 상반기 중 첫 삽을 뜨게 될 예정이다. 지난달 7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신청한 GBC 사업이 이날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 서면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가 신청한 GBC 사업이 이날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 서면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GBC 사업은 서울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안전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를 모두 마쳤지만 그동안 수도권정비위 심의에서 세번이나 보류됐었다.
또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관련 기관은 영등포 쪽방촌을 최고 40층 높이의 주상복합타운을 건설해 약 1200가구를 조성하는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은 쪽방촌 주민들을 2구역에 마련되는 임시거주 시설로 이주시키고 오는 2023년까지 1구역을 먼저 개발해 쪽방촌 주민을 위한 370호의 영구임대주택과 청년·신혼부부용 행복주택 220호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3년 쪽방촌 주민들이 새 아파트에 입주한 뒤 2구역 택지는 민간에 분양해 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개발 계획 발표 이후 일대 부동산은 크게 들썩이는 모습이다. 정부가 당초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영등포 쪽방촌’ 개발 발표 이후 영등포 푸르지오, 영등포아트자이, 문래자이 등 영등포 일대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영등포구 소재 A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영등포 쪽방촌 개발을 발표한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많이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며 “영등포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경우 발표 직전 호가가 9억3000만~9억4000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0억5000만원까지 올라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 쪽방촌 발표 이후에도 잇따라 개발 호재를 던지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성동구치소부지에 주거·문화·업무를 어우르는 복합시설을 만들기 위한 설계 공모를 발표했다. 시는 이 땅에 신혼희망타운 700가구를 비롯해 1300가구의 공공·민간주택과 복합 비즈니스·창업 공간과 문화·체육·청소년시설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서창~김포·오산~용인 고속도로 사업을 위한 설계 공모’, ‘산업단지 상상허브 설계 공모’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해당 계획들은 모두 지역 일대에 호재를 던질 수 있는 SOC사업으로 평가된다. 김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설계 공모 발표 이후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질문하는 문의가 들어왔다”며 “아직 계획들이 확정되면 매수세가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려됐던 부작용을 무릅쓰고 정부가 돌연 개발억제 정책 기조에서 개발활성화로 전환한 데 대해 다수의 국민들은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발 호재가 던져진 지역 대부분이 여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총선용 정책이라는 의혹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영등포 지역구 소속 국회의원은 김영주, 신경민 의원으로 모두 여당 소속이다. 성동구치소가 개발되는 송파구도 최근 들어 여당 강세 지역으로 뒤바뀐 곳이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발 사업을 두고 전형적인 총선용 표심잡기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복지와 SOC예산 집행을 다소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너무 서둘러서 이를 추진하다보면 비적격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하반기 경기가 악화되면 이에 대한 대응 수단이 마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교수는 “그동안 부동산을 들쑤실 수 있는 개발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인 정부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는 각종 SOC사업을 비롯해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모습이다”며 “각종 예산 상황이 구체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호재를 던지면 집값폭등 현상이 더욱 활기를 띌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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