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공인중개사들이 심각한 생계 위협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집값 안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고강도 규제 대책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부동산 거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발표된 12·16대책 이후에는 거래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해 거래 수수료로 생계를 이어가는 공인중개사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호실은 2073건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8331건의 3분의 1수준이다. 2018년 9·13대책 발표 이후인 지난해 3월 2277건 보다도 적은 수치다. 스카이데일리가 일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을 직접 만나 본 결과, 12·16대책 발표 이후 약 50여일 동안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매 거래’를 단 1건도 하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되는 적자에 한숨만 푹푹…보여주기식 단속 더러워 문 닫기도 부지기수”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수입 대부분은 매매 수수료가 차지한다. 주택 임대(전세·월세)는 매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 금액이 적어 생계를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다. 현행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서울 기준 5000만원 미만은 0.6%, 5000만~2억원은 0.5%, 2억~6억원은 0.4%, 6억~9억원은 0.5%, 9억원 이상은 0.9% 등의 최대 요율이 적용된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매매의 경우 0.5%, 전·월세는 0.4%가 상한요율이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거래 시 중개수수료는 잔금을 치르는 시점에 고지된다. 다만 고정된 것은 아니다. 관련법에는 중개인과 중개의뢰인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어 악질 의뢰인을 만난다면 쥐꼬리 수수료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개 금액의 1%도 안 되는데다 그 마저도 일정치 않은 중개 수수료로 생계를 꾸려가는 공인중개사들은 문재인정부의 고강도 규제정책으로 인해 거래가 거의 사라지다 시피 해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김종현(남·50대) 씨는 “지난해 12·16대책 이후 50일이 다되는 시간동안 수입이 거의 없었다”며 “특히 대출 규제로 인해 매매를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해가 지기 전임에도 타이머로 소등 시간을 맞췄는지 불을 켜놓고 퇴근하는 분들이 많다”며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거래단절 현상이 나타나면서 몇몇 부동산은 폐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세만 치솟았지 물건의 양은 많지 않아 수입이 적었는데 12·16대책 이후에는 정말 힘들어졌다”며 “부동산을 유지하려면 운영비로 한 달에 많게는 1000만원 이상 적게는 수백만원이 필요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을 두고 운영하는 사무실은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인근 또 다른 A공인중개사는 “12·16 대책 직전 거래된 물건의 잔금처리 몇 건을 진행한 것이 전부일 뿐 그 이후에는 매매거래로 인한 수입이 전무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부가 집값 급등을 우리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국가에서 공인해 자격을 취득했고 먹고 살기위해 발버둥 쳤는데 애꿎은 우리만 잡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변 중개사들도 12·16대책 이후 거래가 없다”며 “임대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일대서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권태순 씨는 “대책 이후 다주택자 분께서 내놓은 매물 단 1건 외에는 거래가 전무했다”며 “매매는 물론 임대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12·16대책 이후 짧게나마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부여하며 매매를 종용하고 있지만 급할 것 없는 대다수의 집주인들은 물건을 이전 고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물건을 내놓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출이 막혔으니 거래가 될리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견뎌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중앙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신만호 대표는 “거래가 올 스톱된 상황이다”며 “집주인분들과 상담은 계속하지만 물건가격을 낮추지는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압구정현대아파트 인근에 수많은 부동산이 있는데 대다수가 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문제가 꽤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마포구와 성동구에서 일하고 있는 중개사들도 거래가 줄어들었다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도 1월초 1~2주 간 반짝 거래가 있었으나 현재는 소강상태다.
서민부동산 생계위협 정부 대책 줄줄이 예고…“적금통장 깨서 운영비·생활비 충당”
공인중개사들은 앞으로 부동산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 서민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공인중개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를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시쳇말로 ‘더러워서 피한다’며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는 공인중개사들도 더러 존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21일부터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국토부 제1차관 직속으로 설치하고 실거래 내역에 관한 직권수사를 진행한다.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은 전국을 대상으로 실거래 조사와 부동산 불법행위 수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감정원에 약 40명 규모의 ‘실거래상설조사팀’도 신설한다.
최근 합동조사팀장인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과장은 “이달 21일부터는 자금조달 세부내용에 관한 집중조사를 실시하고 부동산 불법행위 수사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내달부터 과천, 성남 등 수도권 규제지역은 3억원 이상, 그 밖에 비규제지역은 6억원 이상 주택을 매입할 경우 자금 출처를 소명해야한다.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 자금출처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이를 불편하게 혹은 꺼려하는 사람들은 관망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거래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곳 중개인들의 생계 위기와 직결된다.
이달부터는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계약을 중개할 때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계약 당사자와 중개수수료를 협의하고 서명해야한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러한 정부 지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내 ‘입법예고·행정예고’ 게시판에 올라온 공인중개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 글에도 약 1000건 정도의 반발 댓글이 달린 바 있다.
당시 댓글은 대부분 탁상행정이란 말과 함께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중개수수료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고객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고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도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권오환 대표는 “자금 출처 소명, 계약서 작성 단계서 중개 수수료 명시 등 부동산중개인들의 생계를 쥐고 흔들 압박카드들이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특히 수수료를 명시하는 것은 중개사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일이다” 고 지적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 차형운 지부장은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발표한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가 달라져 거래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당장 소유주들이 저렴하게 내놓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주변에 50여일 동안 1건도 중개를 못한 사람이 많다”며 “상담전화도 지난해와 비교해 10분의 1수준으로 줄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들을 강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우리는 살려 달라, 입장을 감안해 달라고 손을 내밀며 접촉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개 수수료 관련해서도 분쟁이 생기는 게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수수료를 고정화 시키고 세분화 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북부 손웅섭 지부장은 “앞으로 나올 부동산 시장 압박 카드들은 물론 특히 자금출처 소명, 중개 수수료 명시 등은 공인중개사들의 삶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택정책 자체가 시장, 경제논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나오고 있어 문제다”며 “공인중개사들은 적은 수수료로 먹고사는 국민들인데 보수가 과하다고 지적하고 집 값 상승의 주범으로 만들어 다 줄 필요 없다는 뜬 소문을 정부가 확산시키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강남 뿐 아니라 강북에 자리한 공인중개사들은 지난달 1~2주 가량 반짝 거래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최근엔 일이 없다”며 “현재 여유가 없으신 분들은 보험, 예금을 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마저 규제로 어려워져 신용대출까지 받는 상황이다”며 “거래가 지속적으로 안 된다면 중개사들의 생계유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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