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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왕소영 아트위캔 대표

“발달장애인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도움 되고 싶다는 의지로 일궈낸 발달장애인 문화예술단체

양준규기자(jgy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7-27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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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배우 등으로 활동하던 왕소영 대표는 2013년 발달장애인예술협회 '아트위캔'을 창단했다. 사진은 아트위캔 연습실에서 만난 왕소영 대표.[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아이들을 봤는데 너무 천사 같은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누가 잘 되면 질투하고 견제하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애들은 서로 잘됐으면 좋겠다고 해요. 지금 팝 밴드 하는 친구들도 서로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여기는 이런 천사들의 세계예요. 드디어 내가 할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생각했죠.”
 
천사같은 발달장애인의 모습에 이끌려 그들의 예술적 재능을 발굴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애쓰는 이가 있다. 왕소영 아트위캔 대표(55)다. 서초동에 있는 발달장애인예술협회 아트위캔 연습실을 찾아가 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 배우 등으로 활동했으며 정동예술극장·국립박물관문화재단 홍보·기획 담당자로 일했다. 뜻한 바 있어 2013년 아트위캔을 창단했다.
 
뮤지컬 배우·마케팅 팀장 거쳐 장애인 예술단체 대표로
 
“요즘 해외 유학이 유행한다면 그때는 서울로 유학 가는 게 유행이었어요. 제가 충청도 출신이라 부모님은 충주에 계시고 저랑 오빠는 서울로 와서 공부했죠. 저는 원래 소아과 의사를 꿈꿨어요.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죠.”
  
왕 대표가 청소년 시절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그때부터 남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서다. 아이들을 좋아했던 그는 아이들도 볼 수 있고 아픔을 치료할 수도 있는 소아과 의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왕 대표의 아버지는 딸이 의사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전공의가 되려면 여러 가지 험한 상황도 마주해야 하는데 여자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를 따라 왕 대표도 음악의 길을 가기를 원했다. 결국 그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해왔고 대회도 나가 봤던 성악을 진로로 잡았다. 
 
대학생이 된 왕 대표는 성악과 교수를 꿈꿨으며 교수가 되려면 유학을 가야 한다고 해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유학을 마친 왕 대표는 성악가, 오페라 가수로 활동했다. 뮤지컬 쪽에서 제안을 받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쁘게 활동하던 왕 대표는 그다음에는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갈등이 생겼다고 말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출연을 제안 받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명성황후’는 좋은데 ‘명성황후’를 하고 나면 또 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다 보니 노래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때까지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어요. 그런데 그때 정동극장장을 하던 분이 저는 이대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왕 대표는 학교에서 조교로서 행정 일을 한 경험을 살려 정동극장 마케팅팀장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일을 상의한 남편에게서는 노래보다 행정 일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답을 들었다. 그때부터 왕 대표는 행정가의 길로 들어섰다.
 
“저의 적극성을 보신 것 같아요. 그때 극장이 전통 공연을 해서 외국인 관객 위주였는데 외국인 관객들을 꽉 채울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셨거든요. 마케팅 일을 시작하고 나니까 정말로 객석이 꽉꽉 차더라고요.”
 
정동극장이 잘되자 용산 국립박물관에 재단을 만들어보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왕 대표는 이후 재단에서 9년 동안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발달장애인 행사에 참여하게 됐고, 천사처럼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이끌렸다.
   
왕 대표가 아트위캔을 만들기로 생각한 것이 그때였다. 처음에는 작은 규모의 동아리로 출발했지만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도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발달장애인 약 300명이 활동하는 단체가 됐다.
 
▲악기도 연습실도 없었던 아트위캔은 해외 공연도 할 수 있을만큼 성장했다. 사진은 왕소영 대표. ⓒ스카이데일리
 
악기도 연습실도 없이 시작… 더 많은 기회 주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버텨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단체를 운영하는 돈을 받을 수 있는 후원사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단체에서 일하면서 제가 돈을 받는 건 꿈도 못 꾸고, 국고 보조금 사업을 신청해서 선정이 되면 사업을 하고 선정이 안 되면 돈이 없으니 아무것도 못 하고 이런 식이었죠.”
 
“당장 악기를 살 돈도 없어서 우여곡절 끝에 중고 드럼을 사서 베란다에 보관했어요. 연습할 곳을 겨우 찾아서 연습을 했는데 시끄럽다고 쫓겨나기도 했죠. 그때 너무 서럽더라고요. 엉엉 울었죠. 그나마 도와주시는 분이 생겨서 작은 연습실 정도는 구했는데 너무 열악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더라고요.”
 
관객을 모으기 힘든 것도 문제였다. 발달장애인들이 공연한다고 하면 당연히 대단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초대장을 보내도 관객이 비어있을 때가 많았다. 왕 대표는 단원들이 실망하는 것이 느껴져 그때마다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들을 인솔하는 것도 고생이었다. 아무리 단원들이 사랑스럽다고 해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랐다.
 
“단원 중에 여자가 많은데 여성 발달장애인의 경우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가 있어요. 일단은 부모가 항상 따라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항상 조심해야 하죠.”
 
“발달장애인은 정신 연령이 어리잖아요. 그러다 보니 부모가 안 보이면 갑자기 화를 낼 때가 있어요. 그 중에는 제가 아니면 말릴 수 없는 사람도 있죠. 제가 평소에도 엄마처럼 대해주기도 하고 이 단체를 이끄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제가 말하면 잘 들어주더라고요.”
 
여러 어려움에도 왕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공연을 최대한 많이 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일이 쏟아졌다. 왕 대표는 낮에는 연습을 봐주고 밤에는 서류 작업 등을 하느라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잠을 못 자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다행히 보조금을 주는 쪽에서도 이런 정성을 알았는지 꾸준히 지원을 해준 덕분에 해외 공연도 하고 국제 교류도 할 수 있게 됐다. 단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업도 시작했다. 기업에 장애인을 고용하게 하고 관리를 해주는 대신 위탁비를 받는 사업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들의 경우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거나 돈을 내야 해요. 바디프렌드 창사 14주년 음악회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안을 드렸죠. 굳이 돈 내지 말고 그 돈을 아이들 월급으로 달라고요. 아이들을 관리하기 힘들면 아트위캔에서 관리를 해줄 테니 위탁 관리비를 달라고 하니까 오케이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단체의 수입이 늘자 작고 허름한 연습실에서 크고 쾌적한 새 연습실로 옮겼다. 이제까지 돈을 받지 않고 도와주던 것에 가까웠던 직원들에게 월급도 줄 수 있게 됐다.
 
“지금 같이 일하시는 국장님이 공연하다가 연이 닿은 분인데 혼자 일하는 게 너무 외로워서 붙잡고 세 시간 동안 부탁을 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사기꾼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국장님한테 월급을 줄 수 있으니 자신감이 좀 생겼어요.”
 
▲ 왕소영 대표는 발달장애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발달장애인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아트위캔 공연 모습. [사진제공=아트위캔]
 
인식 개선 위해 무엇이든 예쁘고 멋있게… “그들의 재능 알리고 싶어”
 
새로 장만했다는 연습실의 첫인상은 깨끗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왕 대표는 아트위캔이 예쁘고 멋있게 보이는 것에 크게 신경 쓴다. 꼭 비싼 것을 사지 않더라도 보기에 좋은 것을 추구한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어떤 연주를 해도 옷도 직접 고르고 화장도 직접 해주면서 최고로 예뻐 보이게 만들어요. 장애인들이라고 슬프고 불쌍하게 보이면 안 돼요. ‘너무 예쁘고 멋있어서 봤는데 저 사람이 장애인이었어?’ 하는, 이런 게 필요하죠.”
 
왕 대표는 발달장애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의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장애인이면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가르쳐보면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재능이 뛰어난 아이가 많아요. 피아노도 잘 치고 팝 밴드에서 키보드도 하고, 첼로도 켜고 작곡도 하는 아이도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재능이 많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뜻밖에도 건물을 가지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큰 건물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왕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건물을 하나 사서 시스템을 만드는 거예요. 지하에는 연습실을 만들고 1·2층에는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곳, 3층에는 사무실, 그 위에는 발달장애인이 살 수 있는 곳,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죠. 연습할 시간, 일할 시간 등은 방송으로 알려주고요. 이렇게 하면 돌봐줄 부모님이 없어도 시스템 안에서 살 수 있어요. 제가 모든 발달장애인을 돌볼 수는 없겠지만 음악을 하는 발달장애인들을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양준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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