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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자정(自淨) 능력이 작동되지 않으면 국가 퇴보는 필연

개인·집단의 일탈·부도덕을 봉쇄할 수 있는 공존의식 살아나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27 10:52:19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대선 정국이 혼탁하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지저분한 난장판이 될 것 같은 조짐이 벌써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해명과 이를 방어하기 위해 또 다른 역공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울화통이 터지기도 한다. 
 
누구를 탓하랴. 이것이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자 실제 참모습이다. 지난 70여년 동안 갖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앞만 보고 줄기차게 달려온 결과물치고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 경제적 성취 이면에 여전히 갖은 편법과 탈법으로 한탕을 하려는 무리가 수두룩하다. 무늬만 선진국이지 한 풀 벗기고 들어가면 후진적 구태가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대로 된 나라로 가는 길이 이처럼 멀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이대로는 국가 미래가 없다고 변화를 갈망하지만, 의사결정 주도권을 가진 세력들은 이를 외면하고 진영의 스크럼을 강화하는 데만 혈안이다. 한 차례도 경험하지 못한 괴이한 나라,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동떨어진 구겨질 대로 구겨진 천태만상으로 악취가 곳곳에서 진동한다.
 
지금 우리 세대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세대마다 살아온 배경과 경험이 다르고, 현실 인식에 대해서도 견해 차이가 분명하다. 첫 세대는 일제 식민지와 6.25 전쟁의 비극을 거치면서 가난과 풍요의 극한을 처절하게 체험했다. 그들은 고통과 불만을 삭이면서 오직 자식들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장래에 대해 늘 염려한다. 둘째는 소위 말하는 베이비 붐 세대로 전후부터 1980년대 초까지 태어난 부류다. 고도 경제성장을 일구어낸 주력부대이자 최대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대체로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경제적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기도 했다.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이 세대 안에서도 앞 세대와 뒷 세대 간의 사회를 진단하는 스펙트럼은 엇갈린다. 마지막은 그 후 세대들이다.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모 세대가 이룩한 물질적 혜택을 누리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 첫 출발선에서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극명하게 대조적이면서 냉엄하다.
 
이처럼 우리 내부를 파헤쳐 보면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중복된다. 국가가 안정적이면 긍정이 부정을 압도하면서 선순환이 일어나지만 반대의 경우는 악순환이 누적돼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 우리보다 앞서 매우 유사한 궤적을 밟아온 일본의 사례를 보면 공감이 가는 바가 크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발(發) 좌절의 본질은 성장 동력이 후퇴하면서 경제적 파이가 필요한 만큼 생겨나지 않음에 있다. 고도성장의 후유증을 고스란히 미래 세대들이 떠안은 것이다. 
 
있는 파이를 서로 차지하려는 경쟁이 촉발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 풍요를 경험한 구(舊)세대와 빈곤에 직면한 신(新)세대 간의 불협화음이 일본병(病)으로까지 도졌다. 최근 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후유증이 너무 컸고 자신감을 많이 상실했다. 일본과 우리는 다르다고 애써 강조하면서 외견상 태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처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과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보면 자칫 잘못될 시 일본보다 훨씬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는 예측이 단지 기우일까.
 
서구,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세대 공감과 도덕성 회복
 
일본과 같이 되지 않으려면 극단적인 처방이 불가피하다. 이 지경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마치 입버릇처럼 공정과 상식을 거론한다. 30년 전부터 현재까지 같은 구호를 줄기차게 외치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삶의 질이 높아진 것에 반비례해 도덕성은 발바닥에 떨어졌다. 나만 혹은 내 진영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자칭 IT 강국이라는 위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터넷상에서는 도를 넘은 익명의 막말과 비방으로 도배를 한다. 인격 모독과 훼손, 인간성 상실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판은 오히려 이를 부채질하면서 뒷짐을 지고 즐기는 듯하다. 지구촌에 이런 난장판이 또 어디에 있을지 낯이 화끈거린다. 무소불위의 집단적 이기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집단에 속하지 않은 개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강요할 정도로 살벌하다. 불만과 분노가 머리끝까지 꽉 차서 건드리면 바로 터질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공감과 화합이라는 용어는 이미 실종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래에 대한 논의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자정(自淨)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내부 구성원들의 대화 물꼬와 협력 고리가 사라졌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견을 해소하는 타협의 미덕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경계와 불신이 난무한다. 독자생존이 아닌 공존을 위한 공동체 정신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이러한 비정상에서 헤어날 수 없다. 선진국일수록 보편적 가치와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커뮤니티 내의 자정 노력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특정 개인의 일탈이나 부도덕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면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 서구 사회는 커뮤니티 내의 정기적인 축제나 무도회 등을 통해 상호 이해와 존중, 건전한 시민 의식이 뿌리를 내리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일본도 지방 소도시에서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마쯔리(祭り)’라는 행사를 통해 전통을 고수하면서 동시대(同時代)를 살아가는 세대 간의 교감이 만들어진다. 더불어 사는 지혜를 체감하고 편법이나 탈법을 일삼은 개인이나 집단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 과학의 발달로 생겨나는 문명의 이기를 극복하려는 현명함이 엿보인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도 있었던 이런 전통이 주변에서 사라졌다. 정서는 메마르고 이웃에는 무관심하다. 비리와 불의에 대해서도 수수방관하고 나만 다치지 않으면 된다는 자기 보호에만 골몰한다. 이럴수록 힘을 가진 자들의 횡포는 극심해지고 완장을 차기 위해 권력 주변을 맴도는 무리가 많아진다. 보편적 가치와 지성보다 선동적 궤변과 억측이 주객을 전도시킨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나 지났지만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유족들의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고, 이들을 위로하는 국민적 감정은 대동소이하다. 
 
안타깝게도 침몰 원인을 두고 아직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모가 가시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침몰 원인은 인명을 경시한 무리한 선체 구조 변경, 화물 과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도리다. 다시 강조하지만 대한민국호(號)의 침몰을 막기 위해선 자정 능력이 획기적으로 보강돼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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