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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알아차림’이라는 용어의 일반화를 위한 제언

간단한 ‘교통규칙’처럼 내면화 된 언어가 되길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09 09:37:50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알아차림’(혹은, 마음챙김)이라는 개념은 왜, 여전히 명상이나 심리치료의 용어로 분류돼 있어야 할까. 서구의 심리치료 용어이기도 한 알아차림혹은, ‘마음챙김(mindfulness)’에 대해 크리스토퍼 거머(Christopher K.Germer)알아차림(마음챙김)’지금 이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사람들은 보통 산만한 생각이나 자신의 견해에 사로잡혀 산다고 설파한다. 이런 주장은 존 카밧진이나 잭 앵글러 등 명상에 관한 연구물을 생산하는 의학자 및 심리학자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알아차림의 의미와 쓰임은 명상이라는 수행적 범주에서 빠져나와 국가 검인정 교과서 등, 공공의 용어로 사용되어야 할 시점이 된 듯하다. 이를테면, 모든 보행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인도(人道)를 걷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것처럼 누구나 다 지니고 있는 심리 도구인 알아차림또한 내면의 인도처럼 각자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보편적 개념으로 사용되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알아차림은 종교나 수행터가 아닌 일반 가정사에서 더 의미있고 빈번하게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알아차림’, 지금 이 순간을 살게 되는 일
 
주방에서 도마질 하던 아내가 갑자기 외마디를 내지른다. 아야! 하는 순간, 거실에 있던 내 몸 감각이 소리보다 빠르게 반응한다. 아이쿠, 또 손가락 베었구나! 생각과 동시에 아내의 손가락 끝을 베어낸 칼날과 스산한 통증 이미지가 전류처럼 내 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아내는 2주 전, 새끼발가락을 의자 다리에 부딪혀서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2주 정도는 석고 부목으로 단단히 감싸야 한다는 것을 의사에게 통사정하여 가볍고 통기성 좋은 플라스틱 부목으로 장딴지까지 감쌌다. 그런 상황에서 2주도 안되어 칼로 손가락 끝을 자른 것이다. 거즈와 붕대를 들고 간 나에게 아내가 피맺힌 손가락을 내밀었다. 다행히도 잘렸다기 보다는 베었다는 표현이 맞을만한 정도여서, 안으로 한숨을 삼켰다. 아내가 혼잣말을 했다. “요즘 이런 일이 왜 자꾸 일어나지? 알 수가 없네.”
 
예전 같았으면 속상한 김에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 내뱉었을 것이다. ‘칼질하면서 마음이 딴 데로 가 있으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 순간, 나의 내면에서 안돼! 하고 막아서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돼, 위험해! 내면의 소리는 한번 더 내 입을 틀어막는다. 아내가 나의 유사한 전과기록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기억 창고는 비밀 무기고에 다름 아니다. 이 상황에서 2년 전 어느날의 기억 창고가 열릴지, 10년 전 어느 여름날 오후 343, 경상도 어느 두메 산골 두번째 구빗길에서 그날 세 번째로 길을 놓쳤던 나의 운전 기록이 송환돼 올지, 예측불가다.
 
알 수 없는 일은, 저렇게 엄청난 기억력이 지금 이 순간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사태에는 수시로 아둔하고 어둡고 불가측 하다는 점이다. 건네주는 모바일 폰을 받다가 떨어뜨리거나 매일 타는 버스를 타고 보니 행선지가 다른 버스에 앉아 있는 일이 자꾸 벌어진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런 일이 어느 집에서나 비슷한 빈도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니. 위로도 이런 포근한 위로가 따로 없다.
 
젊은 나이든 홍시처럼 익어가는 나이든 간에 몸과 마음이 따로 굴러가는 일은 이렇게 심심찮게 일어난다. ‘심심찮다보니 빈번해지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는지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중독성의 함정에 빠져든다.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데워져오는 실험용 비커 물에 안주하여 어느 순간 탈출할 힘조차 잃게 되는 개구리 증후군을 실연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몸 따로 마음 따로 살아가는 시간과 상황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텔레비전 광고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보장성 보험, 치매, 기억력, 시력, 혈관계 의약품 들이 어느새 주요 광고 시간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환란의 대비가 고작해야 약물이나 의약품 정도라면 차원이 다른 세기를 살고 있는 21세기 인류로서 보수적이고 상투적인 대응이지 싶다. 다행히도 인간 본연에 대한 이해의 측면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성 확보에 방점을 찍는 학문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른바 마음에 대한 탐구다. ‘심리치료’ ‘마음과학’ ‘뇌과학’ ‘마음 생리학등이 앙상해진 인문학의 영역에 영양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아차림 혹은, 마음챙김은 위 학문 전체를 관통하고 포섭하는 의미 중 핵심이다. 심리치료 학자인 크리스토퍼 거머나 존 카빗진 등에 따르면 이 알아차림의 의미는 초기불교의 사띠(sati)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으며, 사띠는 다시 옥스퍼드 사전에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로 영역 등재되어, 차츰 인지심리학 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마인드풀니스는 한국에서 알아차림’ ‘마음챙김등으로 번역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알고보면, 우리에게 있어서 알아차림의 의미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500년 전부터 통용되었던 일반적 심리 메커니즘이다.
 
알아차림이라는 용어를 종교색 빼고재 풀이한다면 자신에 대한 상위인지(上位認知. metacognition) ,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하는 심리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라는 인간의 근본 메커니즘 연구가 200여년 정도인 서구에서 마음으로 생각을 보고, 마음으로 몸을 보고, 마음으로 맛을 보는등의 행위는 여전히 낯설겠지만, 동양의 입장에서 마음은 자신의 의식에 깊이 곰삭아서 뼈가 되고 피가 된 중심 의식체계인 것이다.
 
알아차림지금 이 순간은 같은 의미 다른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신을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게 하는 것이 바로 알아차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부엌칼로 무채를 썰어대고 있음을 알아차리는것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함이라는 현상과 오차 없이 일치한다. 만약, 지금 이 순간과 알아차림이 정밀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손가락 끝은 당장 위험해진다.
 
알아차림의 의미와 용례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나 명상 수행터의 전용어가 아닌 중등학교 교과서나 우리들 대화 속에 자연스레 뒤섞이는 어휘가 되기를 기대한다. _()_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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