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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충격의 ‘버닝썬 사건’ 그 후(上-강남클럽 실태①)

“‘여성의 몸’이 전부인 그 곳, 세상과 단절된 광란의 현장이었다”

일부 MD 통해 마약 성행…여성 대상 성범죄 만연

술에 약 타서 여성에게 먹인 후 성폭행 사례 빈번

거리유지·휴식·환기 등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버젓

기사입력 2021-11-29 00:07:47

2018년 11월 24일 강남의 이름난 유명 클럽에서 일어났던 ‘버닝썬 사태’는 최초 유흥가에서 흔히 일어나는 단순 폭력 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후 불거진 각종 의혹들로 인해 대한민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로 급부상했다. 마약 관련 제보가 잇따랐고 사법당국의 미온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권력유착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후 관련자들의 재판이 하나 둘 마무리되고 동시에 코로나 사태로 클럽들이 일제히 장기간 영업정지에 돌입하면서 ‘버닝썬 사태’는 대중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그러나 최근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클럽들이 일제히 영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또 다시 클럽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닝썬 사태도 새삼 재조명되는 모습이다. 일부 클럽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여전히 클럽 내에선 과거와 마찬가지로 마약유통·성범죄 등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과거 클럽범죄를 뿌리 뽑지 않은 탓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반응이 우세한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충격의 버닝썬 사건 그 후’를 선정하고 강남 클럽의 현재 실태와 과거 버닝썬 사태의 주요 맹점 등을 취재했다.

 
▲ 서울 강남 지역 곳곳에서 영업 중인 클럽 내부는 방역위반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클럽 내부.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박선옥 팀장|오주한·김학형·강채영 기자]
 
2018년 ‘버닝썬 사건’과 코로나를 거치면서 잠잠했던 클럽범죄가 또 다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거래, 성매매·성폭행 등 각종 강력범죄를 비롯해 방역지침 위반도 빈번하게 발생 중인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파악됐다.
 
손쉬운 돈벌이 위해 ‘일탈’ 나서는 일부 클럽 MD들
 
최근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각종 마약·성범죄·폭력 사건의 중심엔 일부의 사례이긴 하지만 속칭 ‘MD’라 불리는 클럽 종업원들이 깊숙이 관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D의 원래 의미는 ‘상품기획자’를 뜻하는 ‘merchandiser(머천다이저)’의 약자이지만 클럽 등 유흥가에선 예약, 고객관리 등을 도와주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 MD들은 클럽 내부 사정에 밝다 보니 불미스러운 일에도 자주 연루되곤 하는데 최근에는 MD가 각종 범죄에 직접 가담하거나 주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클럽MD 최영훈 씨(가명)는 “MD는 속칭 ‘물게(물 좋은 여성 손님)’를 물어와 남성 손님과 직접 연결시켜주는 업무를 한다”며 “물게가 많아야 손님이 많이 몰린다”고 귀띔했다.
 
최 씨에 따르면 클럽 한 곳당 수십~수백명가량 존재하는 MD는 통상 자신이 유치한 테이블 손님이 지불한 금액의 15~30%를 수수료로 챙긴다. 강남 클럽의 테이블 시세는 최고 1억원까지 육박하기도 하다 보니 MD의 수익도 만만치 않다. 평균적으론 금~토 이틀 근무하고 100만원가량 수익을 올려 월 400만원을 버는데 강남 유흥가에서 ‘톱3’에 드는 MD들은 최소 월 2000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 잘 쓰는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MD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간혹 존재한다. 바로 남성 고객에게 마약을 판매하는 것이다. 최 씨는 “마약을 구매하는 손님의 목적은 성범죄다”며 “술에 약을 타서 여성에게 먹이고 성폭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공항처럼 소지품 검색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클럽 차원에서 약물 반입을 막기는 어렵다”고 했다. 
 
▲ 1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클럽의 밤 12시 폐장 후 외부 모습. 이날 인도에서 공유킥보드를 넘어뜨리며 쓰러진 취객 때문에 구급차가 출동했다. ⓒ스카이데일리
 
이어 “일부 MD는 아예 범죄가 용이하도록 만취한 여성을 남성 손님 방에 밀어넣는 이른바 ‘던지기’를 일삼기도 한다”며 “클럽은 사실상 ‘여성의 몸’을 통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피해 여성도 모르게 이뤄져 사실상 ‘성착취’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강남 클럽에서 일했다는 전직 PM(promoter) 구영미 씨(여·가명·28세)는 각종 범죄를 직접 목격해 온 당사자다. 구 씨는 독한 술을 마시는 이들이 몰리는 만큼 클럽 내에선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특히 마약류는 버닝썬에서 사용된 GHB, 이른바 ‘물뽕’부터 대마나 엑스터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 씨는 “일부 MD는 손님이 찾을 경우를 대비해 ‘물뽕’이나 ‘떨(대마)’, ‘아이스(필로폰)’ 등을 미리 구해 놓고 뻥튀기한 가격에 팔기도 한다. MD가 가지고 있는 것도 봤고 손님이 (투약)하는 것도 봤다”면서 “마약을 한 사람은 눈동자 같은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하던데 술에 취한 건지 약에 취한 건지 사실상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 씨에 따르면 강남 클럽들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잘 나가는 클럽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PM은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테이블을 파는 ‘현장 영업’과 게스트 번호를 받아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재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게스트 영업’을 한다. 클럽과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남자는 돈을 기준으로 고르고 여자는 외모를 보고 고른다.
 
MD는 고객의 연락을 받아 테이블을 예약해주고 온갖 요구를 해결한다. 기본적인 술·음식 서빙은 서버가 한다. 입장 희망자가 많으면 경매처럼 베팅(betting)을 유도한다. 평일에는 수십만원에 살 수 있는 자리가 주말에는 수백, 수천만원까지 치솟는 이유다. 테이블을 쪼개 파는 일명 ‘조각 판매’도 MD의 권한이다.
 
구 씨 역시 클럽이 ‘여성의 몸’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여자들은 그냥 춤추러 가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남자는 백이면 백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고 온다. 클럽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MD가 성폭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걸 알게 됐다. 몇몇 MD는 아예 여자 연결시켜주는 일을 위주로 일하는 것도 봤다. 다른 MD도 여자 들여보내고 방조하는 건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주말 저녁의 강남 클럽, 그 곳은 세상과 단절된 광란의 현장이었다”   
        
▲ 한 강남 클럽은 밤이 늦을수록 사람들의 마스크가 내려갔고 술잔, 물병 주인을 찾기 어려웠다. 사진은 한 강남 클럽 내부. ⓒ스카이데일리
 
최근 클럽에선 과거 버닝썬 사건 당시엔 없었던 위법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들어 완화된 방역수칙에 따라 클럽, 룸살롱 등 유흥주점의 영업시간은 밤 12시까지로 늘었다. 지난 주말 오후 7시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방문한 강남의 한 유명 클럽은 입구에서 신분증과 얼굴을 꼼꼼히 대조했다. 전자출입명부 기록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여부도 철저히 확인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MD는 카드 결제 대신 현금이나 계좌 이체로 입장료를 요구했다. 현금영수증을 요청하자 현금을 낸 덕분에 싼 가격에 입장할 수 있는 거라며 영수증 발급을 거부했다. 현재 클럽을 포함한 유흥업은 관련법에 따라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업종이다.
 
손소독제는 입구에 놓인 2통 외에 시설 내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입장객이 늘면서 간격 유지는커녕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현행법상 클럽은 이용자 간 1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하며 신고·허가면적 4㎡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
 
클럽 내부에서 만난 한 이용객은 “(코로나19가) 걱정은 되지만 이럴 줄은 알고 왔다. 대놓고 클럽에 뭐라 할 수도 없고 말 한다고 바뀌는 게 있겠냐”며 “일단 즐기러 왔으니 스스로 조심하면서 재밌게 놀다 가면 그뿐이다”고 말했다.
 
테이블 사이의 칸막이도 춤을 추며 옮겨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음악 소리가 매우 커서 모든 이용객이 상대방 귀 가까이 다가가서 대화하거나 소리를 질렀다. 일부 테이블은 커튼으로 칸막이를 대신했고, 일부 좌석은 끈적끈적한 이물질이 있어서 뭐라도 덮어야 앉을 수 있었다. 방역 이전에 위생 상태부터 의심스러운 지경이었다.
 
입장 초반 잘 쓰고 있던 마스크는 밤 11시 반을 넘기자 절반 가까이가 벗거나 입이나 턱에 걸쳐졌다. 바에서 제공하는 술은 누구 것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 이날 클럽에 있었던 5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휴식시간이 없었다. 방역 수칙에 따르면 클럽은 ‘1시간당 10분 또는 3시간 당 30분 환기 및 방역을 위한 휴식시간제’ 운영이 의무다.
 

 [김학형 기자 / sky_hhkim , hh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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