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뉴 삼성’과 ‘미래’로 평가된다. 이번 출장에서 미국 동서부를 횡단한 이 부회장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큰 획을 그렸다. 바이오와 5G, 인공지능(AI)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적극 챙기기도 했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2일(현지시간)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CEO(최고경영자) 등 구글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는 구글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고용계획을 지난 2019년 발표한 바 있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동맹’을 맺고 애플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구글이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들어갈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생산은 현재 삼성전자가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분야에서 양사의 협업 관계는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구글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잇따라 방문해 ‘글로벌 IT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 간 AI,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혁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된 전략을 공유와 공조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한 새로운 생산기지 구축도 본격화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 미국 출장길에 신규 파운드리 투자도 확정 짓는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2공장 설립을 발표한지 6개월여 만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설 지역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시는 1공장이 위치한 오스틴시와 불과 30마일(약 50㎞) 떨어진 곳에 있다. 협력 업체 등 기존 산업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텍사스가 첨단 산업의 부흥지로 급부상 중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북미 지역 고객사간의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중된다.
이 부회장은 또 수도 워싱턴D.C에서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잇따라 면담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행정부와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이 부회장은 바이오와 5G, AI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도 집중적으로 챙겼다. 지난 16~17일 매사추세츠주에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코로나19 백신 등 바이오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게 대표적이다. 뉴저지주에서 버라이즌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관련 비즈니스 미팅을 가지기도 했다.
그는 특히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s)과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등의 연구원등과 만난 자리에서 ‘초격차’를 넘어 ‘미증유(未曾有·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 없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며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말하며 그동안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략으로 대표되는 ‘초격차’만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르면 오늘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오는 25일 속행되는 삼성물산 합병 등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복귀하면 한동안 국외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해 가능한 많은 고객사와 접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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