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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정략에 묻혀버린 헌법 개정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09 10:12:36
▲ 이동호 변호사
/민주당 송영길 당대표의 국민통합 개헌 제안은 긍정적
/그러나 선거 막판 개헌 제안은 정략적 의도 의심 유발
/권력 독식하다 갑자기 국민통합 운운도 진정성에 의심
/문대통령도 개헌안 직접 제출로 국회 논의 좌초시키기도
/다음 정부, 누가 집권하건 정략 배제하고 개헌 임해야
 
이 글이 실리는 날은 공교롭게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이다. 당연히 독자들의 관심은 대통령 당선자가 누구냐에 온통 쏠려 있을 것이다. 비록 선거는 끝났겠지만 그러나 필자는 대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가 한 개헌 제안의 문제점을 짚고자 한다.
 
송영길 당대표는 지난달 24일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을 주제로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는 새정부가 ‘국민통합 정부’가 되도록 하기 위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국민 내각 구성,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에서 국정기본 계획 수립,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초당적 국가안보회의 제도화, 양극화 극복을 위한 사회적대타협 위원회 구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회 또한 ‘국민통합 국회’가 되도록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등을 도입하여 다당제를 구현하고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방안도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헌법 개정 제안이다. 국민통합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고 대통령과 국회의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통합 개헌’을 새정부 출범 1년 이내에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은 흠잡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별로 호응하지 않았고 정가의 반응은 아예 싸늘했다.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에게 ‘정치교체’를 논의하는 회담도 제안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고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 간 단일화를 방해하려는 수작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었다. ‘통합정부ㆍ정치교체’를 명분으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후보 간 막판 단일화를 끌어냈지만 김동연 후보 지지율이 워낙 저조하다 보니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외면당한 이유는 우선 개헌 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총선 결과 민주당이 얻은 의석수는 절반을 훌쩍 넘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국민통합 개헌을 얼마든지 추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러나 여당은 개헌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유례없이 독식하며 권력 행사에만 열중했었다. 그러나 처참할 정도의 성과밖엔 남기지 못했다. 날치기를 무릅쓰며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은 오히려 전월세 값 폭등만 불러왔다. 검찰총장과 극한 대립을 감수하며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에 집중했지만 검찰총장을 야당의 대선 후보로 우뚝 세워주고 말았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며 종부세율을 대폭 인상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폭등한 부동산값을 아예 기정사실화 해 준 셈이기도 했다. 그 사이에 국민들은 양 진영으로 나뉘어 거의 심리적인 내전을 치를 정도로 국민 분열이 심각한 지경에 빠졌다. 이제와 과연 국민통합을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일 정도로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개헌을 꺼낸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개헌이면 선거 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 막판에 제안을 하니 누가 보아도 이상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딱히 공약 대결도 없을 정도로 승부가 정권 교체냐 연장이냐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밀리고 있는 여당이 개헌을 제안하니 막판 판세를 뒤집으려는 정략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10월경에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제안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최순실 등 측근 비리 의혹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의도로 의심받았기 때문에 곧바로 좌초되고 말았었다.
 
이렇게 개헌은 정략적인 의도를 의심받으면 좌초되기 쉽기 때문에 정말 분위기가 좋은 때 추진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두고두고 아쉬웠던 대목이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었다. 2017년 1월 당시 20대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었다. 1987년 개헌으로부터 딱 30년째 되는 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의미 깊었고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로 구체제의 파산이 확인되었으므로 이제 새로운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매우 컸었다. 게다가 정치 지형도 아주 절묘했다. 민주당, 새누리당 그리고 국민의당의 3당 체제라서 거대 양당 간 극한대립을 피하면서 제3당인 국민의당의 중재에 따라 잘만하면 개헌안을 도출해 볼 절호의 찬스를 맞았던 것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그 해 5월 치러졌던 대통령 선거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다음 해(2018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포문을 열었고 다른 후보들도 동일한 공약을 제시했었다. 가장 중요한 대통령 권력 구조와 관련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원집정부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참고로 이번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국민내각 제안은 지금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의 분권형 대통령제에 보다 근접한 제안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왠지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원래는 다음 해 2월까지 개헌안을 도출하기로 했는데 합의점은 잘 도출되지 않았고 특위 활동 시한만 2018년 6월까지로 연장이 되었다. 그러다가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ㆍ개헌 동시 투표에 반대로 돌아섰다. 지방선거 이슈가 개헌 이슈에 매몰될 우려를 이유로 들었는데 별로 납득이 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개헌 판을 깬 것은 아니었고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것은 외형상으로는 선거 비용 절감이 이유였기 때문에 좀 더 국회가 논의 시간을 갖도록 개헌 투표를 늦추지 못할 이유도 사실은 없었다.
 
그런데 파국의 서막은 문재인 대통령이 열었다. 지방선거ㆍ개헌 동시투표를 밀어 붙이려고 2018년 3월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당시는 드루킹 특검 등으로 여야가 대립했던 시점이라서 국회 통과가 어림없었다.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 등 소수 야당들조차 대통령에게 개헌안 철회를 요청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듣지 않았고 개헌 논의는 전면 중단된 채 대통령 개헌안도 20대 국회 종료로 폐기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 후 치러진 2020년 5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지만 국민통합보다 권력 행사에 몰두했음은 앞서 살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니 2017년 대선 승리 후 민주당은 개헌을 별로 달갑지 않았던 것 같다. 대통령 권한 축소로 갈 수밖에 없는 개헌보다는 기세를 몰아 연이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하여 완벽하게 권력을 장악하고자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아예 판을 깨버렸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민주당은 원하는 권력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민심은 장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결과가 이번 대통령 선거 막판의 맥없는 국민통합 개헌 제안인 것 같다. 결국 이번 문재인 정권은 개헌을 정략에만 이용해서 5년 임기를 허송세월했다는 생각이다. 차기 정부는 어느 당이 집권하건 정략을 배제하고 개헌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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