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장애인에게 인신매매 당한 탈북여성이 있었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방에 갇혀 있었는데, 그 장애인이 매일 술 마시며 도박을 하고 빚을 지면 해당 탈북 여성과 성관계를 빌미로 빚을 대신 갚았다. 이런 탈북 여성을 한두 명 만난 게 아니다. 중국으로 탈북하는 순간 북한 여성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 취급을 받게 된다”
최근 기자가 만난 탈북자 A씨는 이같이 증언하며 중국 내 탈북여성 인권 유린의 참상을 전했다. A씨는 2001년 탈북 후 약 15년간 중국에 체류하며 인신매매를 당한 탈북 여성을 구출하는 일을 하면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탈북여성의 인권유린 현장을 접하며 울분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국제사회가 이같은 사실을 묵인하고 있는 것을 개탄한다며 북한인권의 실태를 소상히 전했다.
그가 주로 활동한 곳은 중국 내 지린성·헤이룽장성·산둥성 일대다. 이 곳은 인신매매 당한 탈북 여성들이 주로 체류하는 곳으로 A씨는 지린성을 중심으로 인신매매 당한 탈북여성들을 소정의 대가를 받고 구출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팔려 간 여성들에 대한 정보를 브로커에게 얻고 해당 장소에 팀을 꾸려 가면 여성들이 매매혼 등으로 위장된 혼인빙자 상태에서 강간을 당하고 성매매를 강요받기까지 한다. 적게는 한국 돈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수준의 금액에 판매되는 여성들에 대한 인권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탈북자 72%가 여성, 상당수가 탈북 중 인신매매 경험
실제로 탈북 여성 인신매매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북·중 접경지대를 통해 공공연하게 벌어져 온 국제사회 내 인신매매 범죄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왔다. 2014년 유엔인권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내 탈북민 숫자는 5만~2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탈북민 가운데 약 72%가 여성이다.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범죄 피해 실태’에 대해 2018년 발행 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응답여성 중 절대 다수에 해당하는 90.7%는 중국에서 강제범죄의 경험이 있으며, 과반인 57.7%의 여성은 국경을 넘자마자 인신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통 압록강, 두만강 근교의 북·중 접경지역 전역에서 강제결혼과 성매매를 중심으로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결혼을 하게 된 대다수 피해자들은 사실상 강제 임신 혹은 중절수술을 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거나 가사노동 및 농사 등을 통해 노동착취를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강간 및 성폭력·폭행·구금·감시·성매매 등을 강요당하기 일쑤라는 얘기다. 성매매업자들에게 거래된 경우 대부분 성매매, 유흥업소 혹은 종업원 숙소에 구금된다. 이들이 심각한 폭력·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제보자 B씨는 “1980년대부터 중국에서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문화 안에서 노동착취를 통한 부의 축적 수단으로 여겨졌고, 이 과정에서 사회구조 및 문화적 토양을 통한 탈북여성들의 ‘공급’이 당연히 경제적 거래관계를 제공하는 시장에서 주요 상품이 됐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가부장적 사회문화가 탈북여성의 인신매매문화에 밑바탕으로 작동해 왔다는 얘기다.
2018년 10월, 섹스캠에 8년여간 시달리다 탈북한 여성 C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집에서 공부를 안 시켜줘서 탈북 브로커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인신매매 그룹의 일원이었다”며 “식당에서 일하거나 시집을 갈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조선족 가정에 넘겨진 후 섹스캠(북한 말 ‘컴퓨터 성봉사’·인터넷 방송에서 돈을 받고 주문된 성행위를 사이버상에서 보여주는 것)을 해야 하는 걸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C씨가 도착한 곳은 앞서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들이 아파트에 감금 돼 섹스캠에 동원되고 있었다.
또다른 피해 여성 D씨는 “탈북 여성들의 비극은 중국으로 팔려가는 ‘인신매매’부터 시작된다”며 “중국에 가보면 열에 아홉은 농촌·공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간 여성들이 대부분”이라고 증언했다. 그녀는 옌볜 버섯공장에서 일할 여성을 모집중이라는 말에 속아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넜음에도 같이 간 탈북 여성들과 함께 당시 한화 약 300만원의 가격에 중국의 장애인 남성에 인신혼을 당했다고 한다. 중국 항저우의 농촌마을에 팔려간 E씨는 “처음에 북한 여자가 왔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났는데 이후 남편과 시아버지, 시아주버니란 사람이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인신매매 과정을 살펴보면 탈북여성들의 증언과 같이 거짓과 사기로 회유하며 이들을 납치한다. 복수의 소식통 의견을 종합하면 북한국적 혹은 조선족 인신매매 브로커는 피해 여성을 납치하거나 길 안내와 직업 소개 등의 명목으로 이들을 유인한다. 이때 가해자는 피해자의 친척·동창·이웃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피해자가 인신매매에 대한 위험이 없는 월경, 밀수목적으로 매개자에게 먼저 접근을 한다. 인신매매 업자들은 대부분 6~7명 사이의 가족 간 소규모 조직으로 알려졌다. 감금·폭행·성폭력 등의 폭력에 시달리며 최종구매자에게 넘겨진다.
탈북자들은 보통 생활고와 정치탄압을 피해 탈북을 결심한다. 이들이 국경을 넘는 순간 브로커를 만나 강제결혼 등으로 포장된 인신매매 범죄에 노출된다. “수익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회유하거나 혹은 “공안에 신고 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형식 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굴복시킨다. 최종구매자는 자신이 지불한 인신매매 비용을 ‘빚’으로 전가해 강제노동과 성매매 등을 통해 갚도록 한다.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결혼하게 된 피해자는 많은 조사에서 가사노동, 농사, 노동착취, 강간 및 성폭력과 성매매 등을 강요당하며, 보통은 유흥업소나 종업원 숙소에 주로 구금되고 심각한 폭력과 성폭행을 경험하는 것으로 증언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섹스캠에 동원됐던 탈북 여성 F씨와 G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집 입구는 물론이고 방문도 항상 잠겨 있었으며 안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였다”며 “이는 완벽한 감금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반년에 한 번, 수익을 많이 올리면 한 달에 한 번 야외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도 사장의 감시가 따라붙었다. G씨는 “도망을 칠까 봐 물 한 병을 사는 데도 그 사람이 다 하고 말 한마디도 못하게 했다”고 했다. 반항을 하면 주먹질과 매질로 폭력을 가했다는데, 각각 수년 동안 단 한 번도 가족들과 연락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국제사회 외면과 북·중 협력 미비에 희생당하는 북한인권
이들은 보통 중국에서 탈북할 때 선교, 시민단체 등의 구조단체를 통한 경우가 많고 북한에서 스스로 모은 돈 혹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지원을 포함해서 만나는 경우도 많다. 브로커에게 외상 빚을 갚는 이들은 친척·친구 등에게 돈을 빌린다. 1999년부터 23년째 탈북민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해당 여성들을 구출하는 일을 해 왔다. 그는 감금된 곳을 조력자 등과 함께 팀을 꾸려 찾아간 후 밧줄 등을 동원해 여성들을 구출해 왔다. 천 목사에 따르면 가장 많이 이용되는 탈북 루트는 싱가포르·대만·태국 등 동남아를 거쳐 들어오는 ‘동남아시아 루트’이다.
중국을 벗어나면 친서방 국가인 해당 국가들에서는 북송을 막고 오히려 탈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것이다. 천 목사는“탈북자의 여정 중 가장 위험한 루트는 바로 중국”이라며 “요즘은 한국에서 온 많은 탈북자가 브로커 일을 해서 탈북 루트 개발은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각종 증언에 의하면 중국 내에서 국경에 다다르기까지 검문소를 지난 후 한 사람당 수백만원의 돈을 밀입국 전문 브로커에게 넘기면 이들이 중국에서 태국 등 동남아로 밀입국을 주선해 성사시켜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탈북여성에 대한 국내외의 사법적 제도적 대응이 없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인신매매 범죄는 30여년 범죄 형태로 이어져 왔다.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는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북한을 최악의 인신매매국가인 3등급(tire3)에 분류했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에서 국제적 감시와 견책에도 인신매매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고 특히 탈북 여성을 중심으로 고질적인 인신매매가 자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인신매매범죄는 다양한 형태로 초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북한과 중국 당국의 비협조로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발간된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들의 모임(APPG NK)’의 북한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 당국에서 반인도적 잔인 행위와 심각성에 대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2014년 이후의 권고에도 상황은 수년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에는 북한 이탈주민 등이 제3국에서 겪은 인신매매범죄의 문제는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이들에 대한 지원으로 정책적 고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실제로 피해여성들은 중국 등 제3국에 은신, 체류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한국에 넘어와야만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 및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북한 내부 국경이 닫히며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게 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고작 33명에 그쳐 2020년 229명에 이어 최저치를 보였다. 천 목사는 “중국, 북한, 동남아 전체가 다 검문도 그렇고 코로나19 때문에 통제하니까 꼭 구해주고 싶은 사람도 길이 거의 없다”라며 “네트워크가 다 끊어져서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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