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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소비자물가 4.8% 상승

대외리스크, 소비자 지갑에 손댔다

기사입력 2022-05-05 00:02:30

▲ 김기찬 경제산업부 기자
 2000년대 초 미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초 저금리 정책을 펴 주택융자 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고, 비우량 대출자들 사이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유행했다. 해당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금리 보다 주택 가격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기 때문에 파산하더라도 주택 가격 상승이 담보가 돼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았고, 유행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상승한 부동산 ‘거품’(버블)이 꺼지기 시작했고,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올라 대출자들은 원리금을 갚을 수 없는 환경에 처했다. 이에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게 돼 줄줄이 파산이 이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도 알려진 이 사태는 2008년 미국 금융회사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이어져 국제금융위기를 촉발했다. 금융위기 충격은 자본유출, 주가폭락, 환율급등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고, 소비자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쳐 당시 국내 연평균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4.7% 상승했다. 특히 국제 원자재와 원유, 곡물 등 물가는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고, 석유류 및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비용, 개인서비스 요금 등이 높이 올랐다.
 
1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안타깝게도 2008년의 악몽이 재현됐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이 규모의 상승률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당시 상승률과 얼추 비슷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측 관계자는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큰 오름폭을 지속한 가운데 전기·수도·가스의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4.8% 상승했다”며 “석유류·개인서비스 상승폭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 불안 요인 때문에 당분간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설명한 소비자물가 상승 원인은 국제금융위기 당시 소비자물가가 오른 이유와 비슷하다. 다시 말해, 금융위기 때처럼 일종의 ‘대외 리스크’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했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졌으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상된 원자재가격 △중국의 도시 봉쇄 △미얀마 신외환정책 △인도네시아 정부의 팜유 수출 금지 등 대외리스크로 물가 상승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우선 러·우 전쟁의 경우 곡물·연어 등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중국의 도시 봉쇄로 수출입에 제한이 걸리는 것 역시 식자재 물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은행의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외화거래 중단 역시 소비재 수입업체의 현지 판매가 어려워져 소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단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팜유는 국내에서 비식품용으로 수입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의 팜유 수출 금지가 식품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팜유가 화장품·세제 등 분야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식품 외 품목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대외리스크를 잡기 위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지만, 결국 소비자 주머니 사정은 어려워지고 있다.
 
서민 생활물가 안정은 대외리스크로 촉발된 문제들 중에서도 최우선 현안이다.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물가 상승과 관련한 목표치, 안정화 정책 등을 공표해 소비자 안심을 유도하면서 경제계 의견을 지속 수렴해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기찬 기자 / gc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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