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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지방소멸, 오래된 미래(中-경제)

수도권·비수도권 일자리 격차 심화… 기업도 청년도 ‘서울로’

전국 中企 절반 비수도권 소재…대기업은 4곳 중 1곳에 불과

양질의 일자리 찾으러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들 급증

KDI “기업의 지방 이전은 한계…비수도권 도시 생활권 묶어야”

기사입력 2022-05-23 00:05:22

▲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가운데 수도권에 위치한 곳은 무려 743개(74.3%)에 달했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입주했던 한 식품업체가 폐업한 모습. [사진=뉴시스]
 
[특별취재팀=김학형 팀장|장혜원·윤승준 기자]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간 경제적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규모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하면서 비수도권의 생산성은 나날이 감소하는 추세다.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몰리면서 미래자원인 지방 청년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기업은 지방으로 이전하지 못하고, 청년들도 낙후된 사회기반시설(인프라)과 적은 임금을 감당하며 일하려 하지 않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청년이 모두 떠나자 비수도권의 인구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중앙·지방정부는 수년째 한발 짝도 내딛지 못한채 고민한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기업의 지방 이전만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푸는데는 한계가 있어 비수도권 도시를 생활권 체계로 묶어 상생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수도권 임금, 수도권보다 29만원 ↓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기본통계’에 따르면 2019년 말 전체 중소기업(688만8000개) 중 수도권에 자리한 기업은 총 353만3000개사(51.3%)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경기 170만5000개사(24.8%), 서울 147만4000개사(21.4%), 인천 35만4000개사(5.1%) 순이다. 수도권 중소기업 비중은 2015년 50.7%에서 4년 새 0.6%p 올랐다.
 
대기업의 수도권 쏠림은 더욱 심각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곳은 525개사(52.5%)에 달했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181개사(18.1%), 37개사(3.7%)로 상당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743개(74.3%)다. 수도권 대기업 525곳의 매출액은 총 1940조1275억원으로 전체 86.8%를 차지했다.
 
대기업이 서울로 떠나자 비수도권의 생산성은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은 1936조4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GRDP는 1017조407억원(52.5%)에 달했다. GRDP는 지역 내에서 창출한 최종생산물가치의 합으로 각 시·도내에서 경제활동으로 얼마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를 말해준다. 도시의 GDP인 셈이다.
 
지역별로 경기(25.1%), 서울(22.7%) 순이었다. 지방 중에선 수도권에 가까운 충남이 5.9%로 그나마 높았다. 사실 2014년만 해도 비수도권의 GRDP는 789조4830억원(50.5%)으로 수도권(776조6050억원)보다 많았지만 이후 격차는 벌어졌다. 2015년 49.9%, 2016년 49.6%, 2017년 48.7%, 2018년 47.8%, 2019년 47.9%, 2020년 47.5% 등이었다.
 
지역경제가 쇠퇴하면서 일자리 수는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취업자 수는 1990년 1032만명에서 2020년 1338만명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도권 취업자 수가 776만명에서 1352만명으로 두 배 증가한 것과 상반된다. 특히 청년들이 지역을 이탈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가 작년 11월 공개한 ‘지역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과 대응 방향’에 따르면 2020년 기준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9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4만2000명에서 4년간 두 배 넘게 뛰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고임금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수도권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2020년 기준 295만원으로 비수도권(266만원)보다 29만원 많았다. 수도권 산업구조의 탈제조업화와 비수도권 제조업 분야 불황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비중은 1990년 27.2%에서 2020년 16.3%로 감소했다. 이 기간 제조업 취업자 중 수도권 비중도 53.6%에서 46.9%로 하락하는 등 수도권 중심의 탈제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지방소멸의 위험을 초래하는 현상은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과 감소로 청년층이 선호할 수 있는 지역 일자리의 부족과 이에 따른 청년 유출이 핵심 요인이다”며 “고령화와 저출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의 청년 인구유출 확대는 앞으로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의 질적인 부분도 청년들의 이탈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도별 취업자 중 농업 취업자 비중은 전남 20.7%, 경북 19.7%, 전북 17.5%에 달했다. 강원(9.9%)을 제외한 모든 비수도권에서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반면 비수도권 내 소매업(자동차 제외), 교육서비스업, 음식점·주점업, 전문직별 공사업, 보건업 일자리 비중은 한 자리 수에 불과했다. 직업별로도 수도권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비중은 높았지만 비수도권은 ‘농·축산 숙련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래 일자리의 분포도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 성장을 주도할 미래 일자리조차 수도권으로 편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초광역권에 기반한 지역의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서비스 3대 업종(소프트웨어·정보서비스, 영상·방송·창작예술, 연구개발·전문서비스)의 종사자 수는 최근 5년간(2015~2020년) 31만3000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수도권 순증가 수는 25만2000명에 달했다. 전국 대비 80.4%에 이르는 셈이다.
 
직무상 ‘관리자그룹과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그룹의 일자리도 순증가의 75.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전·세종(행정수도)이나 전남(나주혁신도시)처럼 특별한 정책요인을 제외하면 산업전환을 선도하는 핵심 일자리들이 수도권에서만 늘어난 셈이다.
 
김영수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비수도권 지역 중추도시의 지식서비스 기능이 취약해 산업융합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의 우수인력의 수도권 유출이 심각한데 지역의 생산현장과 밀착해 운영되던 민간기업의 기술연구소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해 지역의 혁신생태계가 와해될 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수도권 이전의 배경으로 모두 지방에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우수인력과 일자리 간에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벤처캐피탈과 창업지원기능(엑셀러레이터)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의 벤처창업 생태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그래픽으로 수정 예정
 
고용정보원 “지역 주도, 중앙이 지원하는 일자리 정책 필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지역발전의 정책방향과 전략’ 보고서에서 기업의 지방 이전만으로는 지역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이전은 단기적으로 고용·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기업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악화해 기업의 성장·생존 가능성을 낮춰 지역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자체들이 추진 중인 이전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등의 혜택이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남창우 KDI 경영부원장 등은 “광역 간 이전한 기업 중 많은 기업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전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다른 시도로 이전한 기업과의 양극화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론했지만 지역에 상관없이 이전기업은 대부분 건전성·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결과는 정책당국이 기업에 대한 이전지원정책의 효과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평가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광역 재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 도시들을 생활권 체계로 묶어 상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전, 대구, 울산, 부산, 광주 등 광역시와 각 주변 지역 간 연계성에 주목했다.
 
남 경영부원장 등은 “광역시와 주변지역은 상당한 수준의 연계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광역시의 성장전략이 주변지역과의 연계성 속에서 이뤄져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면서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생활권 체계를 파악해 인근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생활 SOC 공급의 사각지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생활권 분석은 공생을 위한 공간적 틀을 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에서 지역의 주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일자리 사례와 모델’ 보고서에서 급속하게 변하고 복잡해지는 지역의 산업과 노동시장 환경에서 다양한 일자리 정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지역의 주도성을 강화한다는 전제하에서 중앙과 지역의 역할 분담과 협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결정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사회안전망과 고용인프라 등은 어느 지역에 있든 공통적이고 보편적이어야 하지만 지역의 중소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경력단절 여성·장애인·중장년층 등 취약계층의 대상과 특성에 따라 맞춤형 훈련과 취업지원을 시행하는 영역에서는 지역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며 “중앙정부는 단순하면서도 튼튼하게 정책을 시행하고 지역 차원에서 촘촘하고 세밀하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정해지면 그 다음 단계로 지역의 산업과 노동시장 구조에 따라 일자리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지가 중요하다. 고용정보원은 ‘산업-교육-복지’와 연계한 일자리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지역의 전략·뿌리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 각종 투자 등과 연계해 청년인재와 현장 숙련인력을 양성하고 중소기업의 수요에 부합하는 인력을 매칭해 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인구고령화에 대응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돌봄, 육아, 보육, 보건 등의 분야에서 지역사회에 근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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