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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윤석열·기시다 체제 하의 한·일관 계 전망
‘과거사 문제 해결’이 첫 단추 …한·일 관계 회복될까
문 정부 ‘최악의 5년’ 딪고 한·일 관계 정상화 과제 안은 尹
나토 정상회담서 온도 차 보여준 日 ‘65년 협의 지켜라’ 고수
아베 사망 이후 한일관계 변화 오나…과거사 문제 해결이 첫 걸음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18 15:58:43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뉴시스]
 
‘한·일관계 복원’을 외교의 주요현안으로 내세운 윤석열정부가 아베 전 일본총리 총격사망 이후 한일 외교가에 새로운 단초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참의원 선거를 통해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의 압승을 통해 이른바 ‘황금의 3년’이라는 장기집권 안전판을 마련해 능동적 외교를 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한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 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 핵 위협과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격화한 신냉전구도에 한·일간 관계개선을 통한 안보협력 필요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단교 수준’으로 끊겼던 민간 교류와 함께 수출규제 여파로 위축 된 경제교역 또한 최근 한·일 양국이 참석하는 재계회의가 3년 만에 재게되며 경제교류 부문에서도 새로운 흐름이 엿보이고 있다.
 
문재인정부 5년간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대법원 강제징용문제·위안부 합의 파기 등 과거사 문제△일본발 수출규제와 경제무역 갈등△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Z) 조건부 연장등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제 등의 역사왜곡 이슈 등 갈등 요인이 적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윤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미·일 공조를 통한 탈중국과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안보·경제의 가치와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한·일관계의 재설정을 통한 국익 실현은 최우선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8일부터 20일까지 일본에 머물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한·일관계,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한다.  
 
한국 외교장관이 양자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17년 12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장관 이후 4년7개월 만에 처음이며, 박 장관이 취임 후 하야시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갖는 것도 역시 처음이다. 이번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첫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양측간 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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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은 환영 만찬, 한미일 정상회담 등 계기로 5차례 조우했으나 정작 양자간 정상회담은 열지 못했다.
  
당시 정상회담 불발에 대해 우리 정부에선 “정상끼리는 (대화) 할 준비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일본 측에선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노력해 달라고 했다”고 밝혀 양국 간 온도차이가 명확히 드러나기도 했다.
이소자키 요시히코 일본 관방 부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매우 어려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에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 얼굴이나 표정을 보니 상당히 열려 있고, 얼마든지 실무 협의로 풀어 나갈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고 언급한 것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평가였다.
 
외교가에 따르면 7월 현재를 기준으로 다자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회의를 제외하고 양국 정상간 상호방문에 의해 이뤄진 한·일정상회의는 2011년 교토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간 회담이 마지막 회담이었다. 
 
2017 년 문재인 대통령 또한 G20 정상회의 계기 개최된 아베 총리와의 한·일정상회의에서 한·일정상 간 외교복원에 합의했으나 본격적인 복원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박진 장관은 이번 방일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과거사 해결 및 한·일 현안 문제에 대한 ‘노력’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일본 측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미래지향적 협력과 분리해 ‘투트랙’으로 접근하며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하자고 촉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사태를 "선거 중 일어난 비열한 만행"이라며 "절대 용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AP/뉴시스]
 
아울러 박 장관의 방일을 계기로 문 정부에서 ‘해방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일관계 개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정부 5년동안 ‘2015 위안부 합의의 사실상 파기’ ‘2018 강제징용 배상 판결’ ‘2019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과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 ‘2020 도쿄올림픽 보이콧 운동’ 등이 이어지면서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여권의 핵심인사 등은 ‘죽창가’와 ‘토착왜구론’으로 친일파를 색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후원을 받은 돈을 무단으로 착복했다는 이른바 ‘윤미향 사태’ 등이 불거짐녀서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의 반일운동에 대한 혐한여론이 극단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온건보수’ 기시다, 한·일 관계 촉매제 될까
 
윤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너인 기시다 총리의 경우 지난해 10월4일 제 100대 일본 총리에 취임했다. 같은 해 중의원선거부터 10일 참의원선거까지 대승하며 중의원 임기 종료 시기인 2025년 총선까지 3년간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을 맞으며 장기 집권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적으로 우경화했으며 보수의 상징으로 불리우던‘상왕’ 아베로부터 독립된 독자노선을 고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의 자민당 내 파벌정치를 보면 아베 전 총리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기시다 총리의 당내 역학구도를 그려 볼 수 있다. 자민당 내 기시다 총리가 소속된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파(의원 44명)에 속한다. 이어 △아소파(49명) △모테기파(54명) △아베파(93명) 등 4개 파벌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사후 그가 회장을 맡았으며 소속 국회의원이 93명으로 자민당 전체 의원의 4분이 1에 달하는 최대 파벌 ‘세이와카이’(아베파)는 당분간 후계 회장 없이 집단 지도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마땅한 후계자가 없어서인데, 집단 지도체제로 아베 전 총리 사망 후에도 아베파가 구심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에 분열 가능성도 점처지고 있다.
  
기시다파는 아시아 유화외교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했는 데, 아베파의 입김이 약화한 현재 본격 외교정책 및 국내정책 노선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 되기 때문이다. 실제 아베 전 총리는 이른바 ‘무제한 돈풀기’로 대변되는 양적완화 정책의 대명사인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국채발행’확대에 힘을 실었고 방위비 증액과 개헌을 압박한바 있다. 특히 기시다의 전향된 자본주의 경제정책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기시다 총리는 ‘온건파’로 분류됐음에도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그대로 따랐다는 점도 이같은 파벌 정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재계에서는 기시다의 자민당은 아베가 집권 초기 부터 가지고 온 제1국정과제로서 헌법 개정과, 군사와 경제를 아우르는 나토 및 미국과의 동맹강화에 힘쓸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아베 전 총리가 주도했던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예산 2% 이상 확보와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 협의체)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박진 장관의 방일과 한·일관계 개선에 주목하는 현지 보도나 기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아베는 죽었지만 적어도 그의 장례가 치러지는 9월까지는 아베파의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히 발휘될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한·일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강제징용 문제를 깨끗이 처리하고 오라’는 입장인데 현 상태로는 관계개선은 물론 정상회담까지 가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아베라는 인물이 사라졌기에 일본 우익의 목소리가 잦아들 수 있고, 기시다 총리도 아베보다 온건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한·일관계 개선의 뇌관 ‘과거사 문제 해결’
한·일관계 개선의 단서는 무엇보다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와 맥이 닿아있다.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 그와 같은 계파였던 스가요시히데는 한국과의 대화를 단절하다 시피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온건파로 분류될 뿐 아니라 관계개선에도 전향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정상회담으로 가는 열쇠는 과거사문제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해결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등의 현안에 대한 양국간 합의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같은 현안에 대한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일관계 개선의 길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윤 정부는 민관협의회 개최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의견을 수렴하며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간 갈등의 시작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 판결에서부터 비롯됐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05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하급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은 2012년 피해자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대법원 김명수 대법관 전원합의체 판결로 피해자들이 최종 승소했다.일본 정부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강제징용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주장을 강조해왔다.
 
▲ 강제 동원 소송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입구에서 강제동원 민관협의체 참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조현동 1차관이 주재하고 정부 인사와 전문가, 피해자 측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강제동원 민관협의체를 출범하고, 이날 첫 회의를 개최한다. [뉴시스]
 
해당 합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후속 협상 형식으로 진행돼왔다. 2차 세계대전 승전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는 승전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대한민국은 참여하지 못했다.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을 받게 될 길이 막히게 되자, 1965년 박정희정부는 당시에 ‘청구권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을 명시한 일본과의 청구권 협정을 통해 배상 요구를 거두는 대신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 5억 달러를 받게 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구권 협정은 양국 간 재정·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배상청구권 등 불법적 관계에서 발생한 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국정부는 일본 측에 한국기업과 일본기업 및 한국정부와 일본정부 등이 함께하는 2+2 안 및 양국 국민이 자발적 성금을 넣자는 2+2+알파 안 등 다양한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자산 매각과 현금화’를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제시하면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일본언론들은 현금화가 이루어지면 ‘단교 수준’의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들은 파국을 언급하면서 한국 제품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 발급 요건 엄격화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다만 1,2차 민관협의회가 4일과 14일 각각 열렸음에도 피해자 측은 일본 전범기업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어 구체적 합의점을 도출해내는데는 아직도 상당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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