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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코트 안팎에서 스매싱 날린 세리나 은막 뒤로
아버지에 이끌려 4살 때 라켓 잡아
흑인으로 코트에 선 자체가 파란
테니스와 사업에도 성공한 대스타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2 08:58:48
▲박병헌 언론인·칼럼니스트
202111킹 리처드라는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된 적이 있었다.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리처드 윌리엄스는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테니스 챔피언 육성계획을 세운다. 이후 태어난 두 딸 비너스와 세리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두 딸은 무명 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 윌리엄스의 손에 이끌려 네 살 때부터 테니스 라켓을 잡아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테니스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혹독한 훈련으로 경찰에 신고 당해
 
그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흑인 빈민가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혹독한 연습을 거듭한다. 목표는 오로지 세계 챔피언 자리였다. 윌리엄스는 흑인 특유의 파워를 무기로 엘리트 테니스 훈련을 받은 선수들을 제압할 수 있도록 강한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훈련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윌리엄스는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당하기도 한다.
 
이 동네의 대부분 남자 아이들은 갱이 되거나 마약에 빠지고, 여자 아이들은 매춘을 하거나 기껏해야 가게 점원밖에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딸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면서 세상은 날 무시했지만 너희는 존중받게 할 것이라는 게 아버지의 독기서린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헌신과 야망은 현실이 됐다. 딸들은 아버지와 함께 미래를 위해 노력했고같은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무려 20여년간 세계 여자 테니스 여왕으로 군림한 윌리엄스 자매를 어떻게 세계 챔피언으로 탄생시켰는지 한 가족의 감동적인 실화를 다뤘다.
 
윌리엄스는 두 딸을 199510월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 전까지는 각종 주니어 테니스 대회에 일절 내보내지 않았다. 혹시나 전력이 남들에게 노출될까 봐서였다.
 
시대를 뛰어넘은 위대한 영웅으로
 
부유한 백인의 귀족 스포츠로 치부됐던 테니스 코트에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함께 선 동생 세리나는 그 자체로 파란이었다. 언니가 세계 1위에 오른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이라면 동생은 가장 위대한 여자 테니스 선수로 불릴 만하다.
 
언니보다 한 살 어린 세리나는 남녀 통틀어 4명밖에 없는 커리어 골든 슬래머(4대 메이저 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따낸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역대 통산 승률은 84.9%로 엄청 높은 편이다. 10번 경기하면 8~9번은 이긴다는 얘기다.
 
41세인 세리나는 길고도 길었던 27년 동안 테니스 코트에 땀과 열정을 바친 뒤 이달 초 팬들과 작별했다. 2022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 여자단식 3회전에서 12살 어린 아일라 톰리아노비치(호주)3시간여의 혈투끝에 1-2로 패한 뒤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은퇴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공식적인 은퇴 언급은 없었지만 코트에 뿌린 진한 눈물은 그걸 대신하고도 남는다
 
11월로 80세가 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당신은 우리이 용기를 고취시키는 영감 그 자체이자 시대를 뛰어넘은 영웅이라고 위로했을 정도로 그들의 업적은 대단했다.
 
언니와 함께 나란히 현역으로 뛰었기 때문에 서양식 표현대로 윌리엄스라고 부르면 이 둘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코트 위의 보배 같은 존재라 해서 흑진주 자매로 불렸다. 상대 전적에선 1912패로 동생이 앞선다. 하지만 흑진주 자매가 일군 업적은 누구 하나만의 기록이 아니다
 
세리나는 무려 23개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 개 차이로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비너스는 10개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자매가 무려 33승을 올렸고, 함께 호흡을 맞춘 여자복식에서도 14개의 우승컵을 합작해 냈다.
 
37살 임신 중에도 그랜드 슬램 제패
 
세리나는 2002년에 프랑스오픈과 윔블던대회, US오픈을 차례로 우승한 뒤 20031월 호주오픈까지 4개의 메이저대회를 석권해 이른바 세레나 슬램으로 불리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주인공이다. 올림픽에서 4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고 186주 연속 포함 319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킨 테니스 여제였다.
 
테니스는 프로 스포츠 중에서도 특히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팔꿈치·무릎 등 관절 부위에 부상도 잦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은퇴가 빠를 수밖에 없다. 테니스 선수들은 보통 20대가 전성기다. 30대가 되면 체력이 현저히 떨어져 은퇴하곤 한다. 하지만 세리나는 30살을 넘긴 이후에도 우승 행진을 멈추지 않았고호주오픈을 마지막으로 제패한 게 37살 때였다. 더구나 이때 첫 딸을 임신한 상태였다.
 
최고를 이기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단순히 테니스 코트 위의 판도를 바꾼 것이 아니라 코트 밖에서는 흑인·여성·워킹 맘 등 세상의 고정관념과 싸워 왔고, 편견과 차별의 벽을 향해 강한 스매싱을 날린 세리나였다. 그러면서도 사랑과 여러 사업에서도 성공했다
 
선수 시절 상금만으로 9400만달러(약 1281억원)를 벌어 역대 여자 선수 가운데 최고를 기록한 세리나는 지난 봄 잉글랜드 프로축구 구단 첼시의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항상 최고를 이기고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세리나는 앞으로 더 많은 사업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의 은퇴 후 사업에서의 성공사례가 적지 않게 들리지만 국내에서는 전무한 상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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