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는 동안 대통령 자리라도 꿰차시게?”
“그럴지도 모르지. 영감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잖아.”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동원의 얼굴에 웃음기라곤 없었다.
“지금 대통령 위기잖아. 이러다간 야당에서 선점을 차지하고 레임덕 어쩌고 하다 타이밍 다 잃어. 형이 더 잘 알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선거는 100% 우리 당에 불리하게 굴러갈 수밖에 없어.”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대선을 몇 개월 후 지자체 보궐선거와 함께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는 건 결국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않을 거라는 걸 의미하는 거였다.
“방법은 이미 다 만들어 놨다는 얘기네.”
“지금이 제일 강할 때니까. 영감이 그런 걸 놓칠 사람이 아니잖아.”
우룡은 지금 여당의 당 대표였다. 뭔가 일을 꾸민다면 자기가 대표로 있을 때가 적기라는 걸 모를 사람이 없었다.
“내가 걸림돌이다?”
“은선우 씨 이야기는 나는 전혀 몰랐어. 형이 저번에 사람 붙여주래서 군대 후배 통해서 조직에 있는 친구 하나 연결해 줬고 그 외는 나는 알 수 없었고. 솔직히 관심도 없었던 거고.”
동원은 그 말을 하면서도 내내 절박한 시선으로 진욱을 보고 있었다.
“형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랄한 방법을 쓸 수도 있어. 옆에 있다면 형은 반드시 다칠 수밖에 없을 거야.”
“대통령을 죽이기라도 할 생각인가?”
“지금 대통령을 그 자리에 가도록 만든 사람이 영감이니 불가능하진 않지. 직접 목에 칼을 대진 않겠지만 퇴진시킬 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는 있잖아.”
한마디 한마디의 말보다 강렬한 동원의 눈빛이 진욱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와 닿았다.
“은선우 씨가 자기 딸이라고 해도, 형이 그 사람과 어떤 관계든 자기 일에 거치적거린다면 그냥 보고 넘어갈 사람 아니잖아. 나는 어려서부터 많이 보고 자랐어. 제발 내가 하는 이야기 그냥 흘려듣지 마.”
동원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진욱이 자기 소신대로 뭔가를 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극비리에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고는 근간에 들어 속도가 살짝 느려지고 있다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게 은선우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조금 놀라웠다. 은선우와 이상훈, 은선우와 이진욱이 우룡의 계획에 어떻게 이용될지, 머리에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짐작할 순 없지만 결론은 알고 있었다. 우룡을 향하면 성할 것이고 우룡한테 고개를 돌린다면 망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동원은 우룡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진욱은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껏 진욱을 끌어들이려고 했던 노력을 생각한다면 더 큰 힘으로 진욱을 칠게 뻔했다.
“이상훈입니다.”
출근하자마자 상훈이 동원의 자리로 와서 손을 내밀었다.
“어, 이변! 어서 와. 이제 내가 원하는 모든 걸 도와줄 동지가 왔네. 다들 인사하라고!”
우룡이 큰 소리로 상훈을 반겼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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