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도, 작은아버지가 죽이셨어요?”
당장이라도 우룡을 찾아갈 것처럼 굴던 동원이 두문불출 사흘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나흘째 새벽 출근을 했다. 그리고는 새벽부터 대표실에 앉아 우룡을 기다렸다.
“여자 생겼냐? 무단결근을 왜 해??”
대표실에 앉아 있는 동원에게 대뜸 우룡은 역정을 냈다. 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 아이도, 작은아버지가 죽이셨어요?
무슨 소리야? 소리칠 법도 했지만, 우룡은 동원을 말없이 노려보더니 인터폰을 들었다.
“전화 연결 하지 말고, 아무도 안으로 들이지 마라.”
우룡은 천천히 동원 앞으로 와 앉았다. 동원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겠다는 듯 말없이 두 눈을 응시했다.
“내게 거짓말을 해 보세요, 작은아버지.”
동원은 우룡과 같이 일을 한 후로 작은아버지라고 불러 본 일이 없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우룡의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사적 자리든 공적 자리든 동원에게 우룡은 항상 사회적 직함이 앞섰다.
동원은 항상 우룡의 충직한 비서였다. 그래서 동원에게 우룡은 당대표님이고 장관님이고 의원님이었다. 그의 바운더리로 들어오면서 작은아버지는 사라졌었다.
“그 여자아이는 교통사고로 죽었다더구나.”
우룡이 벌떡 일어서 서랍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와 테이블에 툭 던져 놓았다. 담배였다. 가끔 우룡은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고 담배를 피웠다. 국회의사당에선 턱도 없는 일이었지만, 당사에서는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파리에 가면 말이야.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이 담배를 물고 다녀. 우리나라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지. 그쪽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야.”
사무실 안에서 몰래 담배를 피는 게 흡사 개인의 자유인 양 문을 닫고 공기청정기 채널을 높이면서 항상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카세트테이프 녹음 내용이 나와 상관 없었다면, 그 살인교사도 내 손을 거쳤겠죠?”
우룡이 길게 연기를 뿜으며 동원을 향해 웃었다.
“말 많은 바닥에서 일한 지 얼만데 그렇게 소문에 휘둘려? 네 마음 이해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음해야. 이런 일 처음도 아니고….”
우룡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동원이 핸드폰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죽어 줘야겠어, 형. 어차피 쓰레기 같은 인생인데.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 내 인생 앞길 막지 말고….”
우룡이 엉겁결에 동원의 손에 든 핸드폰을 낚아챘다. 동원이 소리 내 웃었다.
“정계 은퇴 발표하세요. 일주일 드리죠.”
동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말 좀 들어 주면 안 되겠니? 동원아…!”
“더 끔찍한 내용, 방송으로 듣고 싶으면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카세트테이프 원본은 이진욱이 가지고 있어요. 어차피 작은아버지 끝났어요.”
동원이 나가자 우룡을 인터폰을 들었다.
“이상훈 호출해. 내 방으로 당장 오라고 해.”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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