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발(發) 악재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머니마켓펀드(MMF)를 적극 매수하며 최대치를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당장 수익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시황을 관망하면서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는 단기상품에 자금을 임시 보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코스콤 ETF 체크(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14~21일) 순자산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ETF 6개 종목 가운데 4개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등을 추종하는 금리형 ETF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4개 종목의 순자산총액은 21일 기준 9조285억 원으로 일주일 전(8조5680억 원) 대비 4606억 원(5.4%) 불어났다.
개별적으로 보면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에 투자금이 가장 많이 쏠렸다. 14일 9730억 원이던 이 ETF의 순자산 규모는 21일 1조1459억 원으로 일주일 새 1729억 원 급증했다. 한 달 전(4205억 원) 대비 순자산 증가액도 7254억 원으로 전체 ETF 중 1위였다.
이 ETF는 CD 1일물 하루치 금리를 매일 이자수익으로 반영하는 상품이다. 금리 등락에 따라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일반 채권형 ETF와 달리 91일물 CD 금리를 일할 계산해 매일 복리로 반영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간 조건 없이 하루만 투자해도 CD91일물 하루 금리를 수익으로 받을 수 있는 데다 손실 위험도 없어 이른바 ‘파킹형 ETF’로 불린다.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에도 자금이 밀려들었다. 순자산 규모는 14일 5조3267억 원에서 21일 5조4502억 원으로 1236억 원 불어났다. 이 ETF도 매일 고시되는 CD 91일물 수익률을 추종하며 복리효과를 누리는 상품이다. 수익률도 낮지만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1일물 CD 금리는 22일 3.70%로 국고채 3년물 금리(3.788%)와 엇비슷하다.
KOFR를 추종하는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로도 많은 투자금이 향했다. 이 ETF의 순자산은 21일 기준 1조6107억 원으로 일주일 전(1조5058억 원) 대비 1050억 원 늘어났다.
기초지수로 삼는 KOFR은 익일물(1영업일) 국채와 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되는 실물거래 기반 금리지표다. 만기가 짧아 무위험 금리에 가깝고 실거래에 기반해 산출되기 때문에 신뢰성과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3개월 이내 단기채권 및 CP(기업어음)에 70~80%를 투자하는 ‘KBSTAR 머니마켓액티브’도 순자산 규모를 일주일 간 7626억 원에서 8217억 원으로 불리며 증가액 6위에 올랐다.
정승호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매니저는 “국내외 고금리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형 ETF는 일반적 파킹통장이나 예·적금과 달리 복리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유휴 자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라며 “연금 계좌를 통해 거래할 경우 인출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고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MMF로도 대기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MMF 설정액은 21일 기준 182조69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디폴트(채무불이행) 이슈가 불거진 14일(179조7583억 원) 대비 일주일 만에 2조9377억 원 불어났다.
특히 개인의 MMF 매수세가 거셌다. 개인의 MMF 설정액은 15조1100억 원으로 지난해 11월25일(15조1425억 원) 이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초만 해도 개인 MMF 설정액은 13조6000억 원대 수준에 그쳤지만 4월 초 14조 원대로 올라선 뒤 꾸준히 불어나며 이달 9일 15조 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단기상품 대세’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도 비슷한 양상이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미국 MMF 잔액은 5조5698억 달러(약 7460조 원)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5조5300억 달러)보다 398억 달러 늘어난 수치이자 사상 최대 규모다. 7월19일(5조4584억 달러)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114억 달러 늘어났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미 장기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채권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ETF 시장에서는 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 주식·회사채에서 자금이 유출된 반면 유동성 성격이 강한 단기채 ETF에는 자금이 유입됐다. 금리 상승을 헷지(위험회피)하는 ETF도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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