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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특별인터뷰] 정성장 박사 “美 핵우산 마냥 못 믿어… 자체 핵무장 나설 때”
우리가 핵공격 받으면 美서 핵대응 할까… 선의만 기대해선 곤란
최소한 日처럼 核 잠재력 확보해야… 트럼프 재선 땐 유리한 국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4 00:06:00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이 최근 경기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스카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소수 여론에 불과했던 ‘자체 핵무장론’이 윤석열정부 들어 폭발적인 힘을 얻으며 이곳저곳에서 분출 중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앞두고 핵탄두·물질·투발 수단 등 핵 관련 기술을 갖춘 데다 핵 무력 증강과 강도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1월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운을 떼 정치권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초당적 핵자강론을 주장해 온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뜻하는 한국 핵 자강 전략 포럼을 2016년부터 직접 이끌어 온 정 실장은 지금이라도 우리나라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한·미 원자력협정을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독자적인 핵무장이 6개월 안에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최근 그와 만나 한미동맹의 미래와 ‘자체 핵무장’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정 실장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를 올해 낸 신간 ‘왜 우리는 핵 보유국이 되어야 하는가’에서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정 실장과의 일문일답. 
 
-평화주의자임에도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북한의 핵 보유로 남·북한의 운동장이 북한에 유리하게 기울어졌다. 이를 바로잡고 남북 간 핵 균형을 이루려면 자체 핵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핵무장 논의가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는데 요즘에는 여론이 많이 바뀌었다. 2016년에 자체 핵무장을 처음으로 주장했을 때 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완전히 소수파였다. 당시에는 주로 극우 전문가나 정치인들이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었다. 중도 성향에서는 내가 그런 주장을 유일하게 했다.
 
올해 한국국제정치학회가 회원인 국제정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10명 중 3명 정도가 한국의 자체 핵 보유에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2~3년 전에 이런 조사를 했다면 찬성이 10분의 1도 안 나왔을 것이다. 한국 국민의 60% 이상이 오래전부터 핵무장을 지지해 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대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현재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약 3분의 1이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건 놀라운 변화다.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전술핵무기 전방 실전배치 및 노골적인 대남 핵 위협이 이 같은 변화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남·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낮아진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례를 보면 이들 국가는 핵무장 전에 세 차례나 전면전을 벌였지만 핵무장 후 국지전은 발생해도 전면전은 완전히 사라졌다. 분쟁 당사국들이 핵무장 이후 핵전쟁으로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무력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핵 보유 시나리오는 어떠한가.
박정희정부 때 핵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 미국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좌절됐다. 그런데 당시에는 대통령의 의지만 있었고 핵물질도 충분한 기술도 없었다. 반대로 현재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만 없다.
 
핵무기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핵물질이 필요한데 일본은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어 3~6개월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가 있다. 우리가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만드는 데는 4~6개월이 걸리고 이후 2개월마다 초보적 핵무기를 하나씩 만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빠르면 1년 내에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미국에서 이야기한 것은 바로 이 같은 계산에 따른 것이다. 노무현정부 때도 은밀하게 핵무장 소요 시간을 계산했는데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에서 벗어나 핵무기를 은밀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북한은 현재 한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핵 위협을 하고 있고 핵탄두를 지상에서 폭발시키는 훈련도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술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술 핵잠수함을 진수했다. 따라서 우리가 NPT를 탈퇴할 명분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NPT 제10조 제1항은 한 국가가 비상사태에 직면해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을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NPT를 탈퇴하면 곧바로 제재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북한도 NPT 탈퇴 후가 아니라 핵실험 후 제재를 받았다.
 
우리나라에는 화강암으로 된 산이 많다. 그곳에 북한처럼 갱도를 파서 핵무기를 실험하면 인공지진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저위력 핵무기로 실험해서 진도가 낮은 인공지진이 발생하면 외부에서 그 지진이 핵실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탄약 보관창고가 폭발해서 발생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한국의 국토가 좁다고 해서 핵실험 할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핵실험이 필요 없는 우라늄을 가지고 핵무기를 만들면 국제사회가 한국의 핵 보유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 인터뷰 중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제재가 들어올 거라고 반대론자들이 이야기한다.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고도 이스라엘처럼 핵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취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제재할 명분이 없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유엔안보리가 무력화돼 우리를 제재할 수도 없다. 현재는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해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제재가 일절 채택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국가 생존을 위해 핵무장하겠다고 하면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협력해서 한국을 제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 인도가 핵실험을 할 때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했지만 미국이 대중 견제를 위해 인도가 필요했고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해 파키스탄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한 제재를 직접 나서서 풀어 줬다.
 
지금 미국 대외정책의 최고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과의 전략경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은 한국의 포탄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의 전략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미군의 해외기지 중 최대 규모인 평택 미군기지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하기 어렵다.
-미국의 대북 핵 억지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는가.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핵 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신설과 한국의 자체 핵무장 옵션 포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선언’을 발표했다. 한·미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보다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런데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때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까지 감수하면서 북한에 대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여전히 워싱턴선언은 분명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나 적국에 대한 핵 사용은 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 사용 시 북한을 마음 놓고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ICBM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피하려고 할 수밖에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지금은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더라도 안보 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일본과 같은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의 조기 개정이 필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고 공화당이 승리하는 변수가 남았는데….
만약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같은 고립주의 성향의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핵 보유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용인한 것은 미국의 공화당 행정부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에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엄청난 돈을 들여서 다른 나라를 보호해 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에 다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이다. 이 경우에 한국 정부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수용하면서 한·미 원자력협정의 조기 개정을 통해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 잠재력부터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악화된다면 그때는 미국의 묵인하에 핵 보유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정성장 실장이 올해 발간한 저서 ‘왜 우리는 핵보유국이 되어야 하는가’에는 올해 들어 힘을 얻고 있는 핵무장자강론에 대한 목소리가 담겼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프로필 △프랑스 파리10대학교 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 위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KBS 객원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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