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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때문이라지만”… 미국 물가 3.7% 반등, 더 복잡해진 연준 셈법
9월 CPI 3.7%로 상승… 시장 예상치인 3.6% 웃돌아
휘발유 한 달 새 9.1% 급등… 물가 상승분 절반 넘어
근원물가도 예상 상회… 금리 결정 앞두고 경계 확대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10-15 11:24:12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뉴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았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마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인지, 물가 상승 압력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로 확산하는지를 놓고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5일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가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리비아를 공격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한 탓이다. 8월 상승률 3.4%보다 0.3%p 높아졌으며 시장 예상치인 3.6%도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6%로 8월의 0.4%보다 확대됐다.
 
물가 반등 이유는 에너지 가격이다. 9월 에너지 지수는 전월보다 5.2% 상승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만에 9.1% 급등하면서 전체 CPI 월간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도 20.4% 올랐다.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34.2%, 연료유는 74.2%에 달했다. 반면 식품 가격은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외식 가격은 0.2% 올랐지만 가정식 가격은 0.1% 하락했다.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유가 상승만으로 이번 CPI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9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8월의 2.4%보다 높았고 시장 예상치 2.5%도 넘어섰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전월과 같았지만 예상치인 0.2%를 웃돌았다. 예상만큼 둔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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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역시 상승폭을 키웠다. 9월 주거비는 전월보다 0.4% 올라 8월의 0.3%를 웃돌았다. 호텔·숙박료가 2.0% 상승했고 여가·오락 가격은 0.5%, 교육비는 0.6%, 항공료는 1.2% 올랐다. 중고차 가격과 의류 가격도 각각 0.7%, 0.3% 상승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KIWOOM 매크로 따라잡기’에서 주거비를 비롯한 일부 서비스와 상품가격의 상승 압력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호텔·숙박료와 항공료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의 영향이 있고, 근원 CPI의 월간 상승률도 전월과 같아 물가가 전반적으로 다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물가 상승 압력의 추가 확대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임금 상승세가 약해지면 서비스업체의 인건비 부담과 소비자의 구매력에 영향을 미쳐 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거비 하락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가능성은 부담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의 임대료 지수 둔화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물가에서도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물가 둔화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에 생산비 들썩… 연준 금리 판단 시험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친다면 전체 물가 상승률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을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부담이 번질 수 있다.
 
신윤정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9월 CPI: 에너지 반등, 비용 전가가 관건’에서 이번 물가 반등이 에너지 가격에 집중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기업의 비용 전가 가능성을 주요 변수로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서비스업 지불가격지수는 72.6에서 74.0으로 상승했다. 기업들이 구매하는 원자재와 서비스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다.
 
기업이 높아진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면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고용이나 투자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물가와 경기 양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후속 경제지표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한국시간 15일 오후 9시 30분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한다. 시장은 PPI를 통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의 생산·유통 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전망이다. 같은 날 발표되는 9월 소매판매 지표도 관심을 모은다. 높아진 생활비 부담에도 미국 가계가 소비를 유지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는 속도와 소비 여력의 변화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물가가 당분간 3%대에 머물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이번 상승세가 그대로 이어질지는 추가 지표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연준으로 쏠렸다. 연준은 27~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 CPI는 물가 안정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전체 상승률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도 확인시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면 연준이 물가 수치 하나만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필요는 크지 않다. 그러나 주거비와 서비스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기업의 비용 전가까지 확대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높은 생활비가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용시장까지 둔화시킨다면 물가 안정과 경기 대응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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