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일 하반기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특별히 ‘역동 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제반 제도·정책을 동원해 역동 경제를 되살려 서민·중산층 시대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은 혁신 생태계 강화다. 혁신을 통해 성장 엔진을 재점화하겠다는 의지다.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혁신은 잠재성장률 제고의 필수 조건이다.
1990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주요국 대비 빠른 속도로 둔화되어 현재 2%대 초반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7.8%·2000년대 4.7%·2010년대 3.1%·2020년대 2.0%로 하락한 후 2030년대에는 1.4%까지 추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은 조만간 1%대에 진입하고 2035년 이후에는 0%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1인당 GDP 증가율도 1%대로 하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인적자본 증가율·자본투자 증가율·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의 합이다. 그런데 갈수록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하고 투자 여력도 약화되고 있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앞으로 성장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생산성 향상도 지속적으로 둔화되어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성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2016~2020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미국 0.5·일본 0.3·프랑스 0.3인데 비해 한국은 –0.2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 성장이 정체되고 중소기업·서비스업의 저생산성 등이 경제 시스템 전반의 생산성을 낮추고, 디지털 전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2021년)은 프랑스 58.5·독일 51.1 인데 비해 한국은 32.7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 노동생산성(1000달러 기준·취업자 1인당·2021년)은 OECD 평균이 86.6인데 비해 한국은 65.7로 27위에 머물고 있다. 이제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추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 △서비스 신산업 육성 △디지털 전환 선도국가로 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반도체, 양자, 바이오의 3대 게임체인저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또 기업 규모별 지원 체계를 개편하고 규제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나 대기업 취업 비중이 미국에서는 40%를 상회하는 수준인데 비해 한국은 14% 수준에 그치고 있는 등 반(反)대기업 정서로 주요국 대비 중소기업 비중이 높고,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성장 단계별로 존재하고 있다. 창업‧벤처 초기에는 창업·벤처 투자 지원은 크게 늘었으나 민간 대규모 투자 부족과 회수시장의 미발달 등 전반적인 생태계 경쟁력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은 성장에 필요한 기술혁신·자금조달·인력 수급 등이 어렵고, 기업 성장 시 지원이 급감하는 등 성장친화적 지원 제도가 부족하다. 중견·대기업은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적용되는 규제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의하면 규제 수(2023년)가 자산 총액 5000억 원 이상 기업 183개·1조 원 185개·2조 원 209개·5조 원 274개·10조 원 342개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의 실효성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자산 총액 기준이 고정(5조 원 이상)되어 있어 지정 집단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2017년 57개→2024년 88개)하고 있는 등이다.
서비스산업은 우리 경제 고용의 70%·부가가치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나 주요국 대비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이 경제 전체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OECD 국가 서비스업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US달러 기준·PPP·2021)이 OECD 평균이 8만6618인데 비해 한국은 6만5657로 27위에 머물고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생산성 양극화의 주요 원인은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OECD·2024). 주요국 대비 높은 진입장벽 등에 따른 서비스 신산업 활성화 지연 등이 생산성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그간 입법을 추진해 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규제 수준이 OECD 38개국 중 20위로 기록되고 있다. 근본적인 규제 혁파가 중요하다. 상속세는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부분이 획기적으로 개혁되어야 역동적인 경제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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