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5조 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가(家) 세 모녀(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전체 주식 매도 규모의 3분의 2가 넘는 3조3000억 원 가량의 주식을 처분했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동일인(총수)이 있는 대기업 집단 71곳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취득·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식 처분 규모는 5조6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삼성 일가였다. 삼성가 세 모녀는 홍라희 전 관장·이부진 사장·이서현 사장 등 순으로 총 3조3157억 원의 지분을 매각해 나란히 전체 매각액 1~3위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홍라희 전 관장의 경우 총 1조4052억 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았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6159억 원을 비롯해 삼성SDS 2465억 원·삼성물산 1448억 원·삼성생명 1428억 원 등 총 1조1500억 원의 지분을 처분했다.
이서현 사장도 삼성전자 5893억 원·삼성SDS 1713억 원 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총 7606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가는 2020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약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이에 삼성가 세 모녀는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을 한 주도 처분하지 않았다.
삼성 일가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809억 원어치를 처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1359억 원의 주식을 팔았다. 최근 형제간 계열 분리에 나선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분리하면서 조 부회장이 쥐고 있던 효성중공업 지분을 매도한 것이다.
이밖에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1017억 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938억 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776억 원)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720억 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676억 원) 순이었다.
반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는 1조 원을 웃도는 데 그쳤다. 이 중 약 60%는 현대백화점그룹(3222억 원)·OCI그룹(1938억 원)·동국제강그룹(1818억 원)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세 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해 왔으며, 이에 따른 유상증자·공개매수청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취득 규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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