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성 원전 1호기 중수 80톤을 중국에 헐값으로 매각한 의혹에 대해 민간환경감시를 위해 열린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 원전소위원회가 위원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파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위원 12명 가운데 3명만 참석했다. 회의는 위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7명이 참석해야 가능했다.
경주시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는 원자력발전소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장 운영과 관련하여 주변 지역의 환경 및 방사선 안전 감시를 수행하는 독립기관임에도 기본적 감시 업무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31일 오후 경주시 문무대왕면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센터에서 소위원장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던 회의가 정족수 미달로 결국 파행됐다.
한수원에서 제출해야 할 회의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소위원회 업무가 중단됐으며, 회의에 참여해야 하는 위원들의 정족수가 부족해 회의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날 회의는 6월25일 관련 소위원회의 연장선상에서 회의자료를 재요청 후 열린 임시회의였다.
한수원은 6월12일 홈페이지에 ‘일부 언론에 제기된 「전략물자 중수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한 설명’ 자료를 별도로 냈다. 해당 자료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사용 중수’라는 말이 나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환경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같은 맥락에서 자료 요청도 ‘운송경로·방폐물이 나간 경위·투입 인력·주민 영향·보관창고 등을 중심으로 한수원 측에, 원전소위원회에서 회의자료를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이날 정족수 파행으로 이뤄진 간담회에는 경주시 1명과 원자력 학계 1명 소위원장 등 3명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이번 사건은 5월16일 본지 보도 (핵 원료 소재 중수 중국에 ‘헐값 처분’) 이후 공론화했다. 6월11일 전·현직 한수원 경영진(황주호 한수원 사장·정재훈 전 사장) 5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까지 당했다.
기자는 참관인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했고, 회의가 파행됐다는 사실을 소위원회 측 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회의를 주관한 김경희 소위원장은 “민간감시기구는 합법적 독립기관임에도 이곳 직원들이 한수원에 여러 차례 자료 요청을 해도 받을 수 없었다”라며 “이 과정에서 한수원과 감시기구는 자연스레 갑을 관계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뉴스에도 나온 기본적 사실관계 확인에 관해 물어도 ‘영업상 비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자료를 안 준다”라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중수 수출 관련 △ 중수 수출 건을 경주시와 감시기구 등은 전혀 몰랐으며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이 외부로 나간 것에 보고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한수원이 임의로 보냈으며 △ 조례 개정 등을 구체화하여 향후 중수 처리 방폐물 관리 과정을 투명화해야 하자는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편 한수원의 소위원회의 진행 조직적 방해 정황도 포착됐다. ‘자료 요청’ 관련 한수원의 거부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자 한수원 측은 선택적 자료 제출을 했는데, 한수원이 자료 제출 권한 전권을 쥐고 있어 주지 않으면 못 받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매번 참여하던 한수원 측 위원 및 방제팀 직원조차 보이지 않아 사실상 회의가 무산될 것이 공모된 게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회의 불발에 “민간 환경감시기구에서 환경 감시 업무를 얼마나 엄격하게 했는지 지난 5년 동안 위원별 출석률 통계를 내보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일부 위원들은 한수원에 용역을 받아 개인 사업 및 연구용역을 하기도 했다.”라는 식의 발언이 이어졌다.
참여자는 “특히 경주시민 다수가 위원으로 구성된 소위원회 위원들이 한수원 눈치를 보며 자료를 요청하자는 내부 위원들에게 ‘왜 한수원을 어렵게 만드느냐’는 식의 말이 오가며 서로 검열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경주 시민인 위원들이 민간감시기구 해체와 2~4호기 해체도 바라는 것으로도 보인다. 원전 감시 기구를 위해 희생할 사람이 아니면 감시기구에 들어오지 말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한편, 한수원은 민간감시기구 회의 파행 및 자료 제출 거부 등에 대한 본지 질의에 보도 시점까지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경주시 측은, 위원 인선 공정성을 묻는 본지 질의에 “위원별 전문가로 구성됐고 한수원과 감시 업무에 문제가 없었다”고 답변 했다. 경주=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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