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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가 3박4일 일정으로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막을 올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상승세에 고무된 당원들과, 현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맞선 시위대로 긴장감이 감도는 기묘한 구도 아래 첫 날 일정이 시작됐다.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11월5일 결선일을 향한 본격 출정식이다.
행사 현장은 시카고 불스와 시카고 블랙호크스의 홈구장 유나이티드 센터와 미시간 호수 근처 컨벤션센터인 매코믹 플레이스다. 이미 1~5일 대의원들 대상의 가상 호명투표를 통해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가운데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민주당 대통령들이 총출동한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될 때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행사 첫 날 구호는 ‘국민을 위해’였다.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영부인 질 여사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연사로 등장했다. ‘미래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구상’을 내건 20일엔 시카고가 정치적 고향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 해리스의 남편 더그 엠호프 변호사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무대에 오른다.
‘자유를 위한 투쟁’이 주제인 셋째 날 21일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를 소개할 예정이며 당내에서 주목을 받아 온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도 해리스 지지 연설을 한다. ‘백인 오바마’로 불려 온 부티지지 장관은 동성 배우자를 가진 미 역사상 최초의 성소수자 고위직이다. 공화당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22일 해리스의 대선후보 수락연설이 행사의 절정이다. ‘미래를 위해’를 주제로 내걸고 ‘미국의 미래와 중산층 살리기’를 위한 집권 비전을 공표할 것이다. 민주당에서 ‘중산층 살리기’ 구호가 나온 것은 2024년 대선이 처음이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이래 공화당 측 슬로건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서민·약자·소수자 정당으로 통하던 민주당의 주류가 지난 30여 년 고학력 엘리트로 달라졌다. 초엘리트들의 인종·성별이 좀 더 다양해진 것도 변화다.
그 외 연사로 척 슈머(상원 원내대표)·하킴 제프리스(하원 원내대표)·덕 더빈(하원 원내총무) 등 민주당 원내 주요인사들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 제이슨 카터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가장 눈길을 끌 연사는 공화당 정치인 즉 ‘해리스를 위한 공화당원’ 캠페인을 주도해 온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의원일 것이다. 2022년 리즈 체니 전 의원과 함께 1.6 의회 난입사태 조사를 위한 하원 특위에 참여한 바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대거 출동도 기대를 모았다. 리버럴 경향이 우세한 대중연예나 첨단기술 방면에선 민주당 지지도가 높다. 자연히 공화당 전당대회 때보다 화려한 무대 및 출연진이 될 전망이다. CNN에 따르면 케리 워싱턴·토니 골드윈·민디 캘링·아나 나바로가 차례차례 진행을 맡는다. 모두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한 유명인들이다.
나바로는 자칭 공화당원이지만 트럼프의 정치 입문 아래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 이외에 존 레전드·줄리아·루이스 드레이퍼스·조안 제트·앤 블랙하츠·팀 데일리·우조 아두바·앤서니 앤더슨·이언 아미티지·이벳 니콜 브라운·데이비드 크로스·존 크라이어·제시 타이러 퍼거슨·다나이 구리라·리처드 카인드·비지 필립스·셰릴 리 랠프 등이 참석한다.
특히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가 무대에 설지 기대를 모은다. 이들 모두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바 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해리스 후보 지지를 표명하진 않았다. 비욘세의 경우 자기 히트곡 ‘프리덤’을 해리스 선거유세에 사용하도록 허락해 사실상의 지지 표명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유럽 투어 중인 스위프트가 20일 마지막 일정인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마친 후 셋째·넷째 날(21·22일) 중 참석하게 될 것을 지지자와 팬들이 고대하고 있다.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과 별개로 스위프트 팬들에 의한 ‘스위프티스 포 카밀라’라는 해리스 지지 그룹이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역대 전당대회와 달라진 모습이다. 24세의 여성 생식권(낙태권·재생산권) 운동가 데자 폭스는 첫 날 연설자였다. 20·21일 각각 연단에 설 무슬림인 나벨라 누르과 라틴아메리카 이민자 2세 카를로스 에두아르두 에스피나 역시 밀레니얼세대·Z세대 인플루언서다. 기후변화와 여성 재생산권 문제를 주로 언급해 온 올리비아 줄리아나 여사도 ‘자유’에 대해 연설한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처음으로 ‘기자처럼’ 취재·보도할 권한이 부여된 것은 24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이들의 영향력을 인정한 결과다. 전통 매체보다 SNS 의존도가 높은 젊은층 공략을 위한 노력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설명했다. 퓨리서치센터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의 약 절반이 SNS를 통해 뉴스의 일부를 접하며 30세 이하 성인 3명 중 1명이 틱톡에서 뉴스를 본다.
한편 미 전역의 200여 개 단체가 집결한 ‘DNC 행진’은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진’으로 예고됐다. 민주당 역사엔 1968년 8월 ‘피의 전당대회’ 악몽이 있다. 로버트 케네디 민주당 대선후보가 암살돼 당이 사분오열된 가운데 베트남전쟁 반대를 외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격렬한 시위와 진압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 해 11월 대선은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불과 0.7%p 차였다.
행사장 외부엔 JB프리츠커 주지사 명령으로 250명의 주 방위군이 대기 중이다. 시카고시 역시 경찰과 수개월간 비상상황을 상정에 준비해 왔다. 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 또한 시위대 측과 이동경로 등을 조율하며 소통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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