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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영화와 정치판의 스타 탄생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5 06:31:10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영화나 정치는 가끔 스타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닮았다. 영화에서는 무성영화 시대의 메리 픽포드·루돌프 발렌타인 같은 스타를 배출했고 1960년대에는 냉전시대의 영웅 제임스 본드나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 분위기를 타고 황야의 무법자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70년대에는 합법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더티하리, 전쟁의 패배를 설욕하는 람보, 가난을 헤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권투선수 록키를 비롯해 최근에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인공 마석도 형사와 그 역을 연기한 배우 마동석이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든 정치든 관객이나 유권자의 바람을 실현시켜 줄 때 바람을 일으킨다. 영화에서는 새 작품을 통해서, 그리고 정치 쪽에서는 인사검증 청문회가 스타 등장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야당은 후보자의 기세를 꺾지 못한 것에 치를 떨겠지만 그 상황을 돌파한 후보자는 우파 국민의 영웅으로 자리잡는다. 최근 청문회를 지나온 김문수 노동부 장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위원회(방통위) 위원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에 임명되었다가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원식 장관(급) 등이 주목받은 경우다.
 
김문수 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세월호 침몰사고·제주 4.3사건·대한민국 건국 등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제 시대 한국인의 국적이 일본이었다는 주장은 야당 의원들을 발작하게 만들었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밖에도 김문수 후보자의 입장을 밝히라며 추궁을 계속했지만 그는 또박또박 반박했다. 급기야 야당은 청문회를 계속할수록 역공을 당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하고 말았다. 후보자의 기세에 밀려 서둘러 판을 걷어 버린 것은 청문회 사상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김문수 후보는 젊은 시절부터 노조 운동을 벌여 온 골수 좌파였다.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우파로 전향한 후 민주자유당(민자당) 국회의원 3번을 거쳐 경기도지사 연임을 한 중진급 정치인이고 재임 기간 중 상당한 평판을 얻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는 이전의 모든 정치 경력을 합친 것보다, 아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전 경력이 동네에서 알아주던 수준이라면 청문회를 통해서는 전국적인 인물로 바뀌었다. 이집트 파라오의 노예로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킨 지도자 모세가 나타난 듯이 우파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는 또 어땠던가. 통상 하루에 끝날 청문회를 3일 동안 끌었지만 이 후보자는 흐트러짐 없이 꼿꼿하게 돌파했다. 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질타하기도 하고, 권력의 방송 장악 시도라고 우기는 야당 의원들의 무차별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정치적 정체성을 밝히라고 다그치는 질문에는 ‘이념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말문을 막았다. 방통위원장의 직무와 상관없는 이념적 공격을 흔들림 없이 막아 내며 야당의 공격을 봉쇄해 버린 이 후보자는 적진 한가운데를 뚫고 나가는 장수처럼 용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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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물고 늘어지겠다는 심산으로 무차별 공세를 벌이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난동을 꿋꿋하게 막아선 이 후보자의 결기는 우파 국민들이 바라고 바라던 모습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할 말은 하는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던 국민의 염원을 채워 주며 단숨에 청문회 스타로 주목받았다. 기자 시절 쌓은 명성이 정치적 내공으로 더욱 성숙해졌음을 증명한 것이다. 고대 로마의 검투장 같은 인사청문회에서 ‘강인한 투사 이진숙’을 오히려 빛나게 했다는 점에서 야당의 공세는 공들여(?) 판을 깔아 준 꼴이 되고 말았다.
 
신원식 국방장관 또한 청문회 과정에서나 장관 재임 기간 중 평화를 지키기 위한 무력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는 즉각 응징을 천명했다. 탁월한 작전 능력, 야당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 건실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역설하는 그의 모습은 직분에 충실한 각료의 모습이었다.
 
청문회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야당의 부당한 압박과 공세를 법리적으로 조근조근 따지며 오히려 역공하는 모습으로 각인된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위원장 대행)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국민의 눈에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투사로 떠오른 이들의 공통점은 외부의 압박과 불법적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산 같은 굳건함이다.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지만 누구나 갖추지는 못하는 국민적 신뢰감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특출 나게 두드러진 만큼 야당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우파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때로는 노골적인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이미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경선을 벌일 때 경쟁 후보들이 보인 사생결단식 견제를 지켜보았다.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파를 지키는 등불이 되어 더욱 빛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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