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핵 버튼을 만지작거릴 수 있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 사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각하(Your Excellency)’라는 말부터 시작하여 대놓고 아첨하는 김정은의 러브레터 한 통이면 비핵화 요구는 봄눈 녹듯 사라진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실제로 27통의 김정은 편지에는 “깊은 우리 우정은 마법을 발휘할 것”이라든지 “(우리 만남은) 판타지 영화 속에 추억의 한 장면”이라는 둥 오글거리는 표현이 여럿 있다고 한다.
엊그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중국 선전시에서 개최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기회에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럴 수 있다(I may)”라며 “흥미진진(exciting)할 것”이라고 답했다.
회담 가능성을 둘러싼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가을 안에 김정은을 만날 수 있도록 참모들을 푸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가까운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이달 초 텍사스 행사에서 함께한 사실도 있으니, 뭔가 일이 진척되는 느낌이다.
북한 김정은도 ‘날 좀 보소’라는 듯 9월 하순부터 극초음속 미사일과 신형 탄도 미사일을 섞어 쏴댔다. 북한이 일으킨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 사건이나, 강화도 바로 건너편 개풍군에서 연일 폭파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그렇다. 남북한 긴장이 심각하니 트럼프 ‘각하’께서 몸소 나설 때라고 북한이 보내는 시그널로 읽힌다.
김정은의 꿈에도 소원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북한은 미·북 회담 전제 조건으로 이를 줄곧 요구해 왔다. 북한의 ‘핵 포기’가 미국의 공식 정책이긴 하나 일각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가 임의로 탈퇴한 뒤 핵을 개발하고 버티면 결국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온 국제 비확산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어디그뿐인가.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를 앞세워 미군 철수와 군사 훈련 중지를 포함, 공갈 협박을 해올 것이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더 심하게 탄압해도 뭐라 할 수 없게 된다. 오죽하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와 김정은을 한 방에 함께 놔두지 말라”는 제하 기사에서 “트럼프가 차라리 평양 친구를 멀리 두고 자신을 좋아하고 존경하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을까. 회담하지 말라는 얘기다.
김정은은 노벨 평화상 못 탄 트럼프가 남북한 긴장 상황에 주목하도록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비대칭 전략으로 맞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 대북 방송은 소음공해가 심하다니까 북한 기정동 인공기(높이 165m)에 맞서 우리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99.8m)를 전광판으로 바꿔 입체적 시각 효과가 나는 태극기를 펄럭이게 하자. 또 성탄절 불빛이 사라진 애기봉 등 전방 곳곳에 고정식·이동식 전광판을 설치하자. 무력도발에 평화방책으로 대응하면 세계 여론도 호평할 것이다. 이걸 북한이 타격한다? 그 즉시 김정은은 글로벌 ‘전쟁광(warmonger)’으로 나락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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