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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판도라의 상자’ 봉인할 힘 어디 없을까
핵무기라는 판도라의 상자 봉인이 위협받는 시대
더욱이 북한 핵무기 개발 고도화 우려되는 상황
급변하는 안보 현실… 핵무기 개발 적극 검토해야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20 06:31:30
 
▲ 박진기 세종대학교 대우교수·K-정책플랫폼 연구위원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전해 준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흙을 빚어 여신의 형상으로 만든 여인 ‘판도라’와 상자 하나를 같이 주면서 그 상자는 절대 열어 보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판도라가 결국 상자를 열게 되고 그 속에서 세상에 재앙을 일으키는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다. 이 신화는 기독교 원죄론의 기반인 에덴동산의 ‘선악과(善惡果) 사건’과도 공통점을 가진다. 자의건 타의건 절대적 금지사항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란 점이다.
 
‘소비에트(인민위원회) 러시아’의 핵무기 개발 첩보를 입수한 미국은 그들보다 핵무기를 먼저 개발하기 위해 ‘맨해튼계획’을 실행한다. 그리고 마침내 핵무기를 개발했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제국을 상대로 1945년 8월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다. 그 위력을 실감한 인류에게 ‘핵전쟁’은 곧 지구 종말을 상징하게 되었다. 즉 핵무기는 다시는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반격 차원에서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침공 작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용 허가를 검토 중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지원하지 않다가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이런다고 주민투표까지 동원해 편입시킨 동부 지역과 2014년 점령한 크름반도를 러시아가 반환할까. 당연한 반응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까지도 ‘핵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당초 작년 우크라이나의 대공세 작전 당시 이러한 무기 사용을 허가하고 제공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결정은 너무 무책임한 결정은 아닐까. 이것은 곧 11월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미국 민주당 정권의 초조함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던 세계 2위 군사력을 가진 러시아와 22위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로는 우크라이나군의 선전과 막대한 서방의 군수물자 지원이 꼽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데 있다. 그리고 현재 상황으로선 우크라이나가 현 전선과 점령지를 인정한 채 정전협정을 하거나 혹은 푸틴의 돌연사 또는 내부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한 러시아의 입장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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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푸틴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어  극단적 선택으로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그것은 연쇄 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즉 러시아와는 한 배를 타고 있으며 이스라엘 공격의 기회를 엿보던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여 동시에 다량의 미사일로 공격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몰릴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술핵으로 타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은 13일 핵탄두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HEU)’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 정치·군사적으로 러시아·이란·북한은 한 몸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핵무기 실전 배치에 자신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 곧 7차 핵실험을 하든 핵미사일을 공개하든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일 뿐더러 더 이상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라고 자위하기에도 한계에 와 있다. 사실상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 중이며 수많은 발사체 실험을 통해 핵미사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완성되었음을 공표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2024년 기준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나 이는 재래식 무기에 한정된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처럼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핵탄두 2·3발이면 대한민국은 전 영토가 초토화되고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두 전쟁을 종결시키고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되어야만 한다. 단순히 무역관세 논쟁이나 방위비 분담액 증액 논란 등 근시안적 경제 논리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세계 질서를 위해 강력한 미국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과거와 달리 청교도 사고 기반의 건국 정신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의 위상도 항구적일 수 없다.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바라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최소한 한반도에서의 판도라 상자는 우리가 봉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핵 공격 및 대량살상무기 공격에 대응해 ‘전략사령부’를 창설할 예정이지만 핵무기가 없는 전략사령부는 한쪽 바퀴가 없는 수례와 같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는 ‘희망’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급변하는 안보 상황을 고려해 대북 억제능력 확보 차원에서 핵무기 개발도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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