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대응이 연일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불법촬영물 27만 건이 여전히 삭제되지 않고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93만8000건의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 중 약 29%인 26만9000건이 삭제되지 못한 상태다.
25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매년 삭제 요청 건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립과 가해자에게 불법촬영물 삭제 비용을 청구하는 법적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불법촬영물 삭제 성과가 개선되지 않는 주요 원인은 디성센터의 권한 부족과 해외 서버 기반 성인사이트에 대한 제재의 어려움이 꼽힌다. 특히 불법촬영물이 주로 유통되는 해외 서버 사이트는 한국 내 법적 제재를 회피하기 쉽다.
디성센터는 직접적인 삭제나 차단 권한이 없으며 인력과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미삭제율은 2020년 37.3%에서 2021년 25.3% 2022년 24.4%로 점차 감소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다시 31.2%로 상승했다. 이는 불법촬영물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부 대응 체계의 한계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담 대응 기구를 설립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불법촬영물 통합 신고·조사·국제 공조·예방 교육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성범죄방지종합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디성센터의 역할을 격상시켜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불법촬영물 삭제에 투입된 비용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불법촬영물 삭제 비용이 대부분 국가 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아 가해자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회수된 금액을 다시 피해자 지원과 촬영물 삭제에 재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법적 조치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중요한 재정적 기반이 될 수 있으며 가해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높여 범죄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불법촬영물 유포와 삭제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해외 주요 불법 사이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디지털 성범죄는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특성을 지니고 있어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불법촬영물 유통망을 차단하고 디지털 성범죄 통계를 구축해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성센터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야 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재의 인력과 자원으로는 급증하는 삭제 요청을 처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디성센터는 불법촬영물 삭제 및 피해자 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과 인력 보강이 시급하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구제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불법촬영물의 유포 방지와 신속한 삭제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와 자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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