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대출자들의 고통… 집합건물 경매 48%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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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부동산 침체에 경매 급증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6 12:03:31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상가 매물이 게시 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 건수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출금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의 경매 사례가 급증하며 이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매입했던 이들의 고통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16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미 지난해 연간 건수(10만5614건)를 넘어섰으며 2013년 14만8701건 이후 최대 수치다. 임의경매란 채무자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의 원리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별도의 재판 없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뜻한다.

특히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집합건물 경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11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185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5149건)보다 48%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만6094건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이는 작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수치다. 이어 부산(6428건)‧서울(5466건)‧인천(3820건) 순으로 집합건물 경매가 많이 발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고금리로 인한 대출 상환 부담과 주택시장 침체로 분석했다. 2021년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영끌 대출로 주택을 매입했던 사람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일부는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을 선택하기도 했는데 이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더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서 자산 매각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경매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매물을 내놓아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경매 시장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임의경매 건수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10만5614건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임의경매는 2021년 6만 건대에서 2023년 두 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이며 가계의 금융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금리 문제를 넘어 대출 규제와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매 시장에서의 급격한 물량 증가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채무자들이 자산 매각에 실패한 채 경매에 내몰리면서 저가 낙찰이 잇따르고 이는 시장 전체의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경매로 내몰리는 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을 주시하며 이를 완화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구조 조정·채무 조정 지원 강화 등을 통해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동시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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