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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는 한자어에서 온 것이 제법 많다. “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한자어라니?” 하면서 놀라게 되는 글자도 많다. 우선 죽(鬻)이 그것이고 다음이 ‘탈(頉)’이다. 보통은 “요즘 무탈하지?” “아이고 나 탈 났어”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이 탈이지” 등을 보면 마치 순우리말처럼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탈(頉)’은 ‘뜻밖에 일어나는 변고나 사고’를 이르는 한자어이다. ‘탈날 탈’ 자이다. 밥 먹고 배탈이 났다고 할 때도 이 글자를 쓴다.
‘탈(頉)’은 핑계나 트집을 이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괜히 탈 잡히지 말고 미리미리 조심해”라고 할 때도 이 글자를 쓴다. 참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이것이 한자어에서 유래한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탈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만을 이르는 것은 아니다. “태호는 너무 인정이 많아서 탈이야” “태호는 잘생긴 것이 탈이야”라고 할 때는 ‘결함이나 허물’을 나타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나칠 정도로 잘한다·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약간 질투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세상이 어지럽다. 제발 비노니, 무탈하게 지나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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