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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 변화 반영된 ‘반도체지원법’ 기대
‘주 52시간 근무 예외’ 민주당 내 이견은 유감
핵심 기간산업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필수
엔비디아는 주 7일 및 새벽 1~2시 근무 일상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11 00:02:01
 
 
첨단기술 확보는 기업은 물론 국가 명운을 좌우한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는 첨단산업의 핵심이고, 단순한 기업 사업이 아니라 국가안보 산업이다. 반도체 주권을 위해 선진 각국이 전 방위 지원에 돌입한 지 오래다.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반도체 전쟁에서 기업의 분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산업에 100조 원을 푸는 반도체지원법을 공개한 것은 긍정 평가된다. 이 법은 반도체 기술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기한을 올해 말에서 10년 더 연장하고 세액 공제율도 높이는 게 핵심이다. 10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까지 담아 야당표 ‘K칩스법’이라 할 만하다. 민주당이 ‘대기업 특혜’ ‘부자 감세’와 같은 시대착오적 인식의 틀에서 벗어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반도체 기금과 특별회계로 조성되는 100조 원 정책금융은 정부 안(案)보다 5배 이상 많다. 민주당이 제안한 ‘국가반도체위원회’는 여당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와 유사하다. 반도체용 산업용수·전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한다는 입장도 정부·여당과 다르지 않다.
 
정부도 다음 달부터 18조 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를 3년 연장하고 연구개발(R&D)·인력 양성 등에도 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한다. 여야와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지원안에 경쟁국과는 달리 보조금 지급이 빠진 건 아쉬운 대목이다. 팹리스(설계)와 후공정, 소재·부품·장비처럼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 한해 보조금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로 제한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민주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면서 반도체법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반도체 패권을 회복하자는 결의 속에 해당 산업에 한해 52시간 근무에 유연성을 부과하자는 취지로 추진됐지만 민주당 내에서의 우경화 비판으로 이 조항이 제외된 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법의 핵심은 52시간 근무 예외를 명문화해 근무의 관성과 가속이 필요한 기술 인력들의 연구 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조항이 빠질 경우 ‘앙꼬 없는 찐빵’ 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법이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게 불 보듯 훤하다.
 
국민의힘 역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기업의 고급 R&D 인력이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면서 지금까지 반도체지원특별법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TSMC와 엔비디아 등 다른 글로벌 업체들은 유연한 근로 시스템을 기반으로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 직원들은 주 7일 연속 근무나 새벽 1~2시 근무 사례가 특이하지 않으며, 이들은 주식 등 파격적인 금전 보상을 받고 있어 이직률이 업계 평균보다 낮다.
 
과거 1980~90년대엔 근로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 처우가 열악했지만 지금은 노동 환경도 인구 구조도 변했음을 고려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 제한이 좀 더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고 싶은 인재들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안다면 민주당은 전향적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
 
4차 산업시대의 ‘쌀’인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산업이다. 정치권이 과감한 실천과 속도전으로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첨단 공정이 경쟁국에 밀리고 주력인 메모리조차 초격차가 사라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시대 변화에 따르고 나아가 이를 이끌 힘을 법 제정 등으로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 진일보한 반도체지원법을 합의해 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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