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촉발된 서부지법 사태가 일어난 지 이제 막 60일을 넘겼다. 서부지법 사태에 연루된 이들은 중·장년층 보다는 상대적으로 2030 젊은 층이 많아 ‘서부지법 청년’이라 불리게 됐다.
사건이 일어난 1월19일 오전에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었고 이어서 눈앞에서 불꽃이 확 튀어 버리듯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서부지법 사태가 일어난 가장 큰 배경은 상식을 크게 벗어난 법 집행이다. 청년들은 아무리 법치가 무너졌어도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새벽 시간에 설마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상식의 수준을 넘어 예상이 뒤집히자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미리 구속으로 결론을 정해 놓고 일부러 사람들이 다 잠든 새벽 시간에 발표했다.”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는 퇴근해 버려 잠 못 자고 기다린 시민들만 바보 됐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청년들은 분노했고 서부지법 후문을 밀고 경내로 진입했다. 경찰은 청년들에게 ‘특수건조물침입 혐의’와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서부지법 청년 변호인단 측은 특수건조물침입 혐의가 아닌 일반건조물침입 혐의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경찰 측 주장대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가 적용되려면 다수의 시위대가 다중의 위력을 행사해 침입했어야 한다. 변호인단 측은 일부 레거시 언론에서 ‘MZ 결사대 단톡방’이 범죄를 모의한 조직이며 그 조직에서 모의하여 공동으로 위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우연히 만난 개인들일 뿐이고 사고 또한 우발적인 것이었다.
그 근거로 경찰이 60일 동안 사무실 계약서·회원 명부 등을 찾겠다며 압수 수색과 휴대전화 포렌식을 했으나 사전 공모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며 “어떤 이유에선지 후문 아래쪽이 걸쇠로만 고정되어 있었고 자물쇠 등의 단단한 잠금장치는 없었던 것 같다. 청년들이 문을 계속해서 미니까 쉽게 개방되었다”고 주장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더욱 무리하게 적용됐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려면 다수의 시위대가 다중의 위력을 행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해야 한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경찰 측에선 경찰관 앞에서 소리를 지른 것·바리케이드를 몸 쪽으로 잡아당긴 것·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인 것 등을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적용했다. 법원 내로 진입한 청년들을 개개의 인원으로 보지 않고 범죄 행위를 공유하는 하나의 조직으로 단정짓고 그 결론에 맞게 수사를 끼워 맞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의혹은 경찰의 강압 수사로 더욱 명백한 사실이 되고 있다. 소정임 변호사는 “전화 한 통 없이 갑자기 집에 찾아와서 집 안 전체를 압수 수색하고 체포한 사례도 있고… ”라며 운을 뗀 뒤 “잠옷 차림으로 집에 있다가 차량을 이동시켜 달라는 전화를 받고 밖으로 나가니 경찰이 그 자리에서 체포했다. 잠옷·맨발에 슬리퍼 차림이라 옷을 갈아입고 싶다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휴대전화도 뺏겼다. 아들과 통화하고 싶다고 하자 경찰이 준 휴대전화로만 통화가 허용됐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전했다.
장주용 변호사도 경찰이 소환 통보 없이 사업장으로 찾아와 그 자리에서 청년을 체포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출석 요구 없이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부지법 사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 일로 새벽 시간 많은 국민이 놀랐고 충격을 받았으며 청년들이 폭도가 맞다·아니다로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초래됐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기물을 파손한 적극 가담자뿐만 아니라 단순히 사건 현장을 촬영하던 유튜버, 경찰과 뒤엉켜 있던 시민들까지도 ‘당시 그 현장에 있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구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안은 경찰이 적법한 체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행위의 가담 정도를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구속했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가 언제 이 같은 상황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던가. 보고도 믿지 못할 현실이다. 더욱이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현재도 영상 채증을 통해 추가 체포가 이뤄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적법한 법 집행이 맞는지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 누구도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처분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범죄를 저질렀으니 죗값을 치러야 한다”거나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기도 한다. 그 말처럼 범죄를 저지른 만큼만 처벌을 받으면 되며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금 당장 경찰이 해야 할 일은 ‘공정한 법 집행’이다. 그래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경찰을 폭행해도 구속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왜 서부지법 청년들에게는 이렇게 가혹한가”는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며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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