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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현령 겸재 정선, 작품으로 돌아오다 [아는 풍경 낯선 여행]
왜관수도원 소장 ‘겸재정선화첩’ 전시
인근 서울식물원에는 수국과 장미 만발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14 17:15:46
 
▲ 겸재정선미술관 입구 '독서여가도'를 재현한 조형물. 임유이 기자
 
서울 강서구 습지생태공원 맞은편에 구립 겸재정선미술관이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은 진경산수 화풍을 창안해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끌어낸 화성이다.
 
강서구에 그를 기리는 미술관이 있는 것은 겸재가 65세부터 70세까지 지금의 강서구청장에 해당하는 양천현령으로 재임하며 강서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다. 겸재정선미술관 1층에는 양천현아실이 있어 양천과 정선의 인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양천은 겸재 정선의 부임지
 
▲ 현재 양천구 모습과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오른쪽, 간송미술관) 속 양천구 모습. 
 
현재 겸재정선미술관에서는 개관 16주년(벌써!) 기념 특별기획으로 ‘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 전을 진행 중이다.
 
금강산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경북도 칠곡군의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소장한 ‘겸재정선화첩’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전(傳) 김홍도의 ‘해동명산도’ 등 희귀 소장품을 구립미술관 처음으로 선보인다.
 
진경산수의 걸작으로 꼽히는 겸재정선화첩의 경우 독일 수도원에 소장돼 있다가 2005년 왜관수도원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된 작품이다.
 
원래 이 화첩은 1911년과 1925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신부가 가져간 물건이었다. 이 화첩에 그 유명한 금강내산전도가 들어 있다.
 
화첩은 정사각형 형태로 그리 크지는 않다. 들고 다니면서 보거나 서가에 꽂아둘 수 있는 크기다. 그래서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금강전도를 떠올리고 이곳을 찾았다가는 왜관수도원 소장 금강전도가 너무 작은 것에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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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은 대형 유리상자 안에 전시돼 있고 일정 주기로 페이지가 넘어간다. 지난달에는 금강내산전도 면이 펼쳐져 있었고 지난주 방문했을 때는 만폭동도 면이 펼쳐져 있었다.
 
이 화첩에는 ‘금강내산전도’ ‘만폭동도’ ‘구룡폭도’의 금강산 그림 3폭과 태조 이성계가 함흥 고향집에 심었다는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도’ 등 18폭이 담겨 있다.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 반환을 결정하다
 
▲ 겸재정선화첩 속 금강전도. 왜관수도원
 
화첩이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사연이 있다.
 
이 화첩을 최초로 발견한 이는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였다. 1964년 광부로 독일에 파견됐던 유교수는 3년 뒤 뮌헨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다가 베버 신부가 쓴 ‘한국의 금강산에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 겸재 그림 3폭이 들어있는 것을 보게 된 유교수는 독일 어딘가에 있을 실물을 찾아 나선다. 화첩은 베버 신부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오틸리엔 수도원의 선교박물관 1층 전시실에 보관돼 있었다. 이 화첩을 찾았을 때가 1975년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1985년 경북의 성베네딕도회 왜관 오틸리엔 수도원 주도로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 화첩 반환을 타진하게 된다. 마침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도 화첩의 가치를 알아보고 경매를 제안하는데 추정가가 무려 ‘50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틸리엔 수도원 측은 오히려 “화첩에 그 정도 가치가 있다면 한국사람에게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물건일 것 아니겠냐”며 반환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2009년 오틸리엔 수도원과 왜관의 성베네딕토회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0주년 되는 해를 기념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이다.
 
반환이지만 영구대여 형태를 띠는 것은 빌려준 사람이나 빌려 간 사람이나 보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임으로 화첩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대여 작품의 특성상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도 관람 추천
 
▲ ‘기억과 심상의 공간’에서는 한국 근현대 동양화 거장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는 금강산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임유이 기자
 
그밖에 겸재정선미술관에는 국립중앙박물관·서울대학교·성균관대학교 등이 소장하고 있던 유물과 이응노·변관식·황인기 등 근현대 동양화 거장들의 주요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는 두 파트로 나눠 진행된다. 1부 ‘성지에서 진경으로’에서는 조선 화가들이 금강산을 화폭에 재현하며 진경산수화를 구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 ‘기억과 심상의 공간’에서는 한국 근현대 동양화 거장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는 금강산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2층에는 정선의 생애와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겸재기념관이 있어 정선이 여행한 장소의 현재와 오늘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그 외에 체험실과 영상실이 마련되어 있어 직접 정선의 작품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다. 3층은 카페 및 다목적실로 활용 중이다.
 
‘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 전시는 25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도 29일까지 ‘겸재 정선’ 전을 진행한다. 두 전시를 함께 관람하면 겸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장미와 수국이 만발한 서울식물원
 
▲ 서울식물원 내 수국 전시물을 배경으로 관람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유이 기자
 
겸재정선미술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서울식물원이 있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죽죽 뻗는 식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우거진 초록 잎은 눈을 편안하게 한다.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온실은 지름 100m, 높이 28m의 대규모 실내 정원이다. 아파트로 치면 8층 높이와 맞먹는다. 지표면을 제외하고 사방이 유리창에 둘러싸여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열대·지중해 12개 도시의 식물을 살펴볼 수 있다.
 
열대 도시로는 하노이·자카르타·상파울루·보고타가, 지중해 도시로는 바르셀로나·샌프란시스코·로마·타슈겐트·아테네·퍼스·이스탄불·케이프타운이 선정됐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한반도처럼 물과 뭍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다양한 식생이 관찰된다.
 
서울식물원 온실에는 수국이 만발해 있으며 주제정원과 오늘의 정원에서는 ‘서울식물원 이달의 식물’인 장미를 선보이고 있다. 또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에서는 대형 샹들리에 조형물을 전시 중이다.
 
겸재정선미술관과 서울식물원을 방문하려면 9호선 마곡나루역이나 양천향교역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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