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의외의 상황에 놀랄 때가 많다. “문 닫고 들어와”라고 했더니, 베트남 여성이 “문 닫고 어떻게 들어가요?”라고 해서 머쓱했던 적이 있다. 아이고…우리말의 조사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문법이다. 물론 동양권에는 조사가 있는 나라도 많지만, 서양에는 조사가 거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조사를 가르칠 때가 참으로 힘들다. 영어로 표현해도 못 알아듣는다.
‘나의 살던 교향은 꽃 피는 산골’이라는 동요를 가르쳤다. 보통 관형격 조사 ‘의’을 가르칠 때 학생들은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나의 살던 고향’이라고 할 때는 ‘내가 살던 고향’을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주격 조사’이다. 그러면 더 설명을 해야 한다. ‘내가 살던 고향’은 ‘나 + 이 + 가’의 형태이다. 그러면 주격 조사가 둘이다.
과거에는 주격 조사가 ‘ㅣ’밖에 없었다. 그것이 후대에 ‘가’가 포함되어 ‘내’로 굳었던 것에 ‘가’를 붙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의’는 어떤가? 역시 과거에 관형격 조사는 ‘ㅣ’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의’가 관형격으로 쓰이면서 새로운 문법적 구조를 만들게 되었다. ‘네 책’이라는 말이 ‘너의 책’, ‘내 책’은 ‘나의 책’이라는 것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은 만만하지 않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