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로 시중 유동자금이 비규제지역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에 집값이 안정화 돼 있었던 지역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실수요자들의 설자리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규제 여파로 한 번 집값이 상승한 지역의 경우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무시한 정부의 반시장 정책이 일반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아 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계속된 규제 정책으로는 수도권을 넘어 타 지역으로까지 풍선효과를 확대시키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며 하루빨리 공급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원·용인·성남 풍선효과 억제 위해 또 규제…인천·화성 집값 들썩 ‘제2풍선효과’
지난해 상반기 9·13대책의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강남 지역 아파트 시세가 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부동산 시장에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그 결과 강남 집값은 더욱 강세를 띄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우려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1차 발표에서 정부는 상한제 적용지역을 서울 강남 4개구와 마포·용산·성수·영등포구 등 8개 구, 27개 동으로 한정했다. 집값이 오른 지역에만 규제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자 새로운 부작용이 생겨났다. 서울 흑석동, 목동, 과천 등 비규제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생겨난 셈이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기존 서울 지역 27개 동에서 서울, 경기권 등 총 495개 동으로 확대 지정했고 동시에 대출규제도 강화했다. 유례 없는 초강도 규제라 평가받는 12·16 대책으로 부작용은 더욱 심화됐다. 풍선효과가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규제 발표 이후 약 한달여 만에 수원·용인·성남 등의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48%가 올랐다. 수원 영통구, 팔달구 용인 수지구 등 지역은 각각 2.61%, 1.38%, 2.43% 씩 오르며 급등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의 집값은 지난달 셋째주까지 이어졌다.
규제는 풍선효과를 억제시키는 데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정부는 또 다시 같은 방법을 동원했다. 지난달 20일 집값 상승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2·20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수원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수도권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미 실패한 정부 대책의 결과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정책 부작용은 타 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감정원의 2월 넷째 주 아파트 가격 동향(24일 기준)에 따르면 인천시는 2월 들어 0.07%(3일), 0.11%(10일), 0.30%(17일), 0.40%(24일) 등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1.06%)는 교통 호재(GTX-B)와 신규 분양 기대감이 양호한 청라동과 송도동 위주로, 부평구(0.25%)는 산곡동 등 7호선 연장 예정지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청라동의 ‘청라 한신 더휴 호수공원’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지난달 중순 최고 6억8698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호가가 최고 7억9000만원까지 뛰었다. 불과 1달여 만에 1억이 오른 셈이다.
서구 가정동의 ‘루원 SK리더스뷰 1차’ 전용 84㎡ 분양권 가격도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5억원 초반대를 오르내렸지만 현재는 호가가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정도 올라 6억원대를 돌파했다. 인천 가정동 소재 H공인중개사 대표는 “2·20대책 이후 매물을 걷어 들이고 있거나 높은 호가에 다시 나오고 있다”며 “실거래 사례는 아직 없지만 매수세가 강한 만큼 신고가를 쓰는 단지들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 된다”고 말했다.
화성시 동탄신도시도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동탄2신도시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엔 9억4800만원으로 한차례 오른 후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24일엔 9억9500만원에 거래 됐다. 현재 호가는 10억원이 넘은 상태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 자리한 I부동산 관계자는 “수·용·성 지역을 한차례 쓸고 간 갭투자 수요들이 현재 화성 병점·동탄1신도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2·20대책 이후에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실제로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두더지잡기식 뒷북 규제에 수도권 내에선 발붙일 곳 사라진 서민들
정부의 계속된 규제로 집값 상승 지역이 서울에 이어 수도권 곳곳으로 확대되면서 국민들의 원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고집스럽게 고수해 결국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낳고 있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서울·수도권 지역에 직장을 가진 젊은층들은 수도권 내에서 발붙일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공급 위주의 정책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거주하는 최민성(30대) 씨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꿨던 적이 있었지만 몇 년 동안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보고 포기했다”며 “차선책으로 수도권에 교통이 좋은 지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그 마저도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토로했다.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는 박보연(20대·여) 씨는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려해도 수억원 있어야하는데 물려받을 재산이 없을 경우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런데 최근 수원 등의 지역에서 집값이 올라 대출을 완전히 막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조차 서민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고 울분을 토했다.
전문가들도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집값이 상승하는 특정 지역을 규제한다면 풍선효과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럴 경우 결국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2·16 부동산 대책 부작용으로 급등한 지역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다”며 “교통 호재로 인해 가격이 오른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정부의 교통대책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인데 이런 지역에 곧장 규제를 가해버리니 결국 유동자금은 인근 지역으로 흘러가게 돼 있다”며 “수도권 주요 지역의 집값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이번에도 공급대책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 크다”며 “시장 반응에 즉각 대응한 수준의 정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집값이 오르는 지역에 대한 때려잡겠다는 규제책은 단기적인 집값 안정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요 억제책 뿐만 아니라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원활히 하는 공급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번 대책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빠져 결국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고 경고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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