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헤드라인 뉴스

 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현장코드=1인칭 기자가 뛴다]-<30> 세운지구 개발 현황

시간이 멈춘 도심 속 외딴섬…주민들의 시름만 늘었다

서울시 세운상가 일대 재생계획 추진에 속타는 주민들 “개발 외엔 답 없어”

엄도현기자(dhu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4-29 13:00:12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서울시는 세운지구 재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보존’하기로 했다. 사진은 세운지구 전경. ⓒ스카이데일리
  
세운상가는 1987년 용산전자상가의 개발과 동시에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전자장비에 대한 수요가 용산으로 이동하면서 도심에 어울리지 않는 업종을 내세운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일대 지역을 재개발하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세운상가 일대 지역 재개발 목소리는 2006년 절정에 달했고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당 지역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면 철거 계획이 잠시 보류됐고 이후 전면 재개발 보단 보존을 중시한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세운상가 일대지역 재개발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세운상가의 존치를 공식화한 조치였다. 박 시장은 세운상가 일대 152곳의 정비구역 중 89곳을 ‘구역해제’하고 남은 63개 구역은 내년 3월까지 세입자 대책 마련 등의 조건부로 일몰이 연장됐다. 세운의 산업생태계를 보존하고 재생·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앞서 80차례가 넘는 논의와 설문, 인터뷰를 거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지역민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지역의 낙후도가 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특히 안전과 건강도 위협을 받고 있어 하루빨리 전면재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30년 가까이 재개발 기다렸는데 돌연 재생이라니”…서울시 일방행정에 주민들 거센 반발
 
평일 오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 거리는 분주한 열기로 달아오른다. 공장의 인부들은 거리에서 담배를 태우고 그 뒤로 좁다란 골목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간다. 회색빛의 골목엔 OO금형, △△전자 등의 소규모 공장이 즐비하다. 골목 구석구석엔 버려진 철골과 빈 깡통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그 사이를 인쇄소의 지게차와 철물점의 오토바이가 클락션도 없이 아슬아슬 하게 지나간다. 60여년의 시간을 품은 채 박제된 이곳은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다.
 
‘세운지구의 주민들은 개발보다 보존이라는 서울시의 결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찾은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의 상황은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다. 주민들 역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희복 삼풍부동산 대표는 “시에서 낸 보도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 사실상 당장 어떻게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기다리라는 얘기다. 협의를 했다고는 했지만 입맛에 맞는 몇 명만 불러다가 자기들 멋대로 결론내린 것이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 현재 세운-진양상가를 보행로로 잇는 ‘다시세운보행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은 세운지구 일대 좁은 골목길. ⓒ스카이데일리
 
이 대표는 정리해둔 자료를 펼쳐보였다. ‘4월까지’, ‘10월 중’, ‘연내 수립할 계획’ 등 시기를 나타내는 단어에만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는 “서울시가 주민들의 개발 의지가 강한 곳에 한해서 일몰기한을 연장시켜준다고 했는데 사실 주변을 둘러봐라. 이렇게 낙후돼 있는데 개발 의지가 강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며 “그런 걸 싹 무시하고 시에서 밀어붙이는데 서민들 입장에선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4일 △세운2구역 35개소 △세운3구역 2개소 △세운5구역 9개소 △세운6-1·2·3·4구역 106개소 등 152개 구역에 대해 정비구역을 해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이후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이달 21일 도시재정비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세운 2구역 △3-8·10구역 △5-4·7·8·9구역 △6-4구역 등 63개 구역은 해당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및 자치구의 사업 추진의지를 감안해 내년 3월 26일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한다고 말을 바꿨다.
 
신성상가 아래에서 30년 넘게 부동산을 운영해 온 이윤두 신성부동산 대표는 “옛날에야 인쇄골목이 잘돼서 주변 상권 경기가 아주 좋았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건물을 팔려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집을 가진 사람들도 재개발 안하고 보전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큰 실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운상가 일대 지역 시간이 수십년째 멈춰있는 동안 주민들의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세운상가 주변에선 종로서 남산까지 한 길로 잇는다는 포부를 지닌 ‘다시세운보행교’가 한창 공사 중이다. 과거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은 공사를 하느라 질서 없이 주차된 차들로 어지럽다. 묘기를 부리듯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들을 피해 보행교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는 세운-대림상가를 2층 높이의 보행교로 연결하고 ‘다시세운보행교’라고 이름 붙였다. 상가의 발코니가 낡아 안전문제가 발생해 보수가 필요했는데 시는 발코니를 보수하는 김에 전부 이어 보도를 만들었다. 올해 안에 종로부터 시작해 충무로 앞 진양상가까지 연결되는 보행교를 만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지금은 삼풍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의 보행교가 건설 중이다.
 
▲ 쭉 뻗은 보행로 주변으로 아직 상인들이 자리를 잡지 않은 상가들이 보인다. 몇몇 상가에는 독립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마련돼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인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일부 공간을 지원했다. 인쇄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입주공간 ‘창작큐브’가 신설되고 그들을 위한 청년주택도 400호 가량 마련됐다. 책을 내고 싶은 독립작가와 세운 일대의 인쇄소의 협업을 위한다는 취지다.
 
공교롭게도 인쇄소를 포함한 지역민들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 일색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을 요구하는 아마추어·스타트업 작가들의 특성상 원주민의 수입이 될 만한 일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인쇄소 주인은 “사실 수입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새롭게 생긴 카페들이나 재미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지역민들은 서울시의 조치를 ‘허울 좋은 보존’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말 세운의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고치고 싶은 생각이 없을까. 좁은 골목에 늘어선 낡은 집에 거주하는 한 노인은 “재개발 이야기 자체가 이젠 지겹다”며 “언제 또 재개발한다고 할지도 몰라 집 고칠 생각도 안하고 기다렸는데 이젠 다 포기했다”고 성토했다.
 
정말 세운의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고치고 싶은 생각이 없을까.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서울시의 행정에 진이 빠진 것은 아닐까. 청계천-을지로 보존연대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는 (세운 개발 방향에 관한)논의 횟수로 자신들의 종합대책을 합리화하기보다 면담 과정마다 과연 자신들의 책임과 권한을 다하려고 했는지, 과연 진정한 도시재생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 지역에 원치 않는 호흡기를 씌워놓은 동안 이곳의 시간은 멈췄고 주민들의 시간은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대체 누구를 위한 ‘보존’인가. 책임은 아무도 짊어지지 않는다. 불과 한나절, 오늘 세운상가 일대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무력감이 답답하게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엄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좋아요
    2

  • 감동이예요
    2

  • 후속기사원해요
    2

  • 화나요
    10

  • 슬퍼요
    3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의 집&빌딩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는 가수 및 배우 '엄정화'가 사는 동네의 명사들
엄정화
키이스트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홍성희
을지대학교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미세먼지 (2020-08-05 09:3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