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배태용·정동현·이창현·허경진 기자] 출범 4년차를 맞이한 문재인정부는 줄곧 노동과 세제, 지배구조 등에서 기업들에 부담을 안기는 규제 정책을 일관되게 강화해왔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규제도 그 중 하나였다. 투명, 공정 등 그럴듯한 단어를 앞세워 지배구조 관련 규제 수위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해당 정책은 효과는커녕 여러 가지 부작용만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사업 진출, 구조조정, 신규투자 등 사업 확장에 있어 기업 활동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축소됐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가 일자리 축소라는 국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文정부 적폐청산 화살 애꿎은 대기업 조준… 4년 새 지주사 대폭 감소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재벌개혁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대기업의 지배구조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재벌경제는 국가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지적하며 노동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내린 조치였다. 다수의 대기업이 기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상황임에도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2017년 7월 시행령 개정이 실시됐고 지주회사의 자산 총액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됐다. 지주회사 자산 요건에 대한 재검토(3년 주기) 및 재검토 고려요소(국민경제 규모 변화·지주회사 자산총액 변화·지주회사 간 자산총액 차이 등)와 관련한 근거 규정도 마련되면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호응했다. 법 개정 없이 행정명령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업의 지배구조 규제를 진행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입법 추진했다. 특히 2018년 8월 신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고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의결권 행사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담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하고 국회로 넘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새로 설립되거나 전환되는 지주회사(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를 신규 편입하는 경우도 포함)에 한해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상향됐다. 상장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현행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현행 40%에서 50%로 상향됐다. 기존 지주회사의 경우 세법상의 규율(익금불산입률 조정 등)을 통해 자발적인 상향을 유도해 나가도록 했다.
아울러 사익편취 관련 규제 역시 한층 강화됐다. 규제대상에 속하는 총수일가의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했다.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이 낮아지면 규제대상 기업 수는 크게 증가하게 된다.
슈퍼여당 탄생에 지주사 규제 가속화 전망… ‘기업활동 위축→일자리 감소’ 결국 국민피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야당이 공정거래법 개정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해왔고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동안 기업규제에 관한 행정명령을 일삼아 온 데다 수차례 지배구조 관련 규제강화를 주장한 만큼 기업들은 이미 몸을 바짝 웅크린 상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주사를 통한 사업확장 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주사 체제를 포기한 기업도 속출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93개였던 국내 지주사는 3년 새 20곳이나 줄었다. 지주사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주목되는 점은 4·15 총선을 통해 177석의 슈퍼여당이 탄생한 만큼 그동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등 50여개의 규제가 가까운 시일 내에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만약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배구조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일례로 셀트리온그룹의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의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주사 셀트리온 홀딩스가 지난해 셀트리온 주식 80억원을 추가 매입했다. 상장 자회사 20%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30% 요건이 되면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주사 유지를 위한 현금 운용이 늘어날 경우 신사업 진출이나 투자 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영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의 강력한 규제는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켜 결국엔 서민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활동이 위축돼 실적이 감소할 경우 채용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지주사 강화 등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글로벌 시대에 기업은 분업관계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과 경쟁력 향상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률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요건이 분명하지도 않은 데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더해지면 국제사회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진다”고 지적했다.
심형석 미국 SWCU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는 300인 이상의 기업이 고용의 절반을 담당해왔으며 설비투자 역시 이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시장의 자율적 감시와 기능을 통해 기업이 변할 수 있어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기업의 지배규조를 법리적으로 막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우리나라 단 두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을 10%p 상향하는 내용은 자회사 설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기업의 자금소요가 클 뿐 아니라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의 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기업부담이 가중될 것이다”며 “이로 인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져 상대적으로 투자 및 고용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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