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지영·엄도현 기자] 최근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절약형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살포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만큼 소비를 하되 가성비와 효율을 꼼꼼히 따지는 현명한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고거래가 더욱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지 절약을 위한 선택을 넘어 스스로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황에서 절약형 소비에 나서는 소비자들을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나봤다.
코로나에도 식지 않는 뉴트로 열풍… 떠오르는 온라인 동묘시장
지난해부터 시작된 ‘뉴트로’(New+Retro)의 유행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나오지 않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몇몇은 오래된 옷과 소품을 사랑한다. 주로 동묘구제시장과 황학동 인근을 배회하는 이들은 ‘힙스터’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동묘에서 산 펑퍼짐한 재킷을 걸치고 황학동에서 구한 소품으로 보금자리를 꾸민다.
하지만 코로나가 거리를 덮친 지금, 동묘와 황학동은 이전만큼 북적이지 않는다. 대신 청년들이 중고물품을 찾는 곳은 다름 아닌 온라인이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하나로 통하던 중고거래 플랫폼이 당근마켓·번개장터 등의 어플로 다변화되며 중고거래를 통한 절약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영상제작업에 종사하는 김태민 씨(32)는 절약형 소비를 통해 코로나로 인한 불황을 극복하고 있다.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를 일일이 사기에는 너무 비싸 프로젝트별로 장비를 사고 판다. 김 씨가 거래하는 장비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김 씨는 “거래한 것 중 가장 비쌌던 것은 600만원대의 모니터였다”며 “장비를 새로 사기에는 박스 개봉과 동시에 가격이 하락하니 중고로 거래한다”며 “물론 거래할 때마다 드러나지 않은 하자가 있는지 걱정되기 때문에 만나서 점검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민정 씨(27·여)는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중 ‘당근마켓’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당근마켓의 특징은 거주하는 지역 안에서의 거래를 중점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 씨가 거주지인 연남동에서 거래한 횟수만 100여건이 넘는다. 주로 거래하는 물건은 의류다.
이 씨는 “동네거래를 주로 하다 보니 같은 구매자를 만나는 경우도 많다”며 “자주 거래를 하는 사람들과는 이미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거래의 또 다른 장점은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며 “중고거래를 자주 하는 계정은 팔려고 내놓는 옷도 비슷해서 물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고거래가 활성화·다변화되면서 중고거래의 접근성을 위해 중고거래 대행 서비스도 등장했다. ‘땡큐마켓’은 물건을 포장하는 일이 성가시고 상대방과 소통하거나 대면하는 일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를 신청하면 배송기사가 직접 요청지로 찾아와 물품을 검수하고, 판매를 대행해준다. 땡큐마켓의 인지도는 차별점에 힘입어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로 롯데아울렛 광교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어요”… 중고책 매매 활성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문화가 확산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에 출판업계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오프라인 서점의 방문객은 줄었지만 언택트(Untact·비대면) 마케팅에 힘입어 온라인 서점의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특히 불황으로 인해 절약형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고책시장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중고책 매장인 알라딘의 매출액은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늘었다.
알라딘에서는 중고책 판매뿐 아니라 중고책을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독자들이 가진 책을 사들이고 그 책을 다시 고객에게 되파는 것이다. 알라딘에 따르면 지점별로 격차가 있지만 매장별로 적게는 하루에 수십권에서 많게는 수천권의 책을 사들인다.
일산동구에 거주하는 홍원기 씨(36)는 얼마 전 리모델링을 위해 벽면을 가득 채운 책을 모두 처분했다. 수백권에 달하는 책을 매장에서 사줄지 걱정이 됐지만 큰 문제없이 판매가 완료돼 뜻밖의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홍씨는 “책이 워낙 많아 용달차를 불러서 옮기느라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었다”면서도 “용달 비용을 제외하고도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가족들과 거하게 고기를 구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일일이 처리하기도 힘든 중고책을 한꺼번에 팔 수 있어서 후련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헌책방으로 통하던 중고책 거래 시장은 최근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중고책을 거래하는 구매자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희귀한 책을 더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남희원 씨(29·여)는 유아용 동화책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인기가 많은 동화책은 품절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중고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비싼 동화책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그가 중고책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다.
남 씨는 “하는 일의 특성상 책을 많이 봐야하기도 하고, 또 취미가 동화책을 모으는 일이라 비교적 부담이 적은 중고거래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하기 힘든 희귀한 작품도 간혹 중고책 거래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여파로 소비자들의 절약형 소비가 늘어난 만큼 중고거래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가 중고거래시장의 성장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절약형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고거래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C2C거래의 안전성이 확보되면서 중고거래가 더욱 편해졌다”며 “개성·편리성·합리성을 동시에 찾는 청년층의 니즈가 맞아떨어져 중고거래시장이 성장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청년들이 물건을 구매하는 목적으로 물건을 소유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