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정동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올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이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일부 회사에서는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학교는 개학이 세 달이나 미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며 ‘언택트’의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형성된 ‘언택트 문화’는 빠르게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산업과 기술도 주목받으면서 경제 생태계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회가 언택트 시대에 적응할 대안을 모색하는 동안 대면을 중심으로 했던 업계들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교육과 문화계의 시름은 깊다. 그러나 이런 위기 속에서도 돌파구를 모색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삼아 영역을 확장해나가 주변에 귀감이 되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입시명문 종로학원, 사상 최초 드라이브 스루 입시설명회 개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교육업계, 특히 오프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학원가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입시명문’으로 불리는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학원)이다. 1965년 개원한 종로학원은 한때 학원수강생의 절반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등 입시학원계의 강자로 군림했었다. 이후 학원가에 ‘인강’(인터넷 강의) 열풍이 불면서 한동안 온라인 교육업체들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종로학원은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비대면 강의를 강화하고 이에 걸맞는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미래를 향해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언택트 교육을 위해 종로학원하늘교육은 고등학생·재수생을 대상으로 한 종로학원과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한 하늘교육 ‘투 트랙’으로 갈 계획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종로학원은 (학생) 자신이 수업 받던 선생님에게 1대 1로 언택트 라이브 강의를 듣는다. 하늘교육의 경우 집에서 학습지를 배달받고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면서 언택트 수업에 (학생들이) 더 익숙해지게 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언제라도 코로나 같은 비상사태는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언택트 수업을 위해 불특정 강사에게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학생이 배우던 선생님한테 계속 배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비대면 수업을 해도 무리가 없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입 입시설명회도 언택트 기반으로 확 바꿀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 당초 계획은 이날 오후 3시 한 차례만 설명회를 할 계획이었으나 상담문의가 폭주해 접수 1시간 만에 마감되자 추가로 신청을 받아 이날 7시에 한 차례 더 행사를 열었다.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종로학원은 외부 인력 없이 자체 직원을 총동원해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교통 통제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병원의 협조 및 구급차까지 준비하기도 했다. 김순영 종로학원 홍보이사는 “1200대가 수용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느라 장소를 물색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과거 종로학원 주최로 체육관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할 때는 3천~4천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까지는 대형 학원들의 입시설명회가 열리면 장소의 공간적 제약 때문에 미리 예약한 학부모들만 행사장에 입장이 가능했고 참석자에게만 입시자료집이 배포됐다. 직장 근무일과 겹치거나 지방에 거주해서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정보에서 뒤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종로학원은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넘어 입시정보가 필요한 더 많은 학부모에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입시설명회를 획기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시간이나 거리 때문에 참석할 수 없는 수요자들을 위한 배려다.
앞으로의 입시설명회와 관련해 임 대표는 “지금까지 전국 지역 설명회를 오프라인으로 해왔으나 18일로 예정된 2차 설명회부터는 자료집 자체를 카카오톡 예약 신청자에게 드릴 계획이다”며 “자료를 지역별로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부산 거주 학부모에겐 부산소재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이다. 과거 설명회 참석자 3천~4천명에 비하면 참여인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학원은 장소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언택트의 개념을 살려 소외된 지역에도 입시 정보를 알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임 대표는 “공간과 시간적인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까지 (설명회) 현장에서만 공개하던 자료도 이번에 모두 공개했다. 60년 역사의 종로학원이 가지고 있는 초·중·고 교육 관련 통계, 모든 빅데이터와 노하우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드라이브인 연주회’ 개최… 유튜브 통해 주민의 삶 질 높이는 서초구
콘서트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관객이다. 그렇기에 관객과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코로나 상황은 공연업계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서초교향악단은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는 시도를 했다. 5월 한 달 동안 모두 네 차례 열린 서초교향악단의 ‘서리풀 드라이브인 콘서트’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를 주도한 인물은 배종훈 서초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57)다. 스카이데일리와 만난 배 감독은 “코로나로 연주회가 무산되고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 하는 상황에 마음이 안타까웠다”며 “우리가 넋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더 큰 재난이 온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드라이브인 아이디어를 냈다. 유튜브에 연주 실황을 올리는 건 구청 문화예술과와 함께 논의한 결과”라고 드라이브인 연주회와 유튜브 업로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서초교향악단은 서초문화재단 상주단체다. 재단기획공연과 서초구청이 주관하는 ‘서리풀 페스티벌’ 초청연주 등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에 몇 안 되는 기초자치단체 소속 오케스트라단이기도 하다.
추진 과정에 애로 사항이 없었는지를 묻자 배 감독은 “드라이브인 연주회는 많은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서초구청 주차장에 야외 특설무대가 설치됐고 무난히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한 관객들은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서 듣거나 창문을 열고 직접 듣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면 관객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노란 비상등을 깜빡이며 박수를 대신했다고 배 감독은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 공연은 클래식 마니아가 아니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로 여겨진다. 서초교향악단은 공연장에서 관객을 기다릴 수 없는 언택트 시대의 대안으로 드라이브인 콘서트를 통해 관객을 찾아나섰다. 휴대전화 벨소리는 물론 기침 소리를 내는 것도 조심스러운 조용하고 진지한 클래식 공연장에 비해 자동차 안에서 각자 편한 자세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조건은 결과적으로 클래식 음악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서초교향악단은 유튜브에도 연주 실황을 올리는 등 언택트 시대에 맞춘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힘겨워 하는 국민들,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 등을 위해 아름다운 응원의 선율을 보내는 ‘힘내요! 서초 클래식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스토리가 있는 3분 릴레이 클래식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와 연주를 엮어서 서초교향악단의 1인 릴레이 연주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8번째 연주에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는 글과 함께 서초교향악단 김경아 바이올리니스트가 ‘노래의 날개 위에’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식이다.
이러한 유튜브 업로드가 클래식 저변확대와 서초교향악단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윤염광 서초교향악단 부악장은 “기존에 클래식공연에 목말라 있던 분들이 많이 즐거워하셨단 피드백을 받았다”며 “관객 연령층도 다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유튜브 동영상에는 시청자들로부터 “선율이 너무 아름답다. 감사하다” “집에서라도 이렇게 좋은 공연 관람할 수 있도록 항상 메시지 보내주시는 서초문화재단에 감사드린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서초교향악단의 공연 실황을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연주를 마친 후 배 감독은 “(유튜브 업로드를 위한 연주를 하는데) 처음에는 박수도 없고 (녹화하는 카메라) 불만 깜빡깜빡하니까 너무 어색했다”며 “그러나 코로나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많은 걸 바라지 말자는 생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원석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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