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와 서울시를 오가는 차량으로 붐비는 자유로 초입(고양 방면)에는 덕양산이 자리하고 있다. 한 번쯤 무심코 지났을법한 그곳엔 우리 민족 특유의 임전무퇴 정신을 앞세워 외세에 저항했던 선조들의 혼이 깃든 유적지가 존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행주대첩의 주무대였던 행주산성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선조들의 호국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행주산성은 현재 역사교육과 나들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재탄생했다.
전세를 뒤집은 완벽한 승리…임진왜란 3대전투 행주대첩 전승지 행주산성
행주산성은 1593년(선조26년) 임진왜란 3대전투 중 하나인 행주대첩이 벌어진 역사의 현장이다. 권율 장군의 뛰어난 지휘로 약 2300명의 정예병과 승병, 의병, 부녀자 등 약 3000명이 약 3만명의 왜군을 물리친 영광의 장소이기도 하다. 행주산성이라는 명칭은 여성들이 앞치마에 돌을 날라 싸우면서 유래됐다.
행주대첩은 민·관·군이 한마음이 돼 위급했던 전세를 뒤집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사실로 유명하다. 행주대첩에서의 승리 덕에 임진왜란 개전 초기 파죽지세로 수도 한성(현 서울)까지 점령한 일본군의 진격이 저지됐고 점령당한 한성까지 수복할 수 있었다.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권율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함께 조선을 구한 구국 영웅으로 칭송됐다. 권율 장군은 임진왜란이 끝난 1604년 이순신 장군과 함께 선무공신 1등 공신에 봉해지고 ‘충장공’의 시호를 받았다.
현대에 이르러 행주산성은 한강을 낀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명소로 알려지면서 사적 제56호로 지정됐다. 행주산성은 덕양산을 둘러쌓은 퇴뫼식 토성으로 전체 둘레길이는 약 1km에 이른다.
행주산성은 지금도 역사의 현장에 깃든 민족의 혼을 느끼는 동시에 아름다운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행주산성의 입구인 대첩문에 자리한 권율 장군 동상 앞은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동상 뒤 4폭 부조물에는 행주대첩 당시 관군, 의병, 승군, 여성들의 치열한 항전 모습이 그려져 있다.
권율 장군 동상을 뒤로 하고 정상을 향해 걷다 보면 행주산성 토성이 등장한다. 현재는 방문객들을 위한 등산로의 모습이지만 행주대첩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나무들로 둘러싸인 토성길을 걷다 보면 목숨 걸고 싸운 선조들의 의지가 느껴지면서 숙연함이 생겨난다.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 거주하는 이정숙(57) 씨는 “행주산성은 집과 가까워 운동이나 나들이를 할 때 자주 오는 곳이다”며 “이곳에 올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이곳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유적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덕양산 정상에는 우뚝 솟은 신행주대첩비가 자리하고 있다. 행주대첩에 참가한 선조들의 기개만큼 장대하고 꿋꿋하게 덕양산 정상을 지키고 있다. 해주대첩비는 1602년 처음 세워진 초건비, 1845년 초건비의 마모로 인해 새로 건립한 중건비, 마지막으로 1960년대 행주산성 성역화사업으로 건립된 신행주대첩비가 있다. 신행주대첩비 앞에선 서울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행주산성에는 당시의 기록을 전시해 놓은 대첩기념관도 마련돼 있다. 대첩기념관은 무기고와 군량 창고로 추정되는 곳에 건립한 유물 전시관이다. 행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신기전, 총통 등 당시 최첨단 무기류 등이 전시돼 있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은 상태다.
충장사도 행주산성의 필수코스 중 한 곳이다. 충장사는 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1970년에 건립됐다. 매년 행주대첩을 기념하는 제례 행사가 열린다. 푸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충장사는 도심에서 느끼기 어려운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한강 변에서 즐기는 다채로운 먹거리 ‘행주산성 음식 문화거리’
행주산성을 내려와 행주누리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행주산성 음식문화 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한정식, 백숙집, 장어전문점, 게장 전문점 등 다양한 식당뿐만 아니라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여럿 존재한다.
음식 거리에서 백숙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바로 앞에 한강이 흐르는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나들이 고객이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편이다”며 “특히 주말에는 가족단위 고객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행주산성 음식문화 거리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메뉴는 장어와 돼지갈비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보양식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다. 죽순, 꽈리고추, 황태무침 등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하나 같이 몸에 좋은 음식들이다.
장어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행주산성처럼 서울 근교에도 숨어있는 나들이 장소가 많다”며 “행주산성은 특히 한강을 끼고 행주누리길과 행주산성 역사공원이 있어 자전거 라이딩이나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평소에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행주산성에서 선조들의 뜨거운 나라 사랑을 느끼고 음식 거리에서는 다채로운 식사를 즐기기 위한 가족단위 고객들이 즐겨 찾는다”고 설명했다.
기분 좋은 식사를 즐기고 난 이들이 찾는 곳은 인근에 위치한 행주산성 역사공원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서쪽하늘로 지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웠던 선조들의 호국정신을 배우면서 동시에 건강식으로 지친 피로를 달래는 행주산성의 매력을 천천히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이기도 하다.
[김재훈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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