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7·10 부동산대책 후속법안인 ‘지방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오피스텔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지방세법 개정안 시행으로 그동안 주택수로 포함되지 않았던 오피스텔도 주거용으로 사용할 시엔 주택 수로 포함되게 됐다. 지난달 12일 이후 매수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해 다주택자와 동일한 세금을 매긴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런데 여론 안팎에서는 사전 충분한 합의나 예상될 문제에 대한 대안 없이 갑작스럽게 시행된 조치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분양을 앞두거나 이미 짓고 있는 오피스텔 수요자들은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관련업계에서는 아파트와의 경쟁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사라져 오피스텔 시장과 관련 산업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주택수 제외’ 장점 지닌 오피스텔 인기 고공행진…정부 ‘주택수 포함’ 후속조치 단행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었음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다주택자 옥죄기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부는 7·10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의 세율을 인상하고 (종부세 6%, 양도세 72%, 취득세를 12%) 공급물량 확대 기준 완화,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늘려 아파트 시장을 옥죄자 수요는 오피스텔, 다세대·연립주택 등으로 옮겨갔다. 유례에 없던 강도 높은 아파트 시장 규제인 만큼 풍선효과도 강하게 나타났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7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4504건(이달 24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2742건 대비 1762건 증가했다.
비율로는 64.3%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통계가 공개된 이후 최대치다.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서울로 24일 기준 총 1612건이 거래됐다. 이어 △경기(1215건), △부산(493건), △인천(452건) 등의 순이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7월 전국 오피스텔 전용면적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647만원으로 1557만원을 기록했던 전월 대비 무려 90만원이나 상승했다. 매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서울의 경우 지난달 오피스텔 전용면적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476만원으로 전달 2446만원 대비 30만원 상승했다.
다세대·연립주택 시장 상황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7005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세대·연립주택 매매량이 7000건을 넘긴 건 12년 3개월 만에 최초의 일이다.
7·10부동산 대책 이후 오피스텔, 다세대·연립주택 등의 인기가 높아지자 정부는 즉각 후속조치를 내놓았다. 정부·여당은 취득세 세율 인상을 담은 ‘지방세 개정안’ 등을 처리·시행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지난달 12일 이후 매수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해 과세에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사들여 2주택자가 되는 경우 부담하는 취득세율을 8%로 높이고 3주택자 이상은 12%까지 상향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정가액 이상 주택을 무상취득(증여)하는 경우에도 취득세율을 12%까지 적용한다.
또 중과세 대상인 고급주택이나 별장에 대한 세율 역시 최대 20%까지 적용하도록 했다. 조정대상 지역이 아닌 곳의 주택을 구입해 2주택자가 되면 종전 세율을 그대로 적용하되 3주택 취득 시 8%, 4주택 이상 취득 시 12%로 각각 중과하기로 했다.
경제적 피해에 시장 위축, 관련산업 붕괴 가능성 등 부작용 우려 고조
벌써부터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오피스텔에 대한 정부 규제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사업이 준비 중인 사업장에선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 경제적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장 위축으로 인한 관련 산업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취득세가 높아도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는 등 메리트를 지녀 그나마 인기가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오피스텔만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실제로 새로운 지방세법 개정안 시행 이후 오피스텔 문의는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이다.
성동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는 김연재(40대) 씨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취득세가 매우 높다”며 “그럼에도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정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수요가 꾸준한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시장 잡아서 오피스텔 시장에 문제가 생기자 오피스텔을 주택수로 묶어버리면 어느 누가 높은 취득세를 내면서 오피스텔을 매입하겠느냐”며 “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한 앞으로 청년·1인가구 위주의 오피스텔 시장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수치상으로도 오피스텔 시장 위축은 여실 드러나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공급된 신축 오피스텔 규모는 총 1896실이었으나 전체 청약 신청자는 205명에 그쳤다. 평균 경쟁률은 0.1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6월(14.2 대 1), 7월(13.3 대 1)과 비교해 확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에서 청약을 받은 ‘칸타빌레 8차’ 오피스텔은 360실이 공급됐지만 청약 신청자는 96명에 그쳤다. 지난달 18일 청약을 받은 광주 서구 ‘센트럴 광천 더 퍼스트’ 오피스텔은 436실이 일반 물량으로 나왔지만 청약자는 9명뿐이었다.
거래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지난 7월 역대 최대치인 4636건을 기록했다. 6월 거래량도 4574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2233건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오피스텔이 가지고 있었던 강점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사라지면서 앞으로도 오피스텔 거래 한파는 계속해서 불 것으로 예측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세법 개정이 거래 위축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시장 경직과 경제 순환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방세법 개정으로 오피스텔의 입지가 상당히 애매해졌다”며 “살 때는 사무실로, 팔 때는 주택으로 간주하는 등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수에 포함될 경우 높은 취득세도 내고 세금도 많이 내는 격이 돼 수요자들은 당연히 매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오피스텔에 대한 법적인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지방세법의 다른 부작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고 수요 억제책만 무조건 펼친다면 현재와 같이 시장 위축이 계속돼 오피스텔 주 수요층인 청년·1인가구들의 주거 부족사태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직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경제 순환을 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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