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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밖 큰 선행에도 선수의 평가 기준은 오로지 경기력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0-29 10:05:22

주급으로 35만 파운드(한화 약 5억2000만원)를 받는 프로축구 선수가 있다. 하루 일당이 약 7500만원에 달하니 웬만한 급여생활자 연봉을 하루에 버는 셈이다. 손흥민(토트넘)의 주급(약 2억 2000만원)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인기구단인 아스널 소속의 독일 출신 미드필더인 메수트 외질의 얘기다.

차별과 멸시가 강한 선수로 만들어

올해 32살인 터키 이주민 출신인 외질은 어린 시절 많은 차별과 멸시를 당했지만 그때마다 설움과 눈물을 축구에 쏟아 부었다. 독일 사회의 편견과 핍박은 오히려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터키는 축구재능이 뛰어난 그를 자국 대표 선수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외질의 선택은 태어나고 자란 독일이었다. 21살에 국가대표가 된 그는 독일 국가대표 선수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에 큰 공을 세우며 축구영웅이 됐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생활 방식은 여전히 무슬림을 따른다. 이슬람의 독특한 종교의식인 라마단도 행하고, 국가대표경기 전에는 독일 국가를 부르지 않고 대신 쿠란을 암송한다고 밝혀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약혼녀 역시 미스 터키 출신이다. 18살때 프로선수가 된 그는 갖은 난관을 극복하고 축구공 하나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것이다.

어려움을 알기에 자선에 적극적

어려웠던 시절을 겪은 그는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마친 뒤 우승상금 24만파운드 전액을 브라질의 어린이 수술비로 쾌척했는가하면 시리아 내전 피난민이 모여사는 수용소를 방문해 아이들과 놀아주며 축구 유니폼을 나눠주고 거액의 성금을 내놓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구단의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팀 마스코트가 해고당할 위기에 놓이자 그의 연봉을 전액 책임지겠다고 나선 외질이었다.

따듯한 마음씨를 갖고 잘 나가던 외질이 최근 축구 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외질은 지난달 개막한 2020~21시즌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설 기회를 잃었다.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지 7년이 됐지만 갈수록 기량이 쇠퇴하며 존재감을 잃었기에 눈밖에 나면서 ‘전력 외 선수’로 취급되었다. 급기야 EPL리그와 유로파리그 출전자 명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선수생활 최대 위기에 봉착

외질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스널에 충성심을 보여줬지만 돌아온 것은 명단 제외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허공의 메아리 일 뿐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무슬림 학대를 규탄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에 대해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구단이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아스널에서 무려 23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아르센 벵거 감독이나 팬들의 원성과 청원이 적지 않지만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요지부동이다. 고액의 몸값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까지 그냥 놀리며 급여를 주겠다는 심산이다. 외질은 아스널에서 활약을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게 팀을 떠나 살길을 찾아 가라는 단호한 메시지다. 계약기간인 내년 5월말까지 줘야할 잔여 임금만 해도 150억원이 넘는다.

가욋일 말고 본연의 능력을 발휘해야

외질이 과거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3월부터는 아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선수기용 문제는 전적으로 누구로부터 침해받을 수 없는 감독의 권한이다. 경기에서 오로지 승리하기 위해 고용된 게 감독이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사유도 될 수가 없다. 아르테타 감독은 정치적 배경이 아닌 오로지 팀의 성적과 축구를 위한 결정이라며 의연하다.

한국 같았으면 고액 연봉자를 아무 일도 안 시키고 급여를 주는 일이 있을까. 외질이 그라운드 밖에서는 많은 선행을 베풀었지만 그것은 경기력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법관은 판결로 말하고, 축구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오로지 골로 말해야 한다. 본연의 임무, 직업정신에 투철하라는 감독의 메시지는 진리임에 틀림없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버림을 받는 게 프로의 냉정한 세계 아닌가. 실적과 통계로 말하는 게 프로 선수다. 외질도 왕년의 대스타답게 자존감을 구기지 말고 새로운 팀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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