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이 사업주에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과도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데다 정작 산재 예방 효과는 낮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30개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는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공동으로 국회에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사업주가 경영책임자에게 광범위한 유해·위험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상해에 이를 경우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이와 관련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근로자 사망 시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 상해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발의했다. 또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망 시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위험방지의무 소홀 지시로 사망 시 5년 이상 유기징역), 사망 외 중대재해시 3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경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제재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는 과잉규제 입법일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문제 해결을 위한 예방적 대책보다는 사후처벌 위주로 접근해 정책적 효과성도 낮다”며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오히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안전경영 추진을 위축시킬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행 산안법상 사업주 처벌과 관련된 안전·보건 규정이 673개나 있지만 이러한 규정이 업종이나 산업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광범위하고 일괄적으로 규제만 하고 있다”며 “경영책임자와 현장책임자 간 역할과 책임도 정립되지 않고 있어 현재도 모든 기업이 사고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잠재적 범죄자 신분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더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경영책임자, 개인사업주 및 원청에 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안전의무를 부과하면서 처벌의 하한선을 2년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공포감이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다”고 덧붙였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사망사고 시 처벌받는 사업주의 안전·보건 준수사항만 세부항목별로는 수천 개에 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현장의 안전관리를 직접·감독하는데 한계가 있음에도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관리범위 한계를 벗어난 과도한 책임과 처벌을 부과한다. 아울러 산업현장에서 준수하기 어려운 비현실적 규정들이 적지 않아, 사업주가 안전규정을 모두 준수하기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총 입장이다.
경총은 “원청 및 하청 간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지 않고, 원청에 하청과 공동으로 유해·위험방지 의무 및 사고의 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안전관리의 전문성을 낮추고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원·하청 간의 산업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원청에게 공동의 의무를 부과할 경우 책임의 혼선을 야기해 현장 안전관리의 실행력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성(인력·장비)을 갖춘 업체에게 업무를 맡기지 않고 원청이 모든 업무를 직접 수행할 경우 안전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고, 사고예방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어 “대부분의 사고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사고원인을 심층·종합적으로 진단하지 않고, 사고조사 결과도 공개하지 않은 채 사고의 모든 책임을 사업주와 원청에 일방적으로 지우는 구조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사망재해가 발생하는 중소기업은 재무구조나 시설 및 인적한계로 현재의 안전규정 준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제정 시 그대로 가혹한 처벌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처지가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경총은 “선진국 등 사례를 살펴보면 산업안전 대책에 있어서 처벌위주의 방식은 사고예방 효과가 오히려 제한적이다”며 “현재 시점에서 추가적인 처벌강화 입법을 지양하고, 사망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이 산업안전정책을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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