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2020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시내 서점엔 벌써부터 내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잘 보이는 곳에 놓여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이런 류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부동산 정책만큼은 예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문재인정부 들어 이어진 ‘시장 역할 축소’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소유하지 않고도 충분한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0만호 시대를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안팎에선 이를 두고 수요자들의 생각을 읽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내년 주택시장 역시 가치가 있는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시세 또한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2021 대한민국 부동산’으로 선정하고 내년 시장동향, 수혜지역, 정책 등의 전망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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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이창현·오창영 기자]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나온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지금 안 사면 못 산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까지 받아 집을 매입하는 이른바 ‘영끌’ 매입 현상까지 속출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사업성을 잃은 정비사업 주체들이 사업의 속도조절에 돌입하면서 서울 내 공급물량이 줄었고 시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뒤섞여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 규제가 없어 투자가치가 있거나 개발호재가 있어 사볼 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유동자금이 흘러들어갔다. 최근엔 높은 취득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곳을 매수하거나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에 투자가 늘어나는 등 투자 흐름이 옮겨가는 양상을 띠었다.
특히 졸속으로 통과된 임대차 3법은 전세매물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매매가격과의 갭이 줄어드는 단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이 매맷값을 밀어 올리는 모습도 관측됐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기치로 공공의 역할이 큰 공급대책까지 강화하고 있으나 시장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내년에도 정부 정책 기조로 인해 부동산 시장 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금보다 집값이 더욱 오른다는 의미다. 이에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불안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기조라면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된 반정부 여론이 보궐선거, 차기 대선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文정부 반시장 정책 기조 유지되는 한 집값 폭등 안 꺾인다”
부동산 전문 네이버 카페 ‘닥치고 현장’의 운영자이자 부동산 투자자인 활동명 ‘빌부’는 내년에도 청약쏠림 현상은 물론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부동산 관련 규제가 크게 완화됐던 것과 달리 현 정부 들어 24차례에 걸친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규제가 매우 강화됐다”며 “부동산 관련 세금은 더욱 늘리는 가운데 대출은 막다 보니 입지와 학군 등이 좋은 지역의 신축 아파트, 즉 알짜배기 부동산 한두 채를 제대로 소유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방 광역시, 30만~40만명 규모의 소도시까지도 목 좋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며 “현 수준의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아파트 가격은 계속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빌부는 “특히 내년엔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시세 상승폭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점쳐진다”며 “서울은 투자, 실수요를 감당하지 못 해 구축 아파트나 빌라 등의 매매·전세 가격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빌부와 함께 같은 카페에서 활동 중인 ‘남호’(활동명)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당초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서울 아파트는 더 이상 투자 매력이 없다고 평가됐으나 올해 8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가격이 폭등하면서 갭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전세 품귀 현상이 가속화돼 아파트 매매 가격마저 밀어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남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기 부동산 규제를 늘렸다가 이명박 정부부터 규제를 폐지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켰는데 현 정부 들어 다시 규제를 강화하자 투자자들도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생겼다”며 “개발 호재가 있는 곳 주변 신축, 준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부동산 시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주택매입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다주택자 위주의 규제가 심화되고 있어 이들의 추가적인 주택 구입이 힘든 만큼 무주택자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 봤다.
함 랩장은 “중저가 매물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금이 부족한 30대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은 한정적이기에 중저가 주택 수요가 폭등하는 등 시장이 전반적으로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갭 투자에 대해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전세 가격 상승으로 갭 투자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으나 대부분의 인기 지역은 규제 지역으로 묶였고 양도세·보유세 부담도 높아 갭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과장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도심 집중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규제 지역 내에선 취득세, 보유세 부담으로 주택을 두 채 이상 소유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제 활동과 인프라가 집중된 도심에 거주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30대 실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과장은 “이들은 무리해서라도 평생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른바 ‘영끌’ ‘빚투’ 등을 통해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려 할 것이다”며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은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관측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 달간 1020세대가 전국에서 사들인 아파트는 총 3561건으로 집계됐다. 9월 2848건에 비해 25% 늘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들이 매수한 아파트는 전체 6만6174건 중 5.4%로 지난해 1월 연령대별 통계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5%선을 돌파했다.
패닉바잉은 30대에서 더욱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서울에서만 역대 최고치인 38.5%를 기록했다. 6월 32.4%였던 30대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 7월 33.4%, 8월 36.9%, 9월 37.3% 등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매 시장에 뛰어든 청년 무주택자들이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무주택자의 레버지리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30대 실수요자 부동산 시장 영향력 커질 것…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도 전망 밝아
30대 실수요자들이 이끄는 패닉바잉 현상으로 전통적 투자처인 아파트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올해 반짝 인기를 끌었던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는 한풀 시들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남호는 “올해 부동산 규제를 피해 상가, 토지 등으로 투자 수요가 반짝 쏠리긴 했으나 내년에는 투자와 이용가치가 높은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서울 알짜배기 부동산의 인기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특히 내년엔 재개발 지역에 대한 투자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신축 아파트 건축 가능성이 높은 재개발에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재건축은 규제가 심한 반면 재개발은 공공임대를 위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 역시 “상가 시장에 대한 내년 전망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울 주요 상권 등에서 공실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상권이 버티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윤 과장도 부동산 틈새시장 투자는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윤 과장은 “아파트 등 전통적인 부동산과 달리 상가, 오피스텔 등의 투자는 현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만큼 수익성을 제고할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공실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상가도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 상품에 대한 인기는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함 랩장은 “현 정부가 리츠, 부동산 신탁 등 부동산 관련 금융 상품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투자사들이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 대신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내년에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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