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축년(辛丑年) 시무식이 열리는 날이다. 나라든, 회사든, 학교든, 가정이든, 개인이든 한 해가 시작될 때는 계획을 세우고 꿈을 꾸게 마련이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라는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미증유의 전염병으로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고통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백신이 개발·보급 돼 올해는 가공할 역병의 공습으로부터 차츰 벗어나 일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가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 마시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은 극도의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혼란의 주체는 촛불시위로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집권한 현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임사대로 헌법에 위배되는 공수처법은 물론 5·18특별법, 대북전단금지법 등 3대 악법을 통과시키는가 하면, 살아 있는 권력도 마음껏 수사하라고 격려하며 임명한 현직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온갖 추태를 보이는 등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국제적으로도 조롱당하고 있다.
드루킹 일당을 통한 전무후무한 대통령 선거 여론조작을 비롯해 울산광역시장 선거부정 사건과 4.15총선 선거무효 소송도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는 법정기한을 이유도 설명도 없이 마냥 미루고 있다. 그 와중에 자격도 의문스러운 국회의원들에 의해 설익은 법안들이 집권 다수당의 이름으로 마구잡이로 통과되고 있다. 심지어 공산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1가구 1주택법’이라는 해괴한 법안까지 등장했다.
현 정권은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시키고, 다른 한 명은 수시로 검찰로 불러 망신을 주면서 헌법적 주적인 북한의 수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과 백두산에 함께 올라 손까지 마주잡은 이벤트를 연출했다. 그렇다고 우리의 당면 위협인 북핵 문제를 해결한 것도, 북한에 억류 돼 있는 우리 국민을 구해 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유를 찾아 동해로 귀순한 북한 청년 두 명에게 안대를 씌우고 포박한 채 판문점으로 강제 북송시켰다. 서해에선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에 화형을 당하는 것을 빤히 지켜보면서도 항의 한 마디 못했고,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는 처참하게 폭파됐음에도 끽소리 못했다.
이 외에도 문 정부가 자행한 헌법 가치 파괴와 반(反) 대한민국 행태는 한도 끝도 없다. 집권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입법 독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이 실종된 지 오래다. 멀쩡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중국산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환경 파괴와 국고 낭비, 전기료 인상은 물론 소중하게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사장시키고 있다. 자국 원전은 폐쇄하면서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나선 대통령과 참모들의 코미디 같은 행태는 세계에 웃음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기관 존재 이유인 간첩 잡는 일을 포기시킨 국가정보원법 개정안도 개가 웃을 일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수호비상국민회의는 신년 성명서에서 “문 정권의 목표는 한국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몰아내고 20년 이상 친북좌파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의 명맥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친북좌파 파시즘의 터널로 돌입하여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하고 후대들을 영원히 불행과 절망의 나락에 빠뜨리느냐를 가르는, 자유민주 대 파시즘 독재 간에 전쟁을 치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단언할까.
성명서는 또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인식하는 반 대한민국 세력은 평양과 내통하면서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권력을 도둑질하는 데 온힘을 쏟아왔을 뿐”이라며 “1970, 80년대 운동권 중에서도 지적·사상적으로 가장 저열한 3류 친북 운동권이 주축인 이들은 국가를 운영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건달정권”이라고 힐난했다. 따라서 지금 한국사회의 모순은 결코 보수 대 진보 간의 싸움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민 대 반 대한민국 도둑들 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외교와 안보는 또 어떤가. 문 정부는 취임사에서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 튼튼한 안보는 막강한 국방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길을 달려왔다. 한·미연합훈련 실종과 주미대사 등 정부 요인들의 노골적 반미발언으로 한·미동맹은 형해화(形骸化)되었고, 한·미동맹의 한 축이자 북핵을 실질적으로 감시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도 사실상 유명무실화 돼 있는 상태이다. 군사적 적대국인 북한과 중국만 좋아할 일들이다.
2018년의 4.27판문점선언과 9.19군사합의는 전방 지뢰와 대전차방어 콘크리트장벽 철거,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한강하구 남북공동수로조사, 남북군통신선 복구 등이 합의 되었으나 국군의 전쟁 예방 준비 태세만 소홀해졌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공무원 실종 사건 때 소통채널은커녕 국제통신선을 통한 자국민 구조요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들이 촛불 정국 때 그렇게도 외쳤던 “이게 나라냐”는 말이 메아리처럼 되돌려 지고 있다.
친중종북(親中從北) 반일원미(反日遠美) 색채가 짙은 문 정부의 외교와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중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중국 지도부와 식사한 것은 두 차례 뿐이었고, 여섯 끼를 혼자 먹었다는 ‘혼밥’ 망신과 취재 중인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은 국격을 크게 훼손시켰다. 서울 방문 시 최상급 예우를 해준 북한 김여정에게 대통령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연속해서 들은 것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대외 환경도 만만찮다. 취임일이 보름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국의 대선 결과도 문제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하든, 조 바이든 ‘당선호소인’이 취임하든, 북핵문제는 새해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인도·일본·호주가 새롭게 출범시킨 비공식 안보회의체인 ‘쿼드’ 참여가 합리적 해법임에도 정부는 뭐가 무서워서인지 주저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안보를 등한시 한 지도자 치고 긍정적으로 기록된 인물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면 좋을 것이다.
경제는 더욱 말이 아니다. 망가져도 너무 망가져 도저히 회생불가 상태다. 아무리 코로나 핑계를 대더라도 초기 대응 실패와 정치방역이라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일일 확진자 수만 발표하지 말고, 일일 총검사자 수도 함께 발표해 신뢰도를 높이면 될 일이다. 지난해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이 부정선거 항의 차량시위의 위험성에 대해 묻자 정은경 청장은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위험은 크지 않다”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 노환규 직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사라면 위험성은 전혀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값과 거대 여당이 강행 처리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규제 3법은 기업 경영환경을 더욱 옥죄고 있다. 여기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마저 통과되면 기업엔 그야말로 재앙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이미 코로나19 충격으로 매출 하락과 휴·폐업으로 망연자실한 상태다. 그나마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무슨 중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형수 급인 징역 9년을 구형당했다. 이러고도 세금이 걷히고, 나라가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4월 7일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두 곳 모두 불미스러운 일로 시장이 궐위된 상태에서 치르기 때문에 여당은 원래 당규대로 하면 후보를 못 낸다. 당규를 바꿔 출마시키는 것은 스스로 당내 민주주의를 훼절하는 일이다. 유권자가 엄정하게 심판할 것이다. 바닷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촛불 민심이 세운 정권이지만 기회가 평등하지도, 과정이 공정하지도, 결과가 정의롭지도 않은 정부는 민심에 의해 전도될 수도 있다. 국민은 그 동안의 경험이 소중히 기록되는 예측 가능한 나라에서 살길 원한다. 새해 소망이다.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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