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보람찬 건 감동을 느낀다는 점이에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그 모습을 카메라로 찍을 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죠. 이후 집으로 돌아와 촬영한 사진을 다시 보면 정말 만족스럽고 기뻐요. 저희들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출사를 떠나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원동력이죠.”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처럼 사진은 덧없이 흘러가는 순간을 추억으로 만든다. 사진작가 7명으로 구성된 사진동호회 ‘7인회’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찍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다. 스카이데일리는 사진이란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끈끈한 정을 나누며 사진에 열정을 쏟고 있는 7인회 회원 중 5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은퇴 후 무료함을 채워준 사진…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
7인회 회원들이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 전 동대문구 회기동 주민센터 사진반에서다. 58세부터 80세로 구성된 이들은 대부분 정년 은퇴 후 찾아든 공허함을 평소 좋아하던 사진으로 채우고자 사진반에 들어갔다. 사진반에서 함께 출사를 나가 사진을 찍었고 그 중 사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 모여 1, 2년 정도 친목을 쌓다가 동호회를 결성했다. 남석호 작가가 사진반에 들어간 계기를 설명했다.
“은퇴하고 나서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 좋아하던 사진을 접하게 됐죠. 그 후 사진에 정식으로 입문해서 이론도 배우고 출사도 다니면서 동호회 회원들을 만나게 됐어요. 이후에도 사진 활동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동대문지부 사무국장, 한국사진작가협회 다큐분과 부위원장을 맡으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죠.”
산이 좋아 늘 산에 오르던 정훈구 작가는 연골이 파열된 후 등산 대신 선택한 사진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에 어지간한 산은 다 갔을 정도로 원래 산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근데 산을 너무 많이 타다 보니까 연골이 파열돼서 병원에서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이젠 무엇을 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사진을 시작하게 됐죠. 활동을 하다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재작년에는 서영희 작가하고 19일 동안 남미로 출사를 갔다 오기도 했어요. 80년 인생 동안 가장 잘한 선택은 아내를 만난 것과 사진을 접한 것이에요.”
7인회는 인물, 보도, 풍경 등 여러 장르의 사진 중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풍경 사진을 주로 촬영한다. 그래서 좋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 어디든 날씨가 어떻든 직접 움직인다. 만일 제주도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면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한라산을 등반하기도 한다. 짧으면 1박 2일, 대체로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 기간을 잡고 출사 일정을 소화한다.
“‘봄인데 어디에 갔으면 좋겠느냐’ 등 회원들끼리 얘기를 나눠 출사 장소를 정해요. 주로 산, 바다 같은 풍경을 찍죠. 원래는 일주일에 두세 번 출사를 갔어요. 근데 지난해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많이 못 움직여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가죠. 최근에는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옵바위로 오메가(Ω) 일출(일출 때 바다에 태양의 아랫부분이 비친 잔영으로 인해 태양이 그리스어 Ω 모양으로 보이는 것)을 찍으러 갔어요. 몇 년 만에 갔는데 여전히 멋지더라고요.
풍경을 촬영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궁금했다. 이 질문에 7인회 회원들은 촬영자의 개성을 강조했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사진으로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다르게 찍힐 수 있다는 얘기였다.
“피사체를 보고 찍을 때 사람들의 사고가 다 다르고 똑같은 피사체를 보더라도 느낌과 보는 시각이 다르듯이 피사체에 나타내고자 하는 스토리를 어떻게 접목하는가에 관심을 기울여서 촬영해요.”
7인회 회원들은 더위, 추위 등의 날씨와 졸음을 이겨내고 원하는 풍경의 사진을 찍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예컨대 일출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해뜨기 전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날씨, 기후 등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일출을 찍는다고 하면 새벽부터 준비하고 대기해야 해요. 아주 잠깐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 힘들게 고생하는 것이죠. 최근에도 옵바위 오메가를 찍고 싶었지만 원하는 대로 찍히지 않아 아쉬웠어요. 기후나 날씨 등 모든 게 맞아야 하기 때문이죠. 힘들게 사진을 찍었을 때 너무 기뻐요. 피로가 한번에 다 날아가고 희열을 느끼죠.”
열정적인 삶을 가르쳐주는 사진 활동
앞서 소개한 것처럼 7인회 회원들은 젊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활동한 작가는 아니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사진을 접한 것이다. 이러한 사진 활동은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무료함의 공간을 채워줬다. 특히 고된 촬영은 삶에 대한 태도를 열정적으로 만들었다. 안덕일 작가는 공적인 업무로 엮인 회사 조직과 다르게 동호회는 좋아하는 분야를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행복을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무료해지더라고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상당히 고심했죠. 직장생활과 다르게 사진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에요. 지금 내 인생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사진 활동을 시작하고서는 무료함이 없어지고 자존감도 생겼죠. 사진을 찍은 뒤 남들 앞에서도 전시를 할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껴요.”
원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이들은 새벽에 대피소에서 새우잠을 자고 무거운 장비를 둘러메는 일을 반복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진 찍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어서 포기하지 않는다. 만일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절대 못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사진 촬영 도중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할 정도로 초췌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몸이 고될 때도 있지만 마음은 마냥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 어떤 것도 사진 찍을 때만큼 열정적으로 해본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무거운 장비를 들고 촬영지로 갈 때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에 힘든 건 싹 사라지죠.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기다릴 때나 해가 떠오르고 질 때 빛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을 서서 기다려도 힘들지 않아요. 사진 활동을 통해 열정적으로 삶에 임하는 태도를 배웠죠.”
눈으로 보는 건 순간이지만 사진을 영원히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사진의 매력은 시간이 흘러도 그때 그 순간의 감동을 담아 남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7인회 회원들은 사진의 매력을 감동이라고 답했다.
“감동을 느낄 때 좋은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사진 촬영을 통해 감동을 느끼는 점이 가장 매력인 것 같아요.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 감동 안 받는 사람이 없잖아요. 또 멋진 사진을 건졌을 때 그때 또 감동을 받죠. 이런 식으로 감동을 받고 살면 건강하게 오래 살 것 같아요. 또 사진은 기록이잖아요. 아름답고 멋진 것들을 영원히 갖고 있으니까 좋죠. 실제로 여행을 가서 사진들을 많이 찍잖아요. 그걸 1년 정도 지났을 때 보면 또 얼마나 기뻐요.”
앞으로 다음 출사 장소는 어디냐는 질문에 7인회 회원들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풍경 사진이란 날씨와 기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미리 계획을 짜고 움직이는 것은 사진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출사 장소를 미리 정할 수는 없고 보통 하루나 이틀 전에 ‘번개’모임으로 출사 장소를 결정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꽃 사진을 찍으러 간다고 하면 꽃이 한 달 동안 피어있다고 해도 다 똑같은 게 아니에요. 빛이나 날씨 상태에 따라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건이 다르죠. 그런 걸 놓쳐 버리면 비슷한 사진은 찍을지라도 좋은 사진을 못 찍어요.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게 사진 촬영의 특성이에요.”
7인회의 향후 계획은 동호회 이름을 걸고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자 소속된 단체나 개인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7인회 전시회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7인회 이름으로 사진 전시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게 큰 목표죠. 근데 정훈구 회장님이 추진하신다고 하니까 머지않아 이뤄질 것 같아요. 각자 사진 몇 작품씩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호회 사진전은 동대문구처럼 지역 이름을 걸어서 하는 사진전은 많아도 친목 단체에서 사진 전시회를 여는 건 많지 않아 기대가 되네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사진을 같이 찍고 좋은 사진작품을 만들며 건강도 지키는 목적으로 동호회 활동을 할 계획이에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서로 좋은 정보도 주고 하는 것이죠. 저희 7인회가 건강과 우정을 지켜가면서 영원히 함께 가기를 바라요.”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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