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보궐선거를 약 2달여 가량 앞둔 시점에서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들끓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수요 억제에만 집중했던 정책 방향과 180도 다른 야심찬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이 직접 주도하는 재개발 등의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수도권 등에 수십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급확대 요구에 부응했지만 부동산 업계와 일반 국민의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한 모습이다. 당장 공급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운데다 정부와 개발예정지 주민들의 이견차가 심해 사업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대책으로 정부가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현실가능성을 염두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수요억제·지역균형 강조해 온 文정부, 보궐선거 앞두고 서울·수도권 수십만호 공급계획 발표
정부는 어제(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공공주도3080+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요억제에만 몰두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서울 32만호 등 전국에 83만6000호가 공급된다. 83만6000호 중 약 57만3000호는 도심 내 신규 사업을 통해, 26만3000호는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해 각각 확보할 예정이다. 수도권 등 신규 택지의 구체적인 입지는 추후 발표된다.
시선은 도심 내 신규 사업으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언급됐던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지구지정을 하고 공공기관이 사업을 이끄는 공공주택 복합사업(3년 한시)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적정 개발수단 없이 방치 중인 곳들을 신속히 정비하겠단 취지다.
토지주·민간기업·지자체 등이 저개발된 도심 우수입지를 발굴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주택 및 거점 복합 조성을 제안하면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지자체 검토를 거쳐 해당 지역을 개발 사업 예정지구로 지정, 1년 이내 토지주 등 3분의 2가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된다. 이후 공기업의 부지확보 및 지자체의 신속 인·허가(통합 심의)등을 통해 착공에 돌입한다. 기존 주민에게는 기존 자체 사업 대비 10~30%p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역세권(5000㎡ 이상)은 용적률 상향(최대 700%), 상업시설 비율 완화, 지하철 연결통로 설치 등 교통편의 극대화 등을 통해 주거상업 고밀지구로 개발된다. 준·공업지역(5000㎡ 이상)은 스타트업 육성 공간과 청년기숙사 및 주거단지 등이 복합된 주거산업융합지구로, 낙후된 저층 주거지(10000㎡ 이상)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각각 조성된다.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유형도 신설된다. 1단계 종 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상향,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 미적용,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등을 통해 사업성을 개선시켜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존 정비 사업장도 희망 시 공공직접 시행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선정 업체 승계 및 매몰비용 보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주거재생혁신지구도 신설된다. 도시 재생 지구 내 신규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단 의도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제시한 사업모델이 차질 없이 시행되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속도로 고품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급하게 높게만 짓는 날림 재개발·재건축, 동의할 주민 아무도 없다”
그동안 수요억제·지역균형발전 등을 강조해 온 문재인정부가 4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기존의 정책 방향과 정반대의 서울·수도권 내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공공개발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공공재개발을 채택한 사업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소재 재건축 아파트의 한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은 벌써부터 공공주도 재건축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내용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단순히 속도보단 지어진 이후의 결과물을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다”며 “적어도 수요자들이 원하는 강남권에선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통한 신속 공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비사업 관련 관계자는 “공공주도를 빼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없앴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면서 “정부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심찬 공급계획을 밝혔지만 시장의 호응이 적어 예상했던 효과는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대선 때는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부터 내걸어야 그나마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일선 사업지 주민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커녕 오히려 ‘선거를 앞둔 얄팍한 속임수’라는 지적만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부의 공급대책은 그동안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이다”며 “과연 어떻게 실현될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는 “시장의 의견이 상당부분 담겨 있고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 전문가로서 기존과는 차별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짧은 임기 내에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 긍정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주지 못한다면 토지가격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심형석 미국 SWCU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그는 “공공주도로 정비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며 “똑똑한 소유주들에게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빨라도 5년 내에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집값 안정화완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5년 뒤라면 조정장으로 그 때 공급이 쏟아지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공공주도 사업에서 미부과 하겠다는 것은 원활한 사업진행을 방해하는 장치라는 것을 정부도 안다는 뜻이다. 사실 이것을 없애면 자연히 주택공급이 늘어난다”며 “수익률을 높이고 부담금을 줄인다고 하지만 집은 짓고 나서의 외관도 재산 가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용적률 상향으로 지은 집은 대지지분도 적고 가치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심 교수는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이렇게 공급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집권 초기부터 택지개발을 시작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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