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바이오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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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2-16 00:02:46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내수는 물론 수출마저 타격을 받으면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곤 실적 감소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수혜를 받은 기업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지목된다.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을 비롯해 의료기기, 의약품 원료, 임상시험 수탁, 코로나 치료제 생산, 원격의료 등의 위상은 과거와 달리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간 선진국 기업이 주름잡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이 거둔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10조1492억원에 달했다. 2019년 8조7673억원에서 1년 새 무려 1조3819억원(15.7%) 증가한 수치다. 기술이전 건수도 2019년 11건에서 지난해 15건으로 늘었다. 코로나 이후 K-바이오 위상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바이오기업의 가치가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그만큼 우려도 제기된다. 증시에서 바이오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기업 가치에 대한 버블 우려가 그것이다. 실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후 바이오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성장성이 높지 않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종 기업들이 바이오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 성장 기대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바이오주 특성상 주가 부양 목적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 카드를 꺼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힌 기업의 주가는 반짝 오르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는 장면이 잇따라 연출됐다. 증시가 호황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무분별하게 바이오주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치중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득될 게 없다. 장밋빛 전망만을 근거로 무리하게 바이오 사업을 추진할 경우 기업이 되레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보통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개발비도 조단위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신약 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세계적으로도 신약개발 성공률은 지난 10년간 평균 10% 안팎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독 우리나라에선 바이오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뿐 아니라 투자에 관대하다. 만에 하나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보단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치료제가 임상 1상 승인만 받아도 주가가 급등하는 일만 봐도 이러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 도 있지만 오히려 기업가치를 약화시키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아직까진 대다수 투자자들이 바이오주 투자에 호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진 미지수다. 당장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이 과거 매출과 전환사채, 개발비 등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씨젠의 부정적 회계 이슈는 업계 전반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바이오 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 경제 활력을 일으켜야 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수지만, 상장을 해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요원하다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겐 자금조달이라는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기업이 성장하고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식의 선순환 구조가 요원해지는 셈이다. 감독당국의 관리감독 이전에 바이오 기업 스스로 철저한 내부단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