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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기업의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등을 두루 판단한다. 당장의 실적이 나빠도 미래가 유망하다면 투자금이 몰린다. 미래가 불투명해도 현재 가치가 확실하면 투자금이 모일 수 있다. 현재와 미래 모두가 유망하다면 더할 나위 없다. 반대로 현재와 미래 모두가 불투명하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살 수 없다. 지금의 롯데그룹이 그렇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주식시장의 활황 속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재계서열 1~4위 그룹 주가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년 동안 이들 그룹의 시가총액은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모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했다.
반면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 그토록 뜨거웠던 국내 증시 속에서도 롯데그룹의 시가총액은 되레 감소했다. 주요 그룹별 시가총액 덩치를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입지는 한층 선명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 시가총액 규모는 20조원대다. 700조원 규모 삼성그룹은 물론 100조원 단위를 기록했던 현대차, SK, LG 등에 한참 못 미친다.
롯데그룹은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모두에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셈이다. 실제로도 롯데그룹엔 오랜 시간 위기감이 감돌고 있지만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수년간 국내외 주요 이슈의 영향권에 자리했다. 중국의 ‘사드보복’ 사태, 한일 무역갈등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롯데그룹은 중국 내 투자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상태서 사업을 철수해야 했다. 일본 불매운동 와중엔 국적논란으로 불매 리스트에 올라야 했다. 국내 식품·유통사업 왕자였지만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자체를 바꿔버린 코로나19로 시장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롯데그룹은 매년 최악의 실적을 경신해오고 있다.
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그룹의 야심작 ‘롯데온(ON)’은 혹평 속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세계, 쿠팡, 네이버 등 경쟁사는 무섭게 치고나가고 있다. 중고나라 인수 등 변혁의 물꼬를 트고 있지만 시장을 흔들만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베이 인수에 실패할 경우 롯데는 유통사업 왕자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삼성, SK, LG 등 주요그룹 화학계열사가 2차 전지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실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아직까지 전통 화학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뚜렷한 신사업 진출 계획도 없다.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계열사의 경우 해외 진출 등 혁신적 성과를 내지 않는 한 성장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참담한 성적표에도 어떠한 미래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그룹엔 주주들의 분노가 향했다. 최근 있던 롯데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선 주주들의 성토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가 주주들의 말을 경청하며 여러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주주들의 모든 불만을 달랠 순 없었다.
주총장에서 주주들은 롯데그룹의 문제를 지적했다. 소통의 문제와 변화·쇄신의 부재 등이 그룹 발전에 발목을 잡고 투자심리를 무너뜨린다는 내용들이었다. 이 대표는 개선하겠다고 응답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수년간 롯데는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했고 수많은 임직원들이 짐을 쌌다. 다만 몇몇 인물은 예외였다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롯데그룹 내에선 실적보다 ‘다른 무언가’가 중요하다는 설명에서다. 이는 곧 롯데가 변화·쇄신에 게으르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 대표도 해당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표의 경우 롯데하이마트 성장을 견인한 공로로 롯데지주 대표가 됐다. 그런데 이 대표는 2017년 이후 2년간 롯데하이마트 역성장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에서야 겨우 체면치레에 성공했지만 하반기 지주사로 떠났던 점이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공로가 있지만 확실한 책임도 있는 인물이 계열사 대표에서 단숨에 ‘그룹 2인자’가 됐다는 점은 다양한 해석을 남겼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게 롯데그룹의 현 주소다. 일련의 문제를 결코 단기간에 해소할 순 없겠지만 외부에서도 보이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지적한 문제조차 개선하지 못한 기업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롯데는 구체적 사업안을 제시하는 것과 동시에 주주들이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가치를 증명하고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법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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