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현상 심화와 지방경제 악화 현상 등으로 인해 지역균형 발전이 국운 재건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비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국토 균형 발전의 첫 번째 실행방안으로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서해안 벨트 재건’이 지목되고 있다. 서해안을 따라 인구 100만 도시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경우 수도권 인구분산과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영광 잃은 서해안 경제벨트, 공장도 사람도 전부 떠난다
‘서해안 경제벨트’는 남동임해공업단지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의 한축을 담당해 왔다. 우선 경기도 평택은 쌍용자동차 공장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 제조업이 발달했다. 포승국가산업단지·고덕산업단지 등을 중심으로 다수의 공장도 자리하고 있다.
충남 당진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굴지의 제철회사가 자리해 ‘철강의 도시’로 불린다. 석문지구국가산업단지·고대지구국가산업단지 등도 위치해 있다. 전북 군산은 현대중공업, 한국GM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중공업·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불려왔다. 전남 목포, 전남 영암 등도 여러 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어 일찌감치 제조업 도시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제조업의 쇠퇴와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서해안 경제벨트는 과거에 비해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서해안 경제벨트에 자리한 대기업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인구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산업단지에서도 빈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북 군산의 경우 지난 2015년 약 27만8000명의 인구수를 기록했지만 조선·자동차 산업의 위축으로 점차 인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군산시 인구는 약 26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남 목포 역시 지난 2011년 약 24만4900명의 인구수를 기록했지만 올해 2월 기준 약 22만4000명 밖에 남지 않았다. 전남 영암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11년 약 6만명에 달했던 인구수는 올해 2월 기준 약 5만3000명으로 줄었다.
충남 소재 소도시 출신이지만 현재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최지현(26·여) 씨는 “먹고 살 것만 있다면 살기 좋은 동네다”면서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서울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향에서 결혼을 한다고 해도 막막하다”며 “인프라가 서울에 비해 열악한 것도 사실이고 아이를 키우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남 소재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신현길(31·남·가명) 씨 역시 최근 서울 이사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그는 “고향에서 나고 자랐으며 얼마 전까지 이곳 공장에서 일도 했다”며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져 일을 그만둔 후 마땅히 취업할 회사가 없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사를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국운 재건 로드맵 첫 단추는 지리적 장점 갖춘 서해안 벨트에 100만 자족도시 육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경쟁력 강화와 비좁은 국토의 한계 극복을 위해 서해안 경제벨트 재건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바다와 육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고 배후에 다양한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는 이점을 살려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더불어 인천항과 평택항, 군산항, 목포항 등 교역량이 많은 대규모 항만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서해안 경제벨트 재건 주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서해안 경제벨트 재건의 구체적 실행방안으로는 일자리, 교육·생활 인프라 등 인구유입 장치 마련을 통한 자족도시 육성이 꼽힌다. 실제로 서해안에 위치한 인천 송도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동아ST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을 비롯해 60여개 외국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했다. 이에 2003년 2274명에 불과했던 송도 인구는 지난해 16만명을 돌파했다.
경기도 평택의 경우 2011년 42만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53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고덕산업단지 289만㎡의 땅에 반도체 생산라인과 바이오단지 조성한 게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서해안 경제벨트 지역에 위치한 다른 산업단지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충남 당진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석문지구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분양률이 36.8% 밖에 되지 않았다. 군산산업단지 역시 지난해 6월 기준 가동률이 73.4%에 불과했다.
훌륭한 학군 유치 역시 자족 도시 도약의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일자리와 함께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도시에 머무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2019년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 8학군 순유입 인구는 2009년 7690명을 기록했으나 2010년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도입된 이후에는 △ 2010년 4784명 △2011년 3609명 △2012년 3313명 등으로 감소했다.
현재 서해안 경제벨트에 위치한 주요 도시에는 자사고 등 우수 학교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사고 숫자만 보더라도 충남 2개, 전북·전남 각각 1개 등에 불과하다. 서울대 배출 비율도 현저히 낮다. 올해 기준 지역 고교 수 대비 서울대 지역균형 선발전형 배출학교 수를 나타내는 입학생 배출 고교 비율을 살펴봤을 때 충남·전북·전남은 평균치인 24.6%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운 재건을 위한 서해안 벨트 자족도시 육성과 관련, 오정근 자유시장경제원 원장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서해안 경제벨트 산업단지의 많은 부분이 비어있다”며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공무원 일자리만 늘어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지 말고 국내 산업단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줘야 한다”며 “특히 수도권과 인접하고 무역이 편리한 서해안 경제벨트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서해안 경제벨트에 위치한 배후 산업단지를 활용하는 것은 국토 균형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며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조성해 인구를 늘리고 서해항만을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자족도시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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