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기본대책 등 이른바 ‘기본시리즈’라 불리는 복지 정책으로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한 때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지만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결국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지목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뒤쳐졌다. 지지율 하락의 배경에는 ‘기본시리즈’라 불리는 복지 정책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소득과 주택, 심지어 대출까지 전부 부담…사상 유례없는 복지 ‘기본시리즈’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은 앞서 지난달 말 신용도에 관계없이 경기도민 1인당 500만, 1000만원을 10년 간 3% 금리로 대출하는 상품을 만들 수 없겠냐고 시중은행 5곳에 제안했다. 4개 은행에는 ‘경기도형 기본대출 시범운용(안)’이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나머지 한 곳에는 전화를 걸었다.
공문에는 만 25·26세 또는 결혼적령기(남성 만 33·34세. 여성 만 29·30세)의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시범운용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대출금 상환은 만기에 일시 상환하거나 마이너스통장 개설 등을 통해 갚을 수 있도록 제안했다. 일시상환의 경우 대출 기간 동안은 이자를 납부하지 않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내는 방안을 강구했다. 신용도를 보지 않는 대신 경기신보가 대출자에게 보증서를 발급하는 식이었다.
‘기본대출’은 그동안 이 지사가 추진한 ‘기본시리즈’ 중 하나였다. 이 지사는 2017년에 이미 기본소득제를 주장했다. 그는 KBS특별대담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예산 절감으로 28조원을 마련해 2800만명에게 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며 대상으로 0~29세 청년, 65세 이상, 농어민, 장애인 등을 꼽았다.
재원은 ‘재벌해체’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지사는 “재벌 해체라는 건 재벌 기업을 없애는 게 아니라 재벌 가문의 부당한 지배를 막아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게 하자는 취지다. 재벌 가문을 위한 부당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을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며 “정부는 강자들의 사내유보금 등 고여 있는 돈을 조세 등의 형태로 회수해 국민의 가처분소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의 ‘기본시리즈’에는 ‘기본주택’도 포함됐다. 이 지사는 16일 경기 수원 광교의 ‘GH(경기주택도시공사) 기본주택 홍보관’을 찾아 “기본주택은 제도 개선, GH 3기 신도시 사업지분 확대 등이 이뤄지면 큰 재정부담 없이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국회에서 융자이자 인하, 인대유형 신설, 리츠 설립, 용적률 등 몇 가지 전제조건만 해결해주면 큰 재정부담 없이 현실적으로 수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보관 방문에는 홍기원, 이규민, 이동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동행했다.
당시 김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투기 혹은 투자 대상으로 보거나 꼭 집을 사야 한다는 꿈을 갖고 살았는데 이런 핵심지역에 누구나 살 수 있고 분양받을 수 있는 기본주택이 공급된다면 그런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호응했다.
정부가 국민의 소득과 주택, 심지어 대출까지 모두 부담한다는 ‘기본시리즈’가 등장할 때 마다 여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 순위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급기야 1위까지 올랐다. 이 지사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3월 초까지 이어졌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3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일 공개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지사는 27%로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 윤석열 검찰총장은 9%였다.
이 지사의 ‘기본시리즈’와 이에 힘입은 지지율 상승세는 외신에서 다뤄질 정도로 이슈가 됐다. 지난 9일 미국 국영 미국의소리(VOA)는 기본시리즈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 지사가 추진하는 정책이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기본소득이든 아니든 이 정책은 그의 정치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베네수엘라 경제파탄 비극에 反포퓰리즘 여론 형성…이재명의 지지율 고공행진 마침표
그런데 이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갤럽이 9~11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2일 공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4%로 윤 전 총장과 동률을 이뤘다.
급기야 이 지사가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순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9~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지사는 전주 대비 2.5%p 떨어진 21.7%를 기록했다. 1위 윤 전 총장(39.1%)과의 격차는 17.4%p에 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의심받는 ‘기본시리즈’가 결국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기본시리즈의 구체적 내용이 등장할 때 마다 불거졌던 포퓰리즘 논란이 결국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이 지사의 ‘기본시리즈’를 둘러싼 비판이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고길곤 서울대 교수는 기본주택에 대해 “30년 간 월세로 살라고 하는 건 집에 대한 인간의 소유욕에 반하는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이미 재난지원금 등으로 충분히 정부 재정건전성에 우려가 커졌다”며 기본시리즈에 회의감을 표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람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나눠주자는 극단적 보편적 복지에 불과하다”며 “흔히 말하는 사회주의 체제 하의 배급제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한국판 차베스가 왜 나쁜 포퓰리즘인지 알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4선 대통령을 지냈던 우고 차베스는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포퓰리즘 성격의 복지정책을 실시했고 결국 후계자 시절에 들어 베네수엘라 경제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했다. 2019년 10월까지 전체 인구의 10% 수준인 461만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2018년 말 기준으로 콜롬비아 보고타의 외국인 성매매 여성 중 99.8%가 생존을 위해 자발적 매춘에 나선 베네수엘라 여성일 정도로 베네수엘라 경제는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들은 국가 채무를 늘려 결국 빚잔치를 야기한다.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을 내세우는 건 정치 불신을 키운다”며 기본시리즈 등 포퓰리즘 정책은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문제 핵심을 짚어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지지율 회복이 힘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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