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기본적으로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국가이다. 그러나 수령이 존재하는 국가이다. 북한체제의 몸통은 사회주의이고 여기에 수령이라는 존재가 더해진 것이므로 북한체제를 수령중심 사회주의체제라고 볼 수 있다. 북한체제는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를 물적 토대로 형식상 사회주의 당-국가체제를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수령중심의 전체주의를 지향하는 체제로서 충분한 물리력과 통제·감시·동원체제를 갖추고 있다.
북한체제의 특징은 1당(黨)지배, 유일지배 및 세습지배로 요약된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이데올로기 중심의 집권당이 권력의 최상부에 자리잡고 사실상 입법․행정․사법 3권을 지배하는 체제이다. 당(黨)은 모든 사회단체와 인민의 생활을 영도하므로 국가는 당국가(黨國家)의 성격을 갖고 있다. 복수의 정당이 있으나 이들 정당은 야당(野黨)이 아니며, 북한의 지배 정당은 ‘조선로동당’이다.
독재정권 하에서 국가의 권력은 당에 집중되어 있지만, 당내에서 그 권력은 1인 지도자에게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말하는 ‘유일(唯一)’이란 ‘유일한 사상체계’를 말하는 것인데, 이 ‘유일사상’은 수령(首領)에게서 나온다. 북한 사회에서의 수령은 ‘전당(全黨)의 조직적 의사의 체현자(體現者), 당(黨)의 최고령도자로 수령-당-인민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최고뇌수로서, 이 생명체의 활동을 통일적으로 조직하고 지휘하는 령도(領導)의 유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
북한의 국가전략 목표는 북한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고 남한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여 한반도 전역을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사회주의체제로 만드는 것이다. 외세에 의한 침탈로 한반도 적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전(全)한반도 공산화 통일이란 기본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1964년 2월 현실적인 전략노선으로 3대 혁명역량 강화노선을 채택하여 추진해 오고 있다.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6·25 전쟁 도발, 무수한 침투(2002회) 및 국지도발(1118회),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비대칭 전력 증강을 지속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사회주의 국가들이 해체되었으나 북한은 3대 세습체제 구축 하에 지금까지 상시전비국가로의 국가체제의 변신을 거듭해오면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상시적으로 전쟁이 가능한 상태에 있는 무장국가로서 외부 공격으로부터의 방어나 예방적 전쟁을 위해 즉각적으로 인적·물적 자원동원이 가능하도록 이념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완비되어 있는 상시전비국가이다. 상시전비국가는 군사와 전쟁관련 문제들을 전(全)국민적 사업으로 만들고, 그러한 문제들이 국가의 주요 관심사가 되도록 만드는 군사주의적 정치의 한 형태라고 규정할 수 있다는데, 전민(全民)이 전쟁을 목적으로 하나의 전투국가(fighting nation)로 조직화된다.
상시전비국가는 ‘군사주의에 기반한 민족주의 이념’, ‘민-군간의 강한 유기체적 구조’, ‘상시전비를 위한 구체적 제도’ 등의 공통적인 특징들을 갖고 있다. 다른 일반적인 국가와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상시전비국가체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뒷받침하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군사주의적 민족주의이다. 민족주의는 독립된 국가형성을 최고 국가목표로 삼으며, 군사주의는 민간생활양식보다 군사제도와 군사적 방식을 우선시 하는 사고, 가치관, 감정의 체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군사적 사고와 행위양식이 민간부문으로 전파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상시군비국가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특징은 민간 부문과 군 부문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없고, 국가체제 상부구조에서부터 하부구조에 이르기까지 양 부문이 강한 연계를 갖고 운영된다는 것이다. 상시전비국가의 군은 정치적으로 중립적 입장이 아니라 국가지도자의 정치적 목적에 복무하고, 전통적인 국가보위 역할을 넘어서 다중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정책결정구조에 있어서 상시전비국가에서는 ‘민’과 ‘군’이 하나의 체제 속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군부엘리트가 국가지도자를 매개로 중요 정책결정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
아울러 상시전비국가에서 ‘상시전비’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들 중 첫 번째 요소로서 ‘징집제’를 들 수 있고, 상시전비를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제도는 ‘예비군제도’라고 할 것이다. 징집제와 예비군제도는 인적 동원을 위한 제도라고 한다면, ‘경제의 군사화’는 상시전비국가의 물적 동원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갖고 있는 상시전비국가로서의 특징들은 195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가 초창기 상당히 느슨했던 민-군의 구조적 연계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조금씩 강화되기 시작했고, 1950년대 중반 김일성의 권력을 뒷받침했던 빨찌산들의 영향력으로 민-군의 구조적 연계는 강화되었다. 항일유격대 신화를 바탕으로 한 북한의 군사주의적 민족주의는 교육과 선전선동을 통해 주민들의 인식에 깊이 뿌리박혔으며, 예비군도 전(全)인민의 무장화에 따라 인적 동원을 제도화하여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이 19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과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하면서 상시전비국가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상시전비국가의 특징들은 1960년대를 관통하면서 제도화되었다. 군사주의적 민족주의나 민-군부문의 유기체적 관계는 1960년대 이전부터 형성되기 사작하였으나, 이 두 노선들이 집행되면서 군사주의적 민족주의, 민-군간의 유기체적 구조, 상비전비를 위한 제도들이 상시전비국가라는 체제의 하위요소들로서 톱니바퀴처럼 상호작용하기 시작했다. 4대 군사노선, 특히 ‘전민(全民)의 무장화’와 ‘전(全)국토의 요새화’ 노선들은 북한이 상시전비국가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국 북한은 강성국가 건설과 적화통일이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일당·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고 경제·국방건설 병진노선을 추구하여 북한의 국가체제를 상시적으로 전쟁이 가능한 상태에 있는 무장국가로 전변시켜 상시전비를 위한 제도적 골격과 내용들을 완비하였다. 군사국가로서의 북한은 어떤 다른 군사국가들 보다 상시전비를 위한 제도적 특징들을 잘 갖추고 있다. 북한의 군사체제는 상당히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어 북한의 군사국가적 성격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선군정치는 김일성의 상시전비국가를 더욱 강화시켰고, 김정은 정권도 핵무기체계 완성을 통해 상시전비국가적 위상을 한층 격상시켰다. 북한은 2021년 1월에 개최한 제8차 당대회에서 ‘강위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조국통일의 위업을 조기에 달성할 것’을 천명함으로써 대남 통일노선도 핵과 미사일 기반의 강력한 무력에 의한 결전전략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대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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